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의 소개로 무대에 불이 켜지며 시작되었다. 처음엔 ‘해설’이라고 해서 굉장히 딱딱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해설위원은 노재아 피아니스트님 남편분이셨고,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말도 해주시며 분위기를 잡아주셨다.
노재아 피아니스트님께서는 예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셨고, Manhatten School of Music 석사학위 및 전문연주자과정 디플롬 취득, 소년 한국일보콩쿨1위, 틴에이저 콩쿨 특상 등 수많은 상들과 성적을 남기셨다. 이를 통해 피아노 연주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 연주곡은 헨델(H&auml;ndel,1865~1759)의 Harpsichord Suite No.5 in E major, HWV.430 -Ⅳ. Air and Variations “The Harmonious Blacksmith” 이었다. 헨델은 바흐와 동시대에 활동한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다. 독일 태생의 작곡가로서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영국에 귀화한 국제적인 인물로 간명한 기법과 웅장한 스타일의 곡을 많이 작곡하였으며 런던을 중심으로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5번 중 네 번째 곡인 <아리아와 변주곡>은 “유쾌한 대장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민요 선율을 인용하고 있으며 흥겨운 망치소리를 비롯하여 대장간의 유쾌한 음향과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연주곡은 베토벤(Beethoven,1770~1827)의 Sonata No.24 in F sharp major, Op.78 “a Th&eacute;r&egrave;se” -Adagio cantabile-Allegro ma non troppo 와 Allegro vivace이었다. 베토벤 소나타 제 24번, Op.78은 4, 5, 6번 교향곡, 4, 5번 피아노 협주곡, 오페라 <피델리오> 등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대작들이 나온 뒤의 작품이다. 베토벤의 인생과 예술에서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 작곡되었다. 이 곡은 헝가리 귀족 출신으로 베토벤의 제자였던 테레제 브룬비스크에게 헌정되어 <테레제 소나타>로 불린다. 테레제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나 분명하지는 않다고 한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선율이 풍부한 이 소나타는 2악장의 간결한 구성으로 피아노의 관현악적 효과를 배제하고 피아노 본래의 섬세한 표현을 살린 걸작이다. 두 연주곡 중에서도 Allegro vivace는 경쾌하고 발랄하며 지금까지 들었던 세 곡 중에서 가장 좋았다.
네 번째 연주곡은 드뷔시(Debussy,1862~1918)의 Suite Bergamasque L.75, Ⅲ “Clair de Lune”였다. 20세기 현대음악의 선구자이자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 작곡가인 드뷔시의 음악은 형식보다는 음색의 감각적인 표현을 중시하여 새로운 화성과 음향으로 독창적인 색채를 창조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인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모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드뷔시가 그곳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베르가마스크”는 본래 베르가모 지방의 민속 춤곡을 칭하는 말이다. 바그너적인 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던 때의 작품으로 자유분방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이 모음곡은 총 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제 3곡 <달빛>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곡으로 드뷔시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 중의 하나이다. 이 곡에서는 부드러움과 차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조지 거쉰(G. Gershwin,1898~1937)의 3 Preludes를 연주해주셨다. 조지 거쉰은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대중적인 경음악을 작곡하면서 <랩소디 인 블루>, <포기와 베스> 등 재즈 기법에 의한 관현악곡과 오페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세기 전반에 있어서 미국적인 성격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작곡가이다. <3개의 전주곡>은 1926년 작곡가 자신에 의해 뉴욕에서 초연되었으며 재즈의 영향을 받은 20세기 초 미국클래식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거쉰은 보래 쇼팽과 같이 “24개의 전주곡”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3곡만이 출판되었다. 제 1번 전주곡 -Ⅰ. Allegro ben ritmato e deciso는 블루스 모티브로 시작하여 브라질의 당김음 리듬과 7음을 반음 내린 코드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재즈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여기에서 신나고 격렬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제 2번 &#8211; Ⅱ. Andante con moto e poco rubato 역시 재즈의 영향이 강하며 부드럽고 반복적인 베이스에 가라앉은 듯한 은은한 멜로디가 곡 전체를 지배하고 장조와 단조를 오가는 블루스 스케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연주곡은 마무리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거쉰은 제 3번 전주곡 &#8211; Ⅲ. Allegro ben rimato e deciso을 내림 마 단조 “Spanish”라고 불렀다. 짧고 드라마틱한 서주 후 이어지는 주제는 “질문과 응답” 형식으로 짝을 이루며 단조와 장조가 배틀하듯이 교대로 나타난다. 1분 남짓 연주되며 즉흥연주 느낌이 났다. 이 <3개의 전주곡>은 피아노 솔로 외에도 여러 형태의 앙상블로 편곡, 연주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연주를 시작하기 전, 인터미션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쇼팽(Chopin,1810~1849)의 Sonata No.2 in B flat minor, Op.35 “Funeral March”를 연주해주셨다. 쇼팽의 <소나타 2번>은 그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작곡된 피아노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첫 번째 Grave &#8211; Doppio movimento는 힘이있고 파워가, 두 번째 Scherzo는 한 번쯤 들어본 듯한 곡인 것 같은 느낌, 세 번째 Marche Fun&egrave;bred와 Finale에서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