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기 때문에. <연변엄마>

처음부터 마냥 즐겁고 신난 연극을 기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기획의도와 제작의도,
시나리오를 찬찬히 읽고 나서 연극을 보러 갔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람 후 깨달은 것은
<연변엄마>는 이런 부분으로 먼저 꼭 숙지가 되어야 하겠다는 극이란 것입니다.
영화와 연극은 많이 다르단 것을 대학시절 강의시간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겪고 나니 정말 다르더군요. 특히나 <연변엄마> 같은 연극이라 더욱 더 진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현실을 꼬집는
풍자적인 성격의 것이 많지만 연극만큼 시간,상황적 제약이 있는 매체는 아니니까요.
그만큼 현장감이 넘치고 무대에서 강한 에너지가 발산되어 관객의 집중도나 몰입도도
영화의 그것과는 성질이 많이 다릅니다.
2시간동안 열심히 연극을 보면서, 만약 동일한 주제의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된 필름이 아닌,
생생한 무대에서 그대로 전해지는 배우들의 말소리, 내딛는 발구름에서 오는 진동, 공중으로
하얗게 풀어지던 담배연기의 냄새까지. 온 감각으로 호소하는 현실의 불편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연변엄마>는 연극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라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숙연함이 아닌, <의도된> 불편함.

관람 전 기대평을 쓸 때, 관람분위기가 숙연할 것 같다고 미리짐작으로 적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분위기가 무겁지 않았어요. 무대전환의 중간 중간, 배우들이 멋드러지게 춤추는 씬도 들어가 있고
극 중에도 가벼운 코믹요소를 집어넣어 관람석에 웃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극이 계속 진중하기만 했다면 지쳐버렸을 텐데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해서 관람이 편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무거움이 반감하지도 않고, 굉장히 밀도있게 나타나는 데는 솔직히 놀랐습니다.
특히 치매에 걸린 전 육군장성 전희복의 역할이 극의 전체를 잘 조율해주고 있어 한층 흐름이
유기적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손자인 전우진과 아들인 전강돈의 대립이 사실은
전희복과 전강돈의 대부터 고질적으로 이어져온 것이라는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유추할 수 있게
한 것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치매노인을 구박하고 외면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또 클라이맥스의 사건 또한 그가 촉발한다는 점에서 전희복은 주인공 다음 가는 비중있는 역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여기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머나먼 연변에서 온 '낯선 엄마'가 보는 한국의 모습이기 때문에 <연변엄마>라는 제목을 단 거겠지요.
연변엄마 복길순이 한국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관객에게 불편함으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순박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연변엄마'가 각박한 현실에 눈을 뜨면서 깊어져가는 절망에 부닥칠 때,
그것은 무대 윗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돈'이라는 구체적 수치로 나타납니다. 처음에 어수룩하지만
기운찬 모습으로 등장한 연변엄마. 정식입국보다는 적은 경비가 드는 루트를 통해 한국에 온 그가
가진 돈 '팔천이백 원'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이후로도 계속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이 '돈'은
늘었다 줄어들었다를 몇차례 반복하다 결국에는 '제로'가 되고 맙니다. '돈'은 변해가는 연변엄마의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동시에 그가 품었던 희망 그 자체를 나타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처럼 연변엄마가 한국에 와서 겪는 불행을 관객도 함께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람들도 같이 마주치게 되는데, 글쎄요. 저는 그런 여러 군상들에게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고 그 때문에 연극을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껄끄러운 모래알을 입안에 굴리고 있긴 한데 이걸
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굳이 뱉고 싶지도 않다는 그런 느낌. 유쾌하지 않은 현실을 바라보는 느낌
이란 그런 걸까요.
살아갈 때 수없이 부딪히는 모순들. 정면으로 부정할 수도 없지만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저변의 생각. '어차피 다 그렇고 그런거야' 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와닿는 찝찝함.
"여기가... 어딤까?" 극을 여는 대사와 닫는 대사가 같은,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른 <연변엄마>가
종료된 직후, 같이 연극을 본 친구에게 "기분이 편치 않다"라고 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
"불편하라고 만든 연극이야!"
그 말을 듣고 아하, 하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시원스럽고 깔끔한 결말이 아니어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영화든 연극이든, 보고 나서 "아~정말 잘봤네!" "통쾌했어!" "시원~하다!"라고 외치게 되는 것들이 있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연변엄마>는 그 분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처럼 불편하죠.
하지만 찜찜한 기분을 털어내고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은 꼭 필요한 불편함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주변, 내 이웃, 내 동포. 다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정작 우리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연변엄마>들을 인식할 때 그들은 '이방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치매노인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로,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만 않으면 되지 뭐. '하고 공공연히 생각합니다.
또 연극을 보며, 극 중 등장하는 가족들의 고급아파트를 보고 '아, 저런 집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네. '
또는 그 가족 중 프랑스병에 걸린 막내딸을 보고 '천만원 짜리 푸들을 그냥 사? 어이없네.하지만 저런 환경은
참 부럽다. ' 하고 무의식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들. 불편한 현실에 공감하는 자신을 보며 관객은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내가 처한, 내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하고요. 이 점만 보더라도
연극 <연변엄마>의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방 안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실내의
공기가 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제게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공연에 힘써주신 모든 분들과 열연해주신 배우분들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

사실 처음엔 무척 인상이 써지고 불편하더라구요.
엉망진창 한국의 단면이 그려져서 인지...

허나 난장판인 그 곳에서 연변엄마에게 위로받는 인물들을 보다보니 뭔가 짠해오면서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강애심님의 연기는 정말이지 박수가 모자랐구요. 그런반면 연변사람으로 나오는 조연분들의 연기는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않더라구요.

아주 추천할 극은 아니지만 한번 쯤 보면 좋겠다 싶은 연극이었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신 분의 연변사투리..아니 행동 모든게
보는 내내 실제 연변에서 오신분이 한국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는듯 하였습니다.

딸을 찾아야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 먹먹해지기도 하고..

가정부로 들어가 있는 집안의 유별난 구성원들에게
가족처럼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 참 순진해보이기도 하였구요~

연극은 무조건 코미디 위주로만 보던 제게
정통 정극도 재미가 있을 수 있다는걸 깨우쳐준 연극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변엄마 이 공연은 엄마가 들어간 타 공연들 같이
엄마의 애잔함과 희생정신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연변에서 온 엄마를 통해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연변에서 온 엄마 복길순이 딸과 아들을 위해서
한국의 한 가정에 들어가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실은 처음들어가 무대를 쳐다보게 되면
이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흐를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포스터를 보거나 여타 다른 홍보물을 접했을 때까지만해도 드는 생각으론
연변엄마가 딸을 찾으러 서울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극장에 들어와 무대를 보면
무대위엔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채색의 가구들이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가 보여주는 중심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인 샘이죠.

실은 저도 엄마이야기로 생각하고 엄마로 슬픔을 나눌거라 생각하고 들어갔기에
이 극에서 보여주는 아픔이 반전으로 다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연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방인들이 지켜보고 또 우리의 사회에도 당연히 존재하는 한국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나타내준 연극 연변엄마.

딱히 유쾌하다고 볼 수 없는 극이지만,
연기력 하나는 정말 박수쳐줄수 있는 배우분들의 열연으로 재밌게 공연을 보고 나왔습니다.

제목과 달리 왜 별 점을 왜 5개를 안주고 4개를 줬느냐 부터 말씀드릴게요.
연극의 제목을 두고 그 연극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쓰여질까 저 나름대로 궁리를 합니다.
아마 저와 마찬가지로 글 읽는분들도 조금은 신파극으로 극이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 하는 분도 계실텐데요. 아직 연극을 보지 않은 분께서 혹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셨다면 다행입니다.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말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흘러가더군요.

엄마의 대한 단상이 없는분들께는 어쩌면 연변엄마가 혹 내 엄마가 아닐까 하는 그런 기분좋은 이끌림에 몸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란 기분좋은 상상을 해봤습니다. 낯선이가 건네주는 손수건에서 오래 전 잃어버렸던 엄마의 그 채취..아니 엄마의 존재를 대신한 고마운 분의 기억이었을까요..

적어도 제 자신에게선 연변엄마의 외침이 그저 다른사람의 이야기구나 싶지가 않은 처절하게 끓어오르는 슬픔으로 다가오더군요. 일 마치고 허기에 지친 발걸음이 가는 식당이 있는데 전 매일같이 중국에서 온 조선족 아주머니의 "총각 어서와" 반가운 소리를 듣는답니다. 타지에 와 아무도 없는 그런 쓸쓸한 서울에서 작게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그 웃음과 친절이 그날의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이지 아닐까.. 제가 그 식당에 단골이 된것도 이런이유라 생각됩니다. 이제는 그들도 이방인이 아닌 우리와 함께하는 이웃으로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 한다면 우리의 인식에도 어쩌면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요..?

아...!! 까먹고 안 적을뻔 했네..ㅋ별 한개를 뺀 이유는 말이죠
아무래도 첫 공연인지라 배우분들도 긴장을 하신거 같더군요.
자연스레 보여지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특히나 젊은 배우분들의 억지스러움이 묻어나오는게
극의 에너지를 다소 처지게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갖게끔 하고 또!
막이 내리고 암전상태일때 무대 소품의 불빛때문에 배우들의 이동상태들이
눈에 하나하나 들어오는게 연극을 보는데 있어 현실과 구분이 되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엔 어디까지 연극에서만큼은 현실을 잠시 망각하게 하고 극의세상에 최대한 입각해야 한다 생각하는데 이런게 실수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동선인지는 잘 모르나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에선 암전에서만큼은 배우들의 이동이 보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분들께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인데요....
제발 핸드폰 꼭! 꼭! 끄고 관람해주세요. 작은 진동이 같이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몰입을 깨는 굉장히 큰 결례라는거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런 작은거 부터 잘 지켜진다면 무대에서의 배우분들도 혼신의 힘을 끌어서 좋은 공연을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요? 공연이란거 배우가 무조건 잘한다고 좋은 공연이 나오는게 아닌거 같아요. 공연만큼은 관객과 배우과 얼마만큼 소통하느냐에 따라 질 좋은 공연이 되는지 맥주에 치킨생각나는 공연이 되는지는 본인이 만들어 갑니다. 이런게 정말 사소한거 같아도 주위사람들 속으로 개 쌍욕합니다 꼭 핸드폰 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