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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연기는 호 호 호

희망으로 인한 깊은 아픔과 무책임한 애정에 관한 이야기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수상하며 대학로에 2인극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연극 진홍빛 소녀가 유씨어터 공연을 마치고 더욱 세련되어지고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과 함께 멀리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 괴물] 공연을 놓친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진홍빛 소녀는 같은 고아원 출신으로서 좋은 집에 입양되어 해외 유학을 마치고 교수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이혁과 방화사건으로 인해 무기수로 복역중인 은진이 한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아원을 전소시킨 잔인했던 방화사건 속에 얽힌 이성과 광기, 사랑과 증오가 두 배우들의 혼이 담긴 열정적인 연기와 맞물려 펼쳐지면서 시선을 돌리고 싶어지면서도 시종일관 팽팽하게 펼쳐지는 긴장감속에끝내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극장 연극의 힘이 담긴 멋진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월 30일 공연에 출연하신 이혁역의 나경민 배우님의 이성적이면서도 이기적인 교수로서 정적인 연기와 절망속에서 몸부림치는 무기수 은진역의 김원정 배우님의 동적인 연기의 대조적인 모습은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두뇌게임 속에서 눈물과 울부짖음이 담긴 혼신의 연기는 어째서 연극이 현대에도 여전히 관객들을 매료시키는지 알 수 있을만큼 좋았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연기와 완벽에 가까운 호흡은 소극장 2인극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아무리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해도 그게 계속되면 평온한 일상이 되는 건가봐]라는 대사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복잡한 심정과 어두운 내면에 대해서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7년간 감옥에 수감되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진 은진은 이혁에게 무엇을 바라고 찾아왔을까? 방조죄와 부작위에의한 살인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비굴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혁이야말로 진정한 비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단지 잘못된 환경에 잘못된 시간에 놓인 것만으로 모든것이 어긋나는 인생의 아이러니한 모습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 만한 예술 연극을 찾는 관객분들께 꼭 한번 직접 보시라고 강추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북에는 공연에 대한 설명과 대본이 수록되어 있는데, 직접 구입하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본의 내용도 좋지만, 공연을 거듭하며 다듬어진 이번 연극의 결말은 오래도록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을 것만 같습니다. 관객들을 위해서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주신 출연 배우님들과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 스태프 여러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좋은 연극 오래도록 가슴속에 담아 추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에도 꼭 보라고 많이 많이 입소문 내드릴게요^^ 연극 진홍빛 소녀가 출연 배우님들과 극단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폭력이라는 상처가 과연 인정한다면 사라지는 것일까?
피해자만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폭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극이었다.
단지 그녀의 마음을, 사라진 그녀의 17년의 시간을 그가 알았다한들 그녀처럼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가 이혁에게 자신의 고통을 더 내 보였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