강렬한 예술 기운을 흠뻑 적시고 나온 밤이었습니다. 야간 공연이라 9세 아이에게는 다소 루즈할 수 있지만, 2시간이나 버틴걸보니 나름 유익했던 것 같아요. 다음 기회도 기대합니다

공연을 또 보고싶어요 유투브 공식 채널이 있으면 올려주세요~~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

국립극장은 자주 가는 편인지라 아마도 작년에도 분명히 이 여우락 공연이 있었을테니 본 기억이 있을 법도 한데 왜 전혀 기억이 없을까요; 아무튼 8월 무더위 속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에 올해에는 2번의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렇게 폐막 공연이고 보면 행운임에 틀림 없겠습니다. 페스티벌에서 개막과 폐막을 장식하는 공연에는 가장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법이고 그만큼의 완성도도 기대할 수 있게 되죠. 이번 폐막작의 경우는 말그대로 페스티벌의 고별무대라는 인상이 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간 공연에 참여했던 팀들의 절반이 참여한 콜라보 무대였으니 말입니다.

등장하는 악기만 해도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드럼에 간간이 다른 악기도 살짝살짝 등장했습니다. 일단 시작곡에서는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를 했고요, 뒤이어 각 팀이 서로를 소개해가면서 소개받은 팀이 연주를 하는 식으로 공연이 이어져갔습니다. 그리고 대미에는 다시 모든 팀이 모여 2곡의 화려하고 장엄한 곡을 연주해주었고요. 사실 이것 이전에 참여했던 공연에서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었지만 페스티벌 형식의 공연 성격상 공연운이랄까, 개인적인 호와 맞는 연주와의 궁합이랄까가 만족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이 그런 가정을 증명하던가 부정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확실히 그런 요소가 많겠다 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더군요. ​

예컨대 해금과 전자음악의 조화는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부터 국악 중에서 물리적 음량에서든 개성에서든 자기 목소리를 어디서든 낼 수 있을 악기가 해금이라는 생각은 했었습니다만 정말 모던한 연주 내지 모던한 조화가 가능한 것이 해금이더군요. 천지윤 상홈의 2인 팀이었는데요, 해금과 클럽음악과의 궁합은 놀랍더군요. 해금의 강렬함은 마찬가지로 강렬한 전자음악이 힘으로 겨루면서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더군요. 사실 해금은 워낙 강한 개성 탓에 다른 악기와의 합주에서는 때때로 다른 악기를 묻어버리는 점도 보일 정도였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이번 공연에서의 약점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악기 간의 대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보니 공연에서든 악기 자체로서든 조화보다는 우열의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죠.​

또 하나 인상에 남았던 것은 여우락 오프닝을 담당했었다고 하는 무토 팀이었습니다. 이쪽도 (아마도) 개량 거문고 연주자 한 명, 전자음악 믹싱을 담당으로 하는 한 명 으로 이루어진 2명 팀이라 해금 팀과 겹치는 부분이 있네요. 이런 구성이 현대적인 강렬함을 주면서도 악기의 개성이 두드러질 수 있는 적절한 구성이라서일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는 4인 팀이더라고요. 이번 공연에서만 2명이 참가했던 것이고요; 4인의 연주는 어떠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금 쪽은 두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인상적인 연주를 만들어냈다면 이쪽은 거문고를 전자악기가 보조하여 거문고를 두드러지게 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님의 연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입니다. 두드러지게 뛰어난 연주자시더군요. 처음에는 다소 오버(?)하는 스타일이구나 했었는데 듣다보니 해석에서든 기술에서든 확신을 가지고 있으신 것이었습니다. 그럴만한 경험과 훈련, 그리고 깨달음이 충분히 공연에서 배어나왔고요. 이 두 팀의 연주는 내년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꼭 개별 공연으로 참관해보고 싶어집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가 장소다보니 그랬을까요? 저는 이 페스티벌이 전통음악의 현대적 위치 찾기를 위한 탐색이 주된 목적이리라 생각했는데요, 단 2회의 감상만으로도 그런 생각에 확신이 사라집니다. 국악기는 재즈 내지 클럽 음악에서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뿐,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새로운 장르로의 탄생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과연 새로운 국악 장르로의 자리잡기라고 할 수 있을지, 그런 느낌의 실마리나마 주는 연주는 1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상이 드는 가장 큰 요소는 이 연주가 이 악기여야 한다는 느낌이 안든다는 점이겠습니다. 국악기가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는, 다른 악기로 대체되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주는 음악이 과연 국악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것도 새로운 방향성으로는 나쁘지 않겠지만 기존의 국악이 명맥을 이어가는 것과는 별개 내지 흔적만을 남기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흥겹게 즐기고도 뒷맛은 살짝 쓴 체험이었는데요, 아직 모든 가능성을 보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내리는 보수적인 단견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마도 저는 한명의 애호가로써, 그 흐름을 어떤 식으로든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쁨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 리뷰는 공연 티켓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