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미디로 코미디 처럼 그리가볍게 볼 연극이 아니다.
스토리가 하나하나 풀려나가면서 집중력은 점점 더 해지게 되었다.
굿굿/!

지난 번에 공연할 때 못 봤는데 연장공연 한다길래 기다렸다 보고 왔습니다.
의외의 수작입니다.
큰 기대없이 갔다가 기분 좋게 돌아왔습니다.
제법 웃기기도 하면서 마지막 한 방도 있는 좋은 공연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가면 좋겠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코미디를 중심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사극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포스터도 그렇고, ''웃다가 배찢어져 죽는 조선실화코믹미스테리수사극''이라는 캬피도 그렇다.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를 낮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코믹 연극''이라는 작품들 상당수가 깊이 있는 웃음이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한 웃음보다는 즉흥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 역시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에는 머리를 크게 강조한 우스꽝스러운 포스터가 큰 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행히도,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게도 ''안진사가 죽었다''라는 연극은 단순한 코믹미스테리수사극으로만 말하기에는 아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코미디와 웃음이 상당히 많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와 추리 또한 담고 있고, 무엇보다 조선시대라는 시간적/사회적 배경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을 부조리함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겨누고 있다. 이런 점들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있는 작품이니 그저 코믹 연극이라고 하기에는 안타깝고, 의외로 이런 수작을 만날 수 있었으니 다행인 셈이다.

원님으로 대표되는 관료와 안진사와 같은 토착 유지가 결탁하여 유지되는 마을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안진사는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하고, 재산을 나눌 줄도 알며, 어려운 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기도 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나타나있고, 그 덕분에 평화로운 마을에서 관료들은 딱히 분란 없는 행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안진사가 살해당하고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가족이 억울함을 제기하며, 중앙 관청에서 직접 사건의 배후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숨겨져있던 진실이 폭로된다. 토착 유지와 관료라는 지배층 사이에 금전으로 이루어진 결탁, 지배층들의 갖은 횡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권력이나 수단이 없어 전혀 대항할 수 없었던 피지배자들, 그러나 공고하게 구성된 마을의 이런 구도와는 상관 없는 외부인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착한 어른''으로 이었던 안진사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안진사 살해 사건이 내내 억압당하던 피지배층들이 더 이상의 핍박을 견딜 수 없어 감행한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 이후의 내용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취급을 당했던 이들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싸워가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계급 사회에서 지배계급에게 대항하는 피지배계급의 모습과 처음으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하여 뭉친 민초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의미도 의미지만, ''안진사가 죽었다''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진지한 주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재미, 액션, 추리 등등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두세번 나오는 택껸 장면은 좁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이라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액션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작품이 마무리 되는 마지막 즈음을 제외하고는 공연 시간 거의 내내 유머 코드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웃기기 위한 억지스러움이 없어 아주 편하게 웃을 수 있다.
이런 액션/유머 장면들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작품의 주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진지해야하는 순간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순간의 조절과 변환이 어색하지 않게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역시 연출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모두 탁월하기 때문 아니겠나 싶다.

딱히 아쉬웠던 점을 찾기 어려운 연극이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나 ''오월엔 결혼할꺼야''처럼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홍보가 가장 아쉬울 정도다.

무조건 웃기기만 하는 연극 절대 아닙니다..
사극도 아니것이 현대극도 아닌것이.. 합쳐놓으니 잼나더라구요..
감동과 재미는 어느 공연 부럽지 않을만큼 최고였어요..
특히 극중 큰애기역할을 맡으신분.. 연기 완전 잘해요~~
소름이 쫙 끼쳤답니다..
공연이 끝나면 교훈이 남아요..
착하게 살자~ 죄를 지으면 언젠가 죄값은 치르게 되어 있다.. ㅋ
연기자 분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정말 좋은 연극 봤습니다..

PS. 이 공연이 실화라는 점이 더 좋았습니다.. ^^

제가 연극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연출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몇가지 소품들을 여기저기 사용해가며 극이 쉴새없이 진행되어갑니다.
출연진분들의 연기력 또한 좋아서 몰입도 높은 연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