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4. 05 일

허밍스 아트홀

연극이 시작되고 내가 앉은 쪽 벽에 보고싶습니다란 말이 조명으로 비친다.

보고싶다. 감정적으로 그립다는 말일까 아니면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싶다는 뜻일까?

이런 별스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 말을 살펴보면 이중적인 뜻을 지닌 말이 참 많다.

그런데 연극을 다 보니 그 둘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였다.



지지리 못살고 모든 것이 부족한 오래 전 그 때 그 시절 경상도 시골의 한 동네

오래 전에 홀어미를 버리고 도시로 떠났던 독희

그는 돈을 벌어오겠다면서 떠났고 결국 돈을 지고 왔다. 하지만 그냥 혼자 온 것이 아니라 뒤를 쫓는 사람을 한 명 붙여서 왔다.



독희는 배에 칼을 맞고 몸이 좀 불편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돈을 지고 왔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만남. 어머니는 이미 치매 때문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잠시 독희가 집을 비운 사이 어머니는 피가 스민 그 돈을 가지고 종이학을 한 봉다리 접는다.

어이 없는 독희 왜 이러냐고 하니 어머니 하는 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단다.

그 소원은 무엇일까? 한번 상상해 보라.



그 소원. 너무 가슴이 아프다.

치매 걸린 독희의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자 독희 신이 나서 말한다.

'에잇. 급한데 아무나 가자' 동네 구멍가게 '지순상회'에 가서 박카스를 사고 돌아오지만

어머니는 결국 영영 못 돌아올 곳으로 떠난다.

이 곳이 싫다고 벗어나자고 울먹이던 독희

그런데 그런 그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은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자 눈이 먼 지순

그녀는 동생 지성과 함께 사는데 큰 욕심 없다.

동네 술집 주인여자 명자가 뻥튀기 한 봉지라고 우기고 물건을 한보따리 챙겨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웃는다.



그런 지순의 개안수술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든 자신감 없고 겉도는 동생 지성

동네 양아치에게 매일 얻어 맞고 뜯기고 산다.

참,,, 왜그리 할 일 없고 헤매는 청춘은 많은지....

동네 양아치들에게 접근한 그, 그는 숟가락을 훔쳤다는 알듯 모를듯한 말로 양아치들의 마음을 접수하고 기다린다. 독희가 잡히기를..



이제 독희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고향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데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지순을 제일 아끼고 돌봐줄 바로 그들은 서로를 죽고 죽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순.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바람 솔솔 분다고 노래를 하더니

결국 그 운명의 밤 하늘에서는 벚꽃잎 같은 눈이 내리고 소원을 이루게 한다는 종이학이 내린다.



그동안 연극을 꽤 많이 봤지만 내용과 연기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내 마음이 잠시나마 청량해짐을 느꼈다.

독희역의 남자 배우 정말 좋았습니다.



원래 이 연극은 겨울용이다. 겨울이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눈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 눈에는 벚꽃같이 보이니 참.. 난처할세. 그리고 지순역의 배우 머플러에 겨울옷에 고생이 심할 듯 합니다.

세트를 보면 저기 멀리 있는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퐁퐁 솟아오르고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아쉬운 오래전 그 때 그시절이 떠오르는 연극이다.



눈물을 닦고 일어서는데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까.

박카스는 약국 외에는 팔 수 없는 것인데...

근데 지순은 박카스를 팔고 팔고 또 판다.

뭐 연극에서 합법적인 것을 바라는 것은 나의 큰 기대인가?



연극 보고싶습니다의 모든 배우들 건강하세요.

배우들의 연기도 최고였지만,,
무대가 정말 잘 만들어졌습니다..
작은 무대를 정말 잘 활용한것에 감탄,,
포스터만으로는 조용한 눈물이 나는 연극일것 같지만,,
어쩜,, 웃음과 눈물을 이렇게 잘 섞어 놨는지... 또 한번 감탄..

그래.
뻔한 스토리임에는 분명하다.
밑바닥 인생 독희와 순박한 지순.
그들의 사랑이 쉬울 수 있겠는가?
가난했지만,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이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더 이루어지길 간절히 희망하는것 아니겠는가?

누나를 자기 목숨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동생 지성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기다리다 치매에 걸린 독희의 엄마.
그들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돈을 훔쳐 달아난 독희를 쫓아 달동네까지 찾아온 두목 상도.
그도 분명 뺏긴 돈 때문에 독희를 찾아 복수하려 온 건 아닐것이다.
물어보고 싶었겠지... 왜 날 배신했는지...
믿었던 놈이었는데...

화려하지만 분명 외로울 경자.
자신이 하는짓들이 나쁜걸 알면서도 이 지긋지긋한 바닥에서 벗어나고파서 남의 돈을 뺏는 깡냉이와 헐랭이.

연극 보고싶습니다는 이렇게 아닌것 같지만 우리와 닮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더 감동이지 않나 싶다.

거의 4년만에 처음 보는 연극 같습니다.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찾아간 공연장. 생각보다 깨끗한 시설에 놀랐습니다. 제가 갔던곳은 대부분 오래된 곳들이라서 이곳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연 시작부터 주인공의 깜짝 등장에 잠깐 놀랐지만, 앞으로의 재미를 위한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잘 보았습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각 재미의 요소가 군데군데 숨어있다 나올때는 정말 재미있게 웃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도 지금까지 봐왔던 연극보다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웃음속의 긴장감이 묻어나는..절대 눈을 뗄수 없는 상황의 연속!!
독희의 카리스마속에 감춰진 귀여움이라고나 할까(?)..강한듯 하면서 여린 마음을 가진 성격은 저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속에 제가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뿐 여 주인공이었던 지순씨는 앞을 못보는 상황에서도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순박하고 거짓이 없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이상형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춤과 노래포함)도 극의 상황을 전개해 나가는데있어 자연스러웠고 정말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느낄수 있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눈물과 웃음을 주었던 감동의 연극 "보고싶습니다"...다시 한번 또 보고싶습니다..

연장 공연 소식에 또 달려가 본 거지요...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가 봤는데,
친구들도 완전 호평이더군여...

그러나,,,,,,,,연장공연 할인에, 금요일 공연이어 그런지,
오다가 들르신 아줌마 관객들의 대화....

어찌 10명이상이 다 고개돌려 쳐다봐도
끄떡 없으신지.....

그래도 연극은 재밌을수밖에 없는 흡인력...연기들도 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