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흥미로우면서도 힐링되는 느낌. 그 모든 시간이 나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별무리" (원제:Constellations 작:닉 페인 연출:정준호 조명디자인:한성민 사진:민예빈 출연:곽소영, 김동윤 제작:창작집단 숨 극장:플랫폼74 별점:★★★★☆) 2014년도에 봤었던 작품 이지만 일요일 저녁 공연이어서 보았다. 이 공연의 특징인 같은 대사를 상황을 바꿔가며 여러번 반복하는게 이번에 보니까 좀 이해가 된다. 남녀간의 사랑은 선택의 연속이 아닐까? 이 공연을 선택하게 한 전작 "양자전쟁" 의 곽소영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말도로르의 노래","어느 왼쪽 우주의 슈베르트","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양자전쟁","별무리" 에서 봤었는데 이제 애정배우로 불러야 하겠다.

어느 날 연극을 찾아보다가 포스터가 정말 예뻐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연극에 대해 궁금했었다.
포스터를 보았을 땐, 그저 아름다운 로맨스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별무리를 예매하기 전에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어서 별무리도 약간의 음악이 깔리고 관객과의 호흡으로 진행하는 연극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후기를 보니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대가 되었다. ''이 연극은 어떤 연극일까? 다중우주를 어떤식으로 표현할 수 있고, 나는 이걸 어떤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남자친구에게 "우리 연극 보러가보는건 어때요" 라고 하면서 꼬셨고, 남자친구도 "그래요~" 라고 답을 하며 우리의 첫 연극을 예매했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두근거렸고, 조금은 불안했다. 재미가 없을까봐. 내가 끌고 온건데 재미없으면 다음에 또 다른 연극들을 못보지않을까 두려웠지만, 그래도 믿었다.

티켓을 받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빌었다 배우분들의 목소리가 안예쁘기를(전날 너무 설레어서 잠을 설쳤다...다음엔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안해야지)
그런데 두분 모두 목소리가 너무 좋았으며, 발음과 발성은 매우 좋았다.

더 신기했던건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던 목소리였던것같다. 살아가면서 비슷한 톤이라던지 아니면, 비슷한 말하는 습관이라던지 들어봤을텐데,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신기했고, 너무 멋있었다.

음악 하나 없던 연극이어서, 오히려 배우님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음악의 여러 기능이 있지만, 없음으로 배우님의 연기들을 세세하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씬을 옮겨가면서 표정연기와 행동들이 섬세하게 바뀌고 몰입하면서 극을 이어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너무 좋았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조금 아쉬웠던점은 시간을 알려주는 디테일과 대본이었던 것 같다. 남자친구와 연극이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용자체는 좋았지만 연극으로 표현하기 조금 아쉬운 것 같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적어도 다중우주에 대한 디테일들이 더 살아나지않았을까 하늘의 색이라던지, 가구의 위치라던지, 입고있는 옷이라던지 그런 부분들로 차이를 줌으로써 더 완성시켜줄수있지않았을까 생각을 했고, 대본이... 번역체인것이 보여서 약간 아쉬웠다. (*사실 바람피는 그 씬에서도 조금 수정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했지만 이건 내가 닫혀있는 마인드여서 그런것같다. 생각해보면 안바꿔도 어색한 부분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생각하기에 어색해서였던거니 패스)

내용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었고, 배우님들의 연기력은 너무 훌륭했으며, 데이트는 성공적이었고, 다음에 또 볼 의향이 있다.

우리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찌 됐을까?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때 그 상황에서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연극은 평행우주 4곳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 놓은 마리안과 롤랜드. 그들은 전부다 다 다르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 같은 결론으로 간다.

​

처음 만났을 때

둘은 관계가 진전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관계가 흘러가도

1.처음 만나고

2.그 다음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갔다가

그냥 집에서 나오고

3. 다시 재회하고

4. 프로포즈 하고

5. 한명이 아프다. 그리고 말을 잃어간다.

​

이렇게 그들은 어떤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

난 내 연애사와 이 연극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싸우고 어떤 상황을 겪더라도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랑의 역사를.

​평행우주에서의 두 연인은

말투와 생각이 조금은 달라도 결국 사랑을 이어나간다.

​

성역할도 일부러 바꿔서 한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둘이 바람을 피는데 제임스와 앨리슨이라고 해서

동성애인가? 했다. 근데 원작에서 언급하고 있는

역할을 서로 남녀가 바꿔서 연기했다.

​

첨에 남자랑 여자랑 집에 같이 가서 한잔 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남자가 마음을 바꿔서 그냥 집에 가라고 한다.

여자는 어이 없어하면서

뭐 때문이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계속 옆에 있고 싶다고 한다.

난 연극을 보면서도 남자가 정말 이상하다, 아니면

남자가 연자를 안좋아하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

여자가 남자한테 한잔하러가자면서

마음에 안들면 영원히 안봐도 되니 한번 만나자고 하는 것을 보면서

저 여자가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했다.

근데 사실 남자 대사였다는 걸 알고서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봐도

남자들이 평소에 훨씬 더 배려하고 더 많이 구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청혼도 여자가 하는데

이걸 보면서도 되게 신여성이다, 했다.

근데 원작에서는 남자가 청혼하는 역할이니 수긍이 갔다.

​

아픈 남자를 돌보는 것도 여자고,

끝까지 있어주는 것도 여자고,

남자는 되게 투덜대고 신경질내고 그런다.

그걸 보면서도 여자가 정말 대단하다, 착하고 인내심이 크구나,

진짜 사랑하나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것도 참 남자한테서 당연하게 받는 배려였구나 이런생각도 했다.

​

이런 결정도 되게 연출을 잘한 것 같다.

맨 마지막에 하는 대사,

우리의 시간은 분자와 원자 단위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라고.

우리의 시간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거라고 한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평행우주라는 양자역학적 요소가 펼쳐질 줄 알았더니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철학적인 내용까지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우연히 연결되어 재회하고, 끝내 하나가 되어 배우자의 죽음까지도 지켜주게 된 커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정말 그들의 선택, 상황 여하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이 이어지지만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끝내 결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원작의 힘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많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