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마주한 조용한 식탁!!
잘~생긴 아들배우가 나오셔서 눈도 즐거웠던 연극...
식탁을 마주하고 앉은 아버지와 아들....부인과 어머니를 잃고 서먹해져있을 사이..
먼저 보낸 사람을 생각하느라 눈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
아버지가 우연히 들렀던 그곳..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멀리서 지켜보던 아들..
그렇게 스쳐보냈던 우연이 10년 뒤 인연으로 다가오고 그 인연은 서로를 옳아맨다.
대화보다는 독백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
그들의 대화와 독백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 밖을 상상하게 만든다.
서로서로 얽히고 섥힌 감정을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 표현해주신듯하다.

조용한...아니 조용할 수 밖에 없는 조용한 식탁!!
즐거운 관람이었네요..

연극은 아버지가 결혼할 여자를 소개하고자 아들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15년 전 아내와 엄마를 잃고 서로를 바라보며 외로움을 삭혀오던 아버지와 아들의 어색한 만남. 직사각형 식탁만이 덩그러니 놓여진 무대는 식탁이라기보다는 그 외로움이 형상화된 공간일 뿐이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때보다 둘이 있을때 더 크게 느껴지는 거에요. 어느 한 사람이라도 침묵하고 있을때 그 침묵을 다른 한 사람이 바라봐야 하니까요. 라던 아들의 독백은 어색한 공간에 대한 부연 설명이었다.

멀리 떨어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한 명의 여성이 들어오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새 처를 들임으로써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려 하지만, 세 사람은 식탁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 동안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10년 전의 흐릿한 기억은 대화가 아닌 독백만을 반복하는 세 사람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다시금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마련하려는 그들이 처한 상황..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결혼할 여자 세명의 등장인물 모두 잊었던 오래전 기억을 다시 찾아낸다. 하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든 것이다. 말못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이 연극의 시작이다. 라는 팜플렛의 짤막한 문구는 애써 조용해야만 하는 그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문구였다.

소개글처럼 연극은 보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극적인 사건이 없이도 무대에서 보여지는 어색함은 관객의 신경을 팽팽하게 당겨놓는다. 그건 이 연극의 독특한 설정에서 좀더 극적으로 표현된다. 연극에서 독백은 무대의 한 구석에서, 혼자만 조명을 받으며 이루어지는게 일상적인 연출이다. 허나 이 연극에서 독백은 상대방을 앞에 둔 채 상대방을 보며 대화하듯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장치라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특정한 상대와 대화하는 동안 겉으로 표현하는 말보다, 속에서 더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때로는 또 다른 대상을 생각하며 그 대상과 대화를 한다.' 작가의 메모에 적힌 이 장치 덕분에 연극은 독백과 대화를 구분하려는 관객의 신경을 돋우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게다가 암전 없이 바뀌는 상황 역시 그들이 처한 상황을 관객에게 잘 드러내고 있는 장치중의 하나다. 그들의 기억 속에 이미 지워져버린 줄 알았던 10년 전의 일들은, 무대의 '암전'이라는 장치가 없었던 것처럼 결코 완전하게 잊어버렸다고, 없었던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그런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기때문에 말 할 수 없고, 말해주기를 원하지도 않고, 절대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세사람의 외로운 독백은 이들이 결코 가족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아버지 한기중, 여자 역 박리디아, 아들 민준호. 이들은 작품의 초연 때 출연했던 배우들이라고 한다. 때문인지 특별히 꾸며진 것 없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대부분 대사만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연극 '조용한 식탁'의 세명 배우들에게는 불필요한 몸짓이나 동작이 거의 없었다. 한윤섭이라는 신예 작가의 희곡은 작품을 잘 이해한 배우들과 애써 조용해야만 하는 '식탁'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준 연출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시금 관객과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유명 배우가 출연한 것도 화려한 무대가 있는 것도 아닌.. 배꼽빠지는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펑펑 눈물 흘리게 만드는 것도 아닌.. 그럼에도 이 작품을 만난 시간을 '좋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게.. 바로 정통연극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오랫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만났다.

이야기가 배우, 그리고 관객이 한공간에서 숨쉬며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바로 조용한 식탁이다.



위치는 대학로예술마당, 바로 쇳대박물관 지하다. 물론 시설은 꽤 좋다.

의자도 편안하고, 화장실도 깔끔하고.ㅎㅎ 언제부턴가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가면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튼..



작품은 3인의 인물이 등장한다. 아버지, 아들, 그리고 여자..

스토리는 한마디로 짜임새 있다. 한 공간 그것도 식탁앞에 앉아서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또 관객을 향해 방백을 날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한 여자를 데려오셨죠.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그 여자..'

그 식탁 앞에서 세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기억하며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75분여의 공연시간이 정말 알차게 느껴진다. 더 길어서 지루하거나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음이 정말이지 깔끔하다고 말하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자연스럽고 훌륭하다. 물론 첫날이라 살짝~ 맞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는 공연기간중에는 자연히 맞춰질 부분이라고 생각이된다.



근래 들어 본 작품중에 가장 연극다운 연극이다. 그만큼 요즘의 대학로에 등장한 연극들이

사실 연극을 표방한 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가운데..



아무튼, 길지 않은 기간, 공연하는 작품이기에 꼭 한번쯤 봐둬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