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분들 모두 연기가 극에 몰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른 주인들에 의해서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던 자루.
그런 자루를 통해 자신속에 있는 악마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보다 나약한 사람에게 처음에는 선처를
그 다음에는 그 사람을 이용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나역시도 그런적이 있었으니.
이극을 통해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에 대해서도..

소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였습니다.
과연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외사랑, 짝사랑, 바라기가 되어도,
일방적, 독단적, 이기적이 되어도
우린 소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말이,
서로의 귀가,
서로의 눈이,
서로의 마음이
같은 곳을 향하면서
마주하고 있을 때에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
우린 안타까운 또다른 ''자루''가 자꾸자꾸 생기게 되는 것이겠지요.
제 자신의 귀와 눈과 마음은 어디를 향하는지,
한 쪽만 열려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불편해 할 수만은 없는 그런 공연이였습니다.

지난 주인이 오셨다 공연이 너무 짧아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공연장에 올라와 헐레벌떡 보고 왔습니다.

시종일관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자루,
그리고 그 밖의 "평범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감정들을 뭉툭하게 닳지 않게,
그냥 날것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내던지는 연출 때문에,
시종일관 불편하고, 또 불편하고.
자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리 만무하거늘,
무대위에서 부유하는 그 모든 감정을
마치 이해하고 흡수하는 듯 느껴지게 하는 연출에,
가끔 숨이 막히고,
오래 되어 닳아 빠져 무뎌진 느낌을 거꾸로 훑는 듯한 그 느낌에
불편한 쾌감을 느끼고.

사실은 다르지 않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자루를
다르게, 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나 현실적이고,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아니 내 자신이 그 속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돌아와서도 계속 머리에,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어려운 극을 쉽게 쉽게 직선으로 던지느라
혼신의 힘을 다하신 무대위의 배우님들,
좋은 작품 만드시느라 고생하셨을 무대 아래 스탭분들,
언제나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국립극단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얼마전 관람했던 연극 <들소의달>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연극이네요.
폭력이 한 인간을 얼마나 집요하게 따라다닐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개인이 나아가는 방향과 그걸 표현하는 연극의 방식은 자주 다릅니다.
<주인이 오셨다>에는 풍자와 희화화는 없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이 오히려 무덤덤하게 다가왔습니다.
한 살인자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내&#48183;는 대사가 인상깊었습니다.

이 극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의 &#49339;은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다.
식당주인 금옥이도, 순이도, 종구도, 자루도, 포주도, 심지어 자루의 친구 어머니마저도...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두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삶이 한 사회에서 비정상적으로 내몰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떠한가?
‘주인이 오셨다’는 이 사회가 불안하게 잉태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이 사회가 겉으로는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인간 본성 이면에 깔린 멸시와 편견, 소외 등 무형의 폭력이 이것은 필연적인 복수를 낳고 끔찍한 비극이 되어 되돌아오는지 경고한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어금니를 물고 눈물을 참아야 하기도 하지만 이 극은 다문화문제도 혼혈문제도 휴머니즘도 아니다. ‘주인이 오셨다’는 두 얼굴을 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극단적 연쇄살인이라는 기제를 통해 들춰내고 고발하고 있다.
재미있다. 이러한 극이 과연 작가의 손으로 씌여진 희곡이라는 것이 놀랍고,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텍스트를 소름끼치도록 완전히 소진해내는 연기에 감탄하고, 두부처럼 네모나게 솟은 사각무대 공간에서 섬세한 배우들의 위치와 동선, 숨쉬는 조명, 시시각각 빠르게 다른 장소로 변경되는 무대연출을 목도하면서는 실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2011년 10월 2일 고연옥 작가, 김광보 연출 ‘주인이 오셨다’를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