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자체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배우들 연기도 무난한 편이라 괜찮았습니다.

다만 객석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받은듯하더군요
아니 어떻게 관객들 자리가 부족해서
계단에 앉히고 여분의 의자를 가져다가 앉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안갔다는..

시나리오. 희곡.

거기에 반했다고밖에...

테네시 윌리엄스가 천재라고 할밖에...

ㅎㅎ



내가 생각하는 인상적인 부분



1. 피에타 성모상

피에타라 함은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를 끌어안은 마리아의 조각을 통틀어 일컫는 것이라 한다.

로라 윙필드는 엄마의 실망하는 모습이 두려워

솔직하게 말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딸이다.

엄마의 그 모습이 피에카 성모상처럼 슬프다고 했다.

자식의 주검을 품에 안은 어미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것만큼 비통한 모습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로라만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어쩌면 로라는 항상

그 피에타 성모상을 떠올렸을지도...



2. 행위예술

동행한 밥이 그랬다.

왜 톰의 내레이션 동안 두 모녀는 괴상한 행동을 했을까 하고..

나는 답했다.

뛰어난 연출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하고...

공연에 대한 평은 인간 내면의 심리를 표현했다고 하지만,

사실 난 공연 내내 그들의 내면이 상징적이라기보단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는 다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톰이 내레이션을 하는 동안

두 여배우가 가만히 있는 것이 극의 흐름을 어색하게 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행위예술같은 그녀들의 모습은

훌륭한 연출기법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 유리동물원

왜 제목을 유리동물원이라고 했을까.

로라는 자신이 오랜시간동안 흠모해온 짐 앞에서

자신이 오랜동안 소중히 수집해온 유리 동물들을 보여준다.

거기에서 짐은 특별히 유니콘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가 결국 유니콘의 뿔을 깨뜨리고 마는데

로라는 말한다.

이제 다른 말들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유니콘도 이제 더 많은 친구를 사귈수 있을거라고...

절름발이인 로라는 자신을 그 유니콘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짐에 의해 자신도 보통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 씬을 위해 유리 동물들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지도...

그래서 제목이 유리 동물원이 되었나보다.

사실 유리동물 어느것 하나도 소품으로 있지 않다.

관객은 철저히 그 유리동물들을 상상속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실제하지 않는 유니콘을 상상해 낸 것처럼

우린 꽤 쓸데없는 것까지 만들어낸다.



4. 대사와 배경

연극의 배경은 과거에다 다른 나라이지만,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좌절은 하되 용기를 잃은적은 없다는 짐은

어쩌면 암울하고 부정적인 윙필드가의 사람들과는 참 다르다.

배우들의 대사와 시대적인 배경은

내가 윙필드 사람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몽상가인 톰의 아버지와

망상가인 톰의 어머니와

소심하기만 한 톰의 누이와

현실과 꿈에서 괴로워하는 톰까지

그들 모두가 내 안에 있다.

4월5일 오후4시 대학로 상명아트홀 에서 유리동물원 연극을 보고왔다.

유리동물원 은 미국 1920년대 공황기에 냉혹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신적 으로 물질적 으로 서서히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홍대에서 뵙던 우석훈님 의 말씀처럼..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88만원세대,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것인가? 가 생각

나는 것은 왜일까? ... 유리동물원 은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을 재창조 했다. 귀족출신의 어머니 아만다 는 자신이 하층민

처지에 놓인 지금 현실을 인정하는 걸 힘들어 하며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

을 회상하며 살아 가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부족할 것이 없었던 화려한

시절들이 마치 도미노 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적응하는데 에

힘들수도 있겠다 싶어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극도로 수줍음

과 부끄러움 을 타는, 다리를 저는 지체 장애인 딸 로라는 유리 로 만든 동물

을 수집하며 이러한 취미가 로라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냉소적인 아들 톰은 신발공장 직원으로 일하며 시인 이 되고 싶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괴로워 한다. 결국 톰은 힘든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을 외면한 채 선원생활을 하기위해 떠난다. 그리고 모두 부질없는 것

같다는 표정으로 가족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후회하면서

보낸다. 톰의 나레이터 형식으로 진행된 연극은 기억, 회상 이라는 걸 보여

주는데 뭔가를 기억, 회상하는 자체가 필연적 으로 다소 슬픔, 아름다움에서

베어나오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소 무거운 듯한 느낌을 주는

음향효과 는 의미심장 한 많은것들 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연극에서 떠오르는 대사 가 있다. 당신이 힘든건 열등감 때문이다. 누구나

좌절은 한다. 난 좌절을 해도 한번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좌절과 용기와

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은 정말 놀랍다. 세상을 바꿀수

있을만큼, 새사람 으로 바꿀 수 있을만큼 시간은 두공간의 가장 먼 거리이다.

대사에서 비춰지는 상징적인 뉘앙스와 인간의 내면 에 자리 잡고 있는 심리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클로즈 업 되듯 다가오는 연극 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봐야 할 것 같은 훌륭한 작품 이다.

*공연보고 예매처에 남겨달라고 했는데 그래서 공연보고 그날 예매처에

남기려고 하니 거기 길 안내하는 staff 가 인터넷에 남기는 거라고

해서 그냥 인터넷 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