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구명의 꼬마들과 나눈 대화" (작,연출:최현비 음악:홍석영 오브제:허자용 빛:김주슬기 그래픽:김나영 음향감독:이규원 접근성매니징:(주)조금다른 오브제제작:허자용, 박지선 극장모형제작:박민서 출연:이지수, 김현빈, 김현재, 이유라 제작:임시극장 극장:TINC 별점:★★☆☆☆) 나는 엄마와 오빠와 함께 작은 이층집에 살고 있다. 오빠는 기묘한 꿈을 꾸고 난 뒤 집을 떠났고, 엄마는 떠나버린 오빠를 기다리며 우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나는 그들의 말을 티비 속 화면의 파열음처럼 듣는다. 오빠가 떠난 뒤, 나는 꼬마들과 대화한다. 담벼락 아래에서, 이불 속에서, 모터 속에서 대화한다. 나는 꼬마들과 대화하며 의연하게 직시하는 현실에 대해 생각한다. 꼬마들을 이해하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기억 속 조각 난 장면들은 나의 선택에 의해 재조립되고,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공연 소개글을 잠깐 보니, 다원공연일거 같아서 안볼려고 했으나 일요일 저녁 공연이라 선택 하였다. 소리가 위주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없음... 얘기라도 재밌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꼬마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다는 건지... 젊은 예술인들의 실험 정신을 응원하며 마무리 한다.

7월 8일 오후 2시에 <구십 구명의 꼬마들과 나눈 대화>라는 연극을 관람했다. 하얀 색 천으로 된 원형 무대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저 공간 안에 가본 적이 있었나?’ 너무나 낯선 이 공간이 너무나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연극을 보는 내내 그 의문에 휩싸였다. 검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던 진자의 빛은 울산에 있는 방어진의 등대앞 방파제에서 바라보던 빛을 떠올리게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검은 대화들이 이어지고 바람이 불던 날 오빠와 물 위에서 대화하던 반향된 풍경의 그림자가 나의 마음도 잡고 흔든다.
작가의 심리상태를 드러내기에 비정형적인 해석이 가능한 무대였다. 검은 공간이라는 주체의 곁에 정체성을 위협하며 머무르는 노랗고 뿌우연, 빠알간, 여러 종류의 빛들은 에브젝트(abject)의 성격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대화를 연기하는 배우의 목소리는 스타카토와 같은 짧게 끊고 다시 늘어지는 목소리와 반음을 올리는 듯한 목소리, 신체에서 울려 나오는 냉랭한 톤의 목소리는 강한 울림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근원적 불안으로부터 야기되는 고통을 공명으로 느끼게 했다.
마크로스코의 채플관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게 하던 작품과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이배 작가의 목탄으로 그린 회화 작품들처럼 검은 레이어가 중첩된 다양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모호한 공간을 느낄 수 있었고 몰입할 수 있는 추상적인 신선한 연극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