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하고 대학생 때는 연극 무척 많이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연장을 안 찾게 되더라구요. 공연장을 다시 찾기 시작한 지 일 년 좀 넘었는데, 더이상 감수성 민감한 학생이 아니다 보니, 대사 많이 나오는 공연들은 지루할 것 같아 볼 엄두가 안 나서 연극을 제외한 공연만 봤습니다. 인터파크 하트박스로 연극 티켓 교환권을 얻게 됐는데, 음악 안 나오는 순간을 지루해하는 최근의 제 성향상, 연극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고 큰 기대는 안 했어요. 하트박스로 볼 수 있는 공연은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완성도도 바닥인 것 같은데, 그래도 그와중에 그나마 ''해피투게더''가 제일 괜찮은 작품인 것 같아서 선택했거든요. 연출가 경력을 보니 문학적인 연극 작품 많이 연출하신 분인 것 같아서... 예전과 달리 지금은 ''문학적인'' 연극이 지루하게 느껴져서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코미디류의 다른 작품들은 더 지루할 거라는 게 뻔했거든요. (전에 하트박스로 ''쓰레기 같은'' 코믹 뮤지컬을 엄청 지루하게 본 경험이 있기에...)

그런데... 감상적인 작품도 절대 아닌데, 마음에 와닿는 게 굉장히 강렬하면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걸 꾹 참아야 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끝나고 환호를 보내고 싶었지만, 작품이 많이 어두운 느낌이다 보니 차마 환호가 나오질 않더군요. ^^; 박수만 열심히 쳤는데 객석의 감동과 여운이 배우분들께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부터 스포일러-

비슷한 상황(inmates 폭행)의 반복으로 지루해질 수도 있는 위험이나, 소재가 유도할 수 있는 편향성과 감상주의를 기술적인 세련됨으로 잘 피해갔다고 생각하고요. 기술적인 세련됨이란, 이를테면, 선형적이라고 하기 힘든, 뚝뚝 건너뛰는 것 같은 전개방식, 감정 없이 맑은 톤으로 무심한 듯 casual하게 불리는 짤막한 노래들(한 분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멤버이셨군요), 소도구나 무대장치 일체 없는, 관객의 상상력을 신뢰하는 현대적인 연출 방식, 가해자의 입장을 그 자신의 입을 통해 들려줌으로써 그를 무슨 ''악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상투적이고 뻔하게 묘사하지 않은 점, 조금''만'' 코믹(?)한(가벼운 장난 같은) 대사들(그런 장난이 과도했다면 작품이 너무 가벼워져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딱 아주 잠깐만 분위기를 전환할 정도여서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방심해 있던 객석에 강렬한 충격효과를 던지며 확 폭발하는 순간(구타 장면 같은)과 적절하게 절제된 순간(성폭행 장면 같은)이 조화된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 소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다뤄졌다면, 일일이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며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알고 싶어하는 관객의 궁금증을 싹 해결해줬겠죠. ''나쁜 놈''이 인과응보의 최후를 맞는 ''해피엔딩''이든, 피해자들이 시설에서 최후를 맞는 비극적 결말이든.... ''그래서 수용 인원들이 시설 나온 거야 못 나온 거야?''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게 만든,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결말 때문에 여운이 더 강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굳이 작품을 액면 그대로, 실제 사건과 연결지어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작품만의 독자적인 예술성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상징성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공연들에서 객석으로 뭐 던지는 거 많이 하잖아요. 당연히 ''눈발''이 객석으로 날아올 줄 알고 머리에 흰 종이 뒤집어쓸 준비 하고 있었는데, 배우분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눈 부릅뜨고 있는 힘껏 세차게 ''눈뭉치''를 던지셔도, 그 ''눈뭉치'' 객석으로 안 넘어오더라구요. 어떤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인물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집에 와서 밑의 후기를 보니 어느 분이 "진실은 멀리가지 못하고 마는 슬픔을 극적으로 잘 표현하였다"고 쓰셨군요. 이 말이 더 설득력 있는 듯하네요. ^^

몇 년은 더 젊어진 것 같은 기분으로 대학로를 걷다 보니, 각종 연극 포스터에서 눈에 띄는 글자들... ''햄릿''이니 ''체호프''니 ''이윤택''이니... 제가 연극 많이 보던 시절에도 이미 연극계는 어려웠고, 지금은 더 망해가고 있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어려워도 우리나라 연극계, 계속 살아있나 봐요. 아무튼...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이수인 연출의 연극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굉장히 정신없는듯하면서 질서정연한 극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이번에도 특별한 세트라든가 도구는 없다
조명이 많은 역활을 하고 있고 거의가 배우의 힘과 연출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연극의 내용은 불편하다
이전에 왕과 나를 키득대며 본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도 그만의 재기발랄함이 곳곳에 숨어있지만
마냥 웃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된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권력이 동조하였고
시대가 묵인하였던 그 시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박인근 원장 가족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중,고등학교도 차렸더라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연관이 있던데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인해
여전히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이하게도 연출은 주된 화자를 가해자로 설정하였다
그래서 더욱 분노하며 연극을 보게된다
전체적인 배우들의 고른 연기도 좋았고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보컬이 부르는 노래들도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아무리 던져도 객석의 앞에 떨어지고 마는 눈송이, 휴지처럼
진실은 멀리가지 못하고 마는 슬픔을 극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장영승이라는 분이 대표로 있는 다리 라는 곳에서 제작한 작품이던데
앞으로 모바일 드라마, 영화로 확장해가며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그의 활약도 앞으로 기대가 된다

마음아프지만 한번쯤 관람을 추천한다
연극적으로 완성도가 좋다
다만 불편한 이야기때문에 싫어할 사람들이 있을거같다는 점이 흥행에 문제가 될것이다
초대권으로 관람했는데 절반도 채우지 못한 객석을 보면서
내마음이 다 허전했다
남은 공연기간 중 시간이 되다면 구입해서 다시한번 보고싶다

원장역 하시분 존재감이 넘치시더군요.
연기인거 알면서도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보는동안 너무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다시는 반복되면 안되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기위해서
한번씩이라도 보는거 좋은거 같아요.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 이며,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 명 연기, 리듬감 있는 흐름, 상냥한 여배우들이 극의 분위기를 업시킵니다!
자신 있게 강추합니다. ^^

세상에는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80년대 중반에 있었던 형제 복지원 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거대한 소재를 두 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에 풀어내기가 쉬운 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욕과잉은 솔직히 힘들었다.
무거운 소재를 덜 무겁게 풀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과장된 연기에 반복이 많아서 졸음이 오기도 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 시대를 (겪지는 않았지만) 들었던 그리고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부채감이 있다.
이렇게라도 입소문이 나서 많이 봐줬으면 하는..
더 많이 봤으면 좋겠고 다른 장치로도 알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