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작가와 강영걸연출. 연극을 좋아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고 있으며, 연극관련의 장소와 인연들을 항상 가까이 두는 나는 아직 연극을 모르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버거웠다. 연극의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나는 한 없이 가벼이 날고 싶어 하는 나이인지라 선문답 식으로 나의 현 생각들을 넓고 두껍고 무거운 담요로 덮어버리는 공연이었다. 주연배우의 어수룩한 연기가 다소 흠이었지만, 이 배우를 주연으로 세웠을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작품 안에 들어가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막의 중간 중간과 연극배우 최종원과 오현경의 등장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이 분들은 내가 이미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말투나 분위기를 알고 있었기에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과 몸짓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표현그대로 연극적이었다. 상대의 말을 받아 자신의 말을 하는 간극의 차이도 배우마다 너무 일정했으며, 그래서 어려웠다. 각설하고, 나는 이 연극을 이해하지 못한 창피함을 이렇게 늘어놓고 있다. 이만희작가와 강영걸연출. 연출선생님 이름은 처음 들었다. 작가선생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작품은 처음이다. 왠지 모르게 이 작품은 봐야 한다는 끌림이 있었다. 대학로도 아니고 노원구에 있는 문화예술회관까지 가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가야할 것 같았다. 나는 연극의 큰 획의 순간이 있었다. 예전에 최인훈 선생님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의 어미 역으로 치기어린 열정을 앞세워 많은 것을 어그러뜨렸던 그 시절에, 나는 국악에 가까워졌다. 많은 필모가 없기에, 아직도 해금이나 가야금, 창이나 판소리를 들으면 달래가 생각나 아비가 생각나 눈물이 고인다. 이 무슨 ‘척’인지. 막과 막 사이를 메우는 전통악기의 소리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다가가지 못하는 작품의 거대함에 음률을 타고 다가가 볼까 했지만,, 불가능했다. 주인공 스님의 과거가 (아내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봤던) 드러나면서 나는 입을 막았다. 소리가 나왔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입을 막아야 했다. 주인공 스님을 끌고 밟고 밀고 다시 끄는 최종원의 연기 호흡에 고개를 계속 끄덕이고 계속 가로 저었다. 한국무용수인 여자 분의 춤사위도 작품에 적당한 정도의 괴로움과 고통을 얹어주었다. 아.... ... 머리가 아팠다... 결국 주인공 스님은 본인의 눈을 찌른다. 오이디푸스가 생각났다. 자신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은 눈을 찔러 시력을 없앤다. 시력이 없어지면, 본인이 행한 일들의 후폭풍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정말, 내가 생각해도 가벼운 해석이다. 나는 연극을 보면 볼수록, 멀리하고 싶어서 가까이 있는 것일까. 공연 전과 후 그리고 공연 마지막을 꽉 채우고 있는 창과 같은 음악이었던 법구경의 내용으로 후기를 마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마라. 미워하는 사람을 가지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 괴롭다. 강영걸 연출이 기사에서 이제부터는 이만희 작가의 모든 작품을 무대화 시키겠다는 말을 했다. 한 작가의 예술성을 믿는 한 연출의 말이, 습작생의 마음을 울리고 또 울린다. 동시대에서 그의 작품을 믿고 모든 것을 걸어 보겠다는 말을 듣는 동지를 만날 수 있는 예술가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