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고양이에서의 조현식,김나미씨의 열연을 보고난 이후 또 다른 작품인 가족오락관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정보를 검색하고 보게 되었네요.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 본것 같아서 마음이 좀 불편하긴 했어요.
아쉬운 점은 옥고를 여러번 봐서인지 이번 작품에서도 그때의 모습이 잠깐씩 오버랩되더군요.
그래도 두분의 열연엔 아낌없이 박수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이 공연을 볼 수 밖에 없도록 강렬하게 나를 자극했던 것은
옥탑방 고양이의 날고, 뚱고역으로 열연했던
김나미, 조현식이라는 배우들에 대한 신뢰였다.

관객을 빨아들이는 두 배우들의 무한 흡인력으로 인해
지금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자 연극폐인이 되어 버렸다.

가족오락관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분출된 그들의 폭발적인 연기와
코믹스런 전작과 전혀 다른 컬트극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정말로 이들을 관객으로서 진정 사랑하지 않을 수 없구나라고 절감했다.

가족과 사랑의 연결고리에 살인이라는 기막힌 교점을 배치해서
부조리한 이 시대를 기가 막히게 풍자하고 있는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를
대사와 눈빛과 호흡에 녹여내는 배우들의 극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은
그들의 연극에 대한 사랑과 연기에 대한 열정의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극을 사랑하고 아끼는 폐인으로서 아직 이 작품과 배우들을 접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마지막으로 "강력추천"이라는
메세지로 긴 글을 일갈합니다.

꼭 보세요!^^

지난번에 옥탑방 고양이에서 고양이 커플을 인상깊게 봤던지라,
두분이 그대로 출연하시길래 망설임 없이 바로 예매를 했죠.
공연장이 많이 먼 거리는 아닌데 지리를 잘몰라서
길을 조금 헤메긴했지만요^^;

그런 피로가 싹 가시도록 공연은 너무 좋았습니다.
나미씨는 물론이고 배우분들 하나같이 연기를 다 잘하시더라구요^^
지루할 틈도 없이 빠져들어서 봤던 한시간 반이었던것 같네요.
남은 공연도 잘하시고, 망설이는 분들은 고민하지 마시고 예매하세요!!
후회 없을겁니다^^

관람 후기가 너무 늦었네요!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무엇보다도 디테일한 무대 연출에 감동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에 하나 하나 신경써서
연출해 주셔서 더욱 극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극의 내용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그리 많은 연극을 보아온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가 본 연극 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습니다.

'살인'이란 섬뜩한 장르를 가족이란 듣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울타리 안에서
너무나 신선하게 써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또한 웃어야 하는 장면에서 맘 좋게 웃을 수 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족 안에서 '살인'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정말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너무나 혼란해져가는 우리의 사회 모습을
가장 친숙한 공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정과 가족 안에서
새로운 시각,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연극 자체가 너무 무겁고 어려운 것도 아니라
뭐라고 해야할까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제겐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던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젊은 연극인분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훌륭한 작품이었고
그들의 톡톡 튀는 발상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열심히 연기해주신 배우분들 덕에
이 극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하나같이 최고셨습니다!
역시나 배우분들께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가족 오락관'을 통해 처음 연극을 접하게 된 제 친구도
너무나 재밌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시면 연극이란 문화에 푹- 빠지게 되실 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불행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진 사람들이 있다.

남한테 죄진 적도 없고 폐 끼친 적도 없이 오순도순 살던 소시민 가족에게 가장의 죽음이란 불행은 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찾아와 평화로웠던 가족들의 삶을 덮쳤다. 누가 그들을 그같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는가? 대체 누가!



우린 살면서 크고 작은 불행과 불운을 맞닥뜨리며 산다. 그로 인해 -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 힘겹고 때로는 죽을 만큼 괴롭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나를 이렇게 만든 원흉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나는 이렇게 불행하고 힘든데 정작 상대는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한 삶을 이어가는 것을 목도했을 때 분노하기도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가 괴로운 만큼 그 놈도 똑같이 고통받길 바란다.



가톨릭의 유명한 표어 '내탓이오'라든가, 혹은 우리 어른들이 흔히 쓰는 '모든 게 다 팔자'라는 말도 이같은 원망과 분노 앞에선 의미를 잃는다. 내가 이토록 힘들고 괴로운데 뭐가 내탓이고 뭐가 팔자란 말인가? 아무도 내 고통을 알아주지도 않고 내가 잃어버린 것을 보상해주지도 않는데..!



그래서 가족은 한탄과 저주의 말을 내려놓고 분노의 칼을 들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너가 아무 일 없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너의 가족 또한 우리가 겪은 고통을 느껴봐야 한다며 말이다. 남편/아버지를 죽게 한 가해 운전자를 죽이고, 딸/동생을 성폭행해 임신시킨 주유소 사장을 죽이고, 아들/오빠를 괴롭히는 직장상사를 죽이고, 남편/아버지의 사고보상금을 도박으로 탕진한 시아버지/할아버지를 죽였으며, 반신불수가 된 채 숨만 쉬고 누워있는 시어머니/할머니를 죽였다. 그렇게 죽일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물었다.

"우리 그럼, 좀 편해질까?"



우리 삶에는 법과 제도가 보호하고 보상해주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법과 원칙이란 거대한 사회 제도 안에서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내 고통,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내 슬픔은 갈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면 편하련만 내 마음이 내 마음같지 않아서 마음대로 되지를 않아 원망과 분노로 불편해진 마음은 좀처럼 편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 그 불편한 응어리를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직접 일어선 그들의 심정을 이해못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궁금하다. 그리하면 정녕 모든 것이 산뜻하고 깔끔하며 말끔하게 해결되는 건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너희, 좀 편해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