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가를 적벽가답게 잘 살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련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뛰어난 무대와 연출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한 편의 장엄한 수묵화 같으면서도 음악들도 예사롭지 않았어요.

저는 마지막날 공연을 보았지만, 조만간 이 공연이 또 막이 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재관람 관객의 수도 무척 많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제가 관람한 날도 관객의 거의 꽉 찼구요. 모두 공연을 즐겁게 진지하게 관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국악에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앞으로 롱런할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판소리 ''적벽가''는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으나, 최근 한승석 님이나 이자람님의 공연으로 ''활을 쏘다'' 새타령'' 등 일부 장면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전 송순섭 명창의 소리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에 흠뻑 반했었다. 맑고 정교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소리를 통해 이야기가 그려지는.. 진정한 판소리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판소리는 음악만이 아닌, 극만이 아닌, 판소리 자체의 특성이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극 ''적벽가''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에는 이야기가 없었다. 커다란 화면 위에 아름다운 그림과 무대 세트. 그리고 세트처럼 움직이는 배우들. 거기에 소리는 단지 부수적인 장치로 전락한 듯 보였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무대가 너무 아름다워 오래 생각날 것 같다. 부채 모양의 세트는 정말 압권.

뮤지컬과 오페라, 연극, 기타 다른 국악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었지만 창극이라는 장르는 처음이었는데요.
소리꾼들의 기량도 기량이거니와 이소영 연출의 섬세한 연출이 참 돋보였습니다.

특히 적벽대전 조조의 백만대군이 화재로 모두 전멸하는 모습과 그 옆으로 그 백성들로 이루어진 군사들의 어린 아이들이 상복을 입고 줄줄이 걷는 모습은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송순섭 명창의 죽은 군사들이 새로 환생하여 잘 살기를 기원하는 새타령은 마음아프면서도 카타르시스가 있더군요.
아주 좋은 극이었습니다.

중간에 재즈느낌나는 것도 무지 좋았고 특히 무대 연출력이 정말 좋았어요

판소리는 홀로 극을 표현한다. 오밀조밀함. 홀로 재잘거림이 만들어내는 사변적 풀어냄. 창극은 어떻게 본다면 역설계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홀로 풀려 나오는 것을 풀어 다수가 웅장함을 표현하려한다. 국립이라는 이름아래 어쩔수 없는 클리세를 제외하고라도, 과연 이게 옳은 방향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나쁘지는 않다. 변형되는 장치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영상을 더한 시도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대의적이지 않은, Saga가 아닌 평범한 한 개인인 청자가 무언가 강요받기 보다는 재밌게 즐길수 있는 형태와 해갈됨에서의 역설계가 항상 바람직 하냐는 점이다.

한국적인 무언가를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시도 중 나쁜편은 아니다. 오히려 괜찮은 축에 속하고 이런 노력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진지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쁜가 하는 것도 아니다. 이 극은 그간 보아온 것 중에서는 꽤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뭔가 조금 나른하고 느슨하다. 구조가 바뀌었음에도 풀어냄은 그대로라서 그런걸지도. 별 셋 조금 위.


덧붙여 요즘도 학생을 관객으로 밀어넣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지없는 관람태도로 만들어지는 행위들이 관람에 방해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