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은 악기마다의 원색을 즐기는 즐거움이 꽤나 크다고 생각됩니다. 전자악기를 쓰지 않고 전자장비도 보통은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이 더욱 크죠. 특히나 실내악처럼 개개의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색깔에 더욱 민감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내악 공연의 경우에는 연주자나 레퍼토리도 관심사지만 못지않게 어떤 공연장에서 진행되는가에도 눈길이 가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전당 IBK홀을 둘째로 밀어낼만한 곳을 아직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소리 자체를 즐기는 즐거움을 조금 더 크게 기대하며 공연장에 향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공연은 1부에서 멘델스존의 트리오 2번을, 그리고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4번 둠키를 무대에 올렸네요. 멘델스존의 경우 1번에 비해 2번은 살짝 인지도가 떨어지죠. 꽤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도입 부분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먼저 느껴졌던 것이 파워와 강렬함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기도 했고 피아노가 묘하게 불안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속 듣다 보니 그것이 불안정함인건지, 아니면 피아니스트의 개성인건지 악기에 문외한인 저로써는 알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2부 드보르자크에 들어서는 그런 인상이 거의 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전자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1부에 반해 2부에서는 반전적인 대만족이었습니다. 나름 유명한 곡인 둠키인지라 음반으로는 들어본 적이 좀 있었으나 실연으로는 처음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새로운 발견이었다는 정도의 만족감을 느꼈네요. 일단 이 곡은 확실히 실연에서 들었을 때 훨씬 더 잘 잡히는 섬세함이 곳곳에 퍼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것이 IBK홀의 음향효과, 그리고 훨씬 안정적이고 확신이 느껴지는 연주와 더해지니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빠른 부분보다는 느린 부분에서의 해석이 훨씬 인상적이더군요. 집에 와서 이들의 연주를 검색해서 다시 들어보았습니다만 역시 실연에서의 효과를 빼고 나면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지는 않았는데요, 느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꽤나 유사한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감상이 후반부로 갈수록 첼리스트의 안정적인 연주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는 점도 덧붙여보고 싶어지네요.

연주도 연주지만 기획도 잘 되었다 싶은 것이 앵콜의 선택과 연주였습니다. 3곡이나 앵콜을 연주해주었는데요, 첫번째 앵콜곡은 꽤나 유명한 소품인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쉽네요. 2번째 곡은 캐롤곡을, 그것도 귀여운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나와서 들려주셨고요, 마지막 곡은 전혀 예상밖의 곡이었던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였습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게 되는 올드팝인지 옛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을 뒤흔들더군요. 사실 선곡의 이유를 유추하기 어려운 곡이었는데요, 연주자들에게 무슨 인연이 있었던 곡이었을까요? 아무튼 선곡도 다채로웠지만 적절하게 편곡까지 더해준 부분이 훨씬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씩만 기획에 신경을 쓰면 공연 전체가 훨씬 더 인상적으로 기억이 된다는 또다른 예가 아니었나 싶어요.

너무 즐겁게 듣고 돌아와서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 채널에 장일범 님의 클래식 방송에 나왔던 영상이 있더군요. 다시 한번 남은 저녁 시간을 음악으로 채워볼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겨울이 가깝게 느껴지는 이맘때, 음악이 주는 위로가 참 크네요.

강렬한 연주로 귀를 사로잡은 1부의 각 연주와 함께 2부는 세 악기의 조화로움으로 기분 좋게 안아주는 느낌이었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변새롬,변예진 자매와 피아니스트 김고은님으로 구성된 트리오 아티스트리이 정기연주회 다녀왔어요. 이 피아노 트리오는 러시아 유학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어 왔기에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잘 알 정도로 합이 너무 좋더라구요.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1부에서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곡을 그리고 2부에서는 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곡인 둠키를 연주해 주셨어요. 멘델스존의 경우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기에 그의 음악은 상당히 화려하면서도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늘 했는데 이날 들려주신 피아노 트리온 2번 C단조의 경우도 정열적이고 격렬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어 오는 4악장의 곡이었답니다.


2부에서는 체코 출신의 음악가인 드보르작의 6악장으로 된 둠키라는 곡이었는데 원래 둠키는 러시아지역으로부터 시작해서 각 나라에서 더 특색있게 발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은 아주 느리게 시작하다가 어느순간 급격하게 빨라지는 이 곡은 춤곡의 느낌도 물씬 풍기는 곡이었답니다.

예정된 공연이 끝나고앵콜곡 무대에서는 팝송인 Reality를 세분이 함께 연주해 주셨는데 모처럼 듣는 Reality는 옛날 생각을 나게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깜찍하게 크리스마스 복장을 하시고 캐롤 모음을 연주해 주셨는데 역시 센스 만점.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죠.

피아노 트리오만의 예술적인 조화를 제대로 느끼고 온 연주회였답니다.

멘델스존과 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연주들으면서 힐링하고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