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활극 ''병신3단로봇''을 만든 극발전소301의 작품이고, 역시 같은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자였던 정범철 씨가 ''그 날이 올텐데..'' 역시 작가이자 연출을 맡았다(그래서 두 작품에서 같은 특수효과를 쓴게 보이기도 했다). ''병신3단로봇''과 비슷하게 이 작품 역시 연극에서 흔히 찾기 어려운 SF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있는 것을 보면 극발전소301과 정범철 연출의 SF 장르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가 보다.

다만 그런 SF 장르에 대한 애정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는 점은 아쉽다.
''병신3단로봇''이 그랬듯 이번 연극 역시 쉽게 접하기 힘든 소재인 ''종말''을 적극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었다. 특히 ''종말론''에 대한 철학적 접근 같은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정말 종말이 온다는 가정 하에 벙커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종말이 현실화될 때 그들의 변화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아주 참신했다. 영화 중에서도 일부 블록버스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종말과 그에 대처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 아닌가. 그런 순간을 무대 위에서 실제 연기로 구현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멈추었으면, 종말의 시점에서 서로의 이익을 채우기 위하여 혈안이 되고 본심을 모두 털어놓는 모습에서 멈추었으면 이 작품의 여운은 상당히 강하게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극 ''그 날이 올텐데...''는 마지막 10여 분에서 너무 나가버렸다. ''병신3단로봇''이 마지막 장면들 때문에 그 앞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과 땀까지도 묻혀버린 것처럼, 이 연극에서도 내내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로 보여주었던 인간들의 모습이 갑작스런 ''외계인''의 등장으로 한 번에 수면 아래로 잠겨버린 것이다. 설마 외계인 마저 지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종말''와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라는건 아니었겠지? 설령 그런 것을 의도하였다 하더라도, 그건 인간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야지 외계인이라는 건 너무 갑작스런 소재의 전환이 아닌가 말이다. 마치 어떤 인물의 대사에서 직접 말한 것처럼 ''도대체 이 연극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였다.

분명히 이 작품은 꽤 좋고 참신한 소재와 괜찮은 인물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인물들이 번갈아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통하여 그들이 종말을 왜 대비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숨겨왔던 속마음이 어떻게 유래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 장면은 이 작품에서 주제를 드러내는, 가장 좋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연극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름 탄탄한 구성과 각본으로 현실감을 가지고 종말을 대하고 있었는데, 총기가 마구 난무하기 시작한 이 때부터 연극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차라리 행성(혜성?)이 충돌하는 그 순간,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면 더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왜 굳이 마지막까지 잘 가서 그런 비현실적인 연출에 외계인까지 등장을 시킨건지... 마치 중앙선에서부터 환상적인 드리블로 키퍼 앞까지 간 공격수가 골대 옆으로 슛을 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일수록 과학적 고증을 좀 더 엄밀하게 하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행성 충돌로 지구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설정을 하였다면, 행성의 크기나 종말의 속도와 양상 같은 것을 세밀하게 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말 대비의 주동인 안상구가 KAIST(고맙게도...) 출신의 천재로 등장하는데, 그의 입에서 그 거대한 크기의 행성이 지구에 접근한다는 사실을 종말 직전까지 정부 당국이 숨기려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영 어색하다. 그 정도의 행성이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장비에도 이미 발견되어서 감출래야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 미터 바깥에 행성의 잔해들이 충돌하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고, 심지어 충돌 이후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 대기권에서 타버리지 않고 사람들 눈에 그 정도 크기로 보이는 운석이 충돌한다면 100 미터 거리 정도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다. 이런 사례들이 작품의 내용 전개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어떤 관객에게는 몰입해있던 작품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오게 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이 연극에서 가장 크게 기억이 남은 부분이라면 아마 사과밭 주인을 연기한 유재돈 씨가 될 것 같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내내 침착하고 조용하면서도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던 배우였다. 다른 무대에서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만에 들었더랬다.

극발전소301의 이런 작품들이 분명히 재밌고 인상적이긴 하다. 다만 약간은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하는, 그리고 좀 더 엄밀한 설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SF는 어디까지나 ''Science'' Fiction이니까.

2012년. 종말론이 거세다. <그날이 올 텐데>은 종말을 주제로 언젠가 다가올 ''''그날''''에 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극의 배경은 어느 한적한 사과밭. 내일 지구의 멸망이 와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를 연상시키는 사과밭 주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는 덩그라니 벙커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지구를 향해 올 유성에 대비해 제작 중인 벙커에는 벙커 제작에 전재산을 투자한 복부인과 이들을 중개해준 공무원, 벙커를 설계한 천재 과학자,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식을 전해줄 대학교수, 그리고 사과밭 주인이 탑승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벙커에 교수의 딸과 사과 밭 주인의 전처가 찾아오면서 누군가는 벙커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겨져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사고로 벙커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이제 범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다 세사람 뿐. 누가 남겨질 것인가.
이제 사람들은 서로 벙커에 들어가야 한다고 외치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며 부조리한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놓으며 ''''이 모든 일은 다 MB &#46468;문이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어차피 이제 곧 다 멸망할 텐데 못할 말이 어디있냐는 식이다. 거침없는 사회, 정치 비판 속에는 돈이 되는 공연에만 투자를 하는 공연계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뮤지컬이 돈이 되니 다들 뮤지컬만 제작한다고 한다. 노래를 못해도 개나 소나 다 뮤지컬 한다고 하니 연극계는 누가 지키나!!!!! (....이런 정말 진심인것 같다 ^^;;)

이들의 거침없는 비판에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권력층에 대한 비아냥과 이들의 비이성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참과 거짓도 구분하지 못하는 우매한 대중들을 모두 꼬집는다. 이들의 날선 비판은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음이다.

이내 지구를 향해 유성이 쏟아지지만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져 종말의 순간조차도 여전히 싸움을 계속할 뿐이다.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모습은 유성의 충돌이 아니더라도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차피 모두 공멸하게 될 뿐이다. 바로 그것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다.
극의 핵심은 세상의 종말 여부가 아니라 서로 미워하고 싸움만을 계속하다가는 언젠가 인간은 스스로 공멸할 것이라는 것이다.
인류 멸망의 날은 자연재해에 의한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든고 있다는 것을 보며, 함께 살 것인가, 아니면 다 같이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인류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르지만 극은 희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극적인 상황과 인물들이 대립하면서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사실 웃음보다는 폭소에 가까울만큼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특히 마직막 외계인의 등장씬에서는 의자에서 구를 뻔함.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작품보다 큰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불허다. 극중 배우가 도대체 이 연극을 어떻게 끝내려고 그래!!!!라는 대사가 나올정도로 예측불허다.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다. 그리고 메세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애매한 대사나 너무나 황당한 장면이 이어져도 내용들이 다 이어진다.
[그 날이 올텐데]는 자신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황당하고 실랄한 비판, 모순된 인간관계만을 통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모두 다 전해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외계인들의 그 흉내낼 수 없는 대사들은 모두 삭제하는 것이 어떨까?
그 장면들은 정상적인 지구인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먼 이야기임. ^^

연극 ''그날이 올 텐데''라는 제목만을 보고, ''그날''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은 후, ''지구 종말이 다가옴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그렸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연극을 관람하게 될 날짜가 결정되니, 연극에 대한 필자의 궁금증은 더해 갔다.

연극 ''그날이 올 텐데''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리 무겁지 않게 다뤘다. 중간 중간에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었고,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극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혹은 다양한 계층의 직업군이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러한 것들은 필자 나름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단솔프로젝트 패키지를 구입하여 하나하나 관람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이야기.
그 날이 올텐데.

작은 무대 위는 어느 사과밭.
무대 뒤편에는 조그마한 지하 벙커가 자리를 잡고 있고
과수원 주인, 복부인, 천재 과학자, 공무원, 대학교수가
차례차례 등장하며 이 황당한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갑니다.

오고 가는 대사 속에서 꺄르르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관람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연극에서 던져진 그 물음들이 남아
종종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연극.

더 많은 분들이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乃

"그날이 올텐데" (2012 단솔프로젝트 두번째 작,연출:정범철 출연:유안, 오창경, 유재돈, 최은경, 명인호, 안상완, 송영훈, 강유나 제작:극발전소301) 올해는 프로젝트 공연이 유난히 많은 것같다. 그 중에서 소극장에서 하는 프로젝트지만 관심이 가는 작품이 "그날이 올텐데" 였다. "타임택시" 와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 를 재밌게본 기억이 있는 극발전소301 작품이다. 이번 공연도 정범철 연출님의 재치있는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재미를 더해 주었다. 페이소스가 약한게 아쉬웠지만 못보신 분들께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