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명의 배우에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고 진솔하게 다가왔던 작품.
웨이팀인 정은표, 이동규 편으로 봤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무거운 주제에 한없이 안타까운 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주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표정 하나, 목소리 외침 하나...
진심어린 정감이 묻어나는...재미있는 공연이었다.

2009년을 시작하며 좋은 공연을 찾던 중 '밀키웨이'를 찾게 되었다.
서편제를 인상깊게 본 나로 김명곤씨의 연출이라는 타이틀이 좀 끌리게 되었고
게다가 2인극은 잘 보지 못한 공연으로
이 공연을 확정짓게 되었다.

독일 이야기라고 해서 웃음도 잔잔하고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이겠구나 했는데
공연을 본 후 그냥 미소짓게 되었다.

공연 내내 한사람의 일생을 보면서
정신병동의 한 환자인 나를 보게되었다.

서로 옆사람과 인사하고 전환을 도와주면서 극에 참여까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았다.
류태호씨의 캐릭터변신은 다음장면들을 기대하게 했고
정의갑씨의 역할을 점차 이해하게되었다.

류태호씨의 등장만으로도 참 그 장면이 기대되는 그 에너지있는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생각을 갖게 했다.
"지구는 나에게 어떠한 곳일까?"
아직 확실한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살아볼만한 곳인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장애물이 있기에 내가 좀 더 역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순탄하기만 하면 인생이 재미있을까???ㅎㅎ

요즘 대학로에가면 웃기기에만 급급한 공연들이 많이 있는데
연극은 사람들을 계몽하고 교훈을 주는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
좋은 공연을 본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다.


아쉬운 점이라면.....
좀 소극장에 맞지 않게 오버스러운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캐릭터의 변화에 물론 뚜렷함이 필요했겠지만
상황에 맞지않는 행동이나 목소리크기는..^^


어쨌든!!!!!!!!!!!1
2009년 새해.
지구는 나에게 어떤 곳이며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준 '밀키웨이'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090101 Thu_ 연극 '밀키웨이'
대학로 두레홀 2관 3:00PM 나열 22번/ 정은표, 이동규 캐스팅
상상마당 초대권으로 관람


배우는 역시 배우.
가슴에 한 줄기 희망이 좌절되는 순간을 맞이할 때, 아주 잠시였지만 두 눈에 반짝,
투명한 슬픔이 고였다.
"살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빚을 다 갚고, 이 세상 형벌을 다 받겠어요.
살아있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통계학적으로 생존, 오로지 그 하나가 삶의 목표 였던 그에게
"넌 별수없이 너야. 절름발이일 뿐이야."라고 말할 때 마치, 내 꿈이 좌절된 것만 같았다.

"난 떠날거야. 서류가 없는 곳으로. 전사 통지서가 없는 곳으로. 출입문이 없는 곳으로."
밀키웨이를 찾아 떠나는 그. '박성호'란 이름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

어떻게든 정 붙이고 살아보려던 이곳에서 튕겨져나간,
소외받고 버림받은 그가 비극적 상황에서 찾아헤맨 것은 '희망'이었다.
정신병원에 가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은 그것.
때문에 극은 슬프지만 결코 비극일 수는 없다. 가슴 속에 밀키웨이가 존재하는 한.

이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살아있다라는 사실의 소중함도.
나는 내 이름 앞에 얼마나 성실했던가, 단 한 번이라도 경건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사소하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두 배우의 힘을 보여 준 연극이다.
밀키팀과 웨이팀 누굴 선택해도 좋은 작품이다.
장소의 협소함과 좌석의 불편함을 뛰어넘는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