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이,
전해지는 메시지들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작품

13 fruitscakes 보고 왔어요. 대사가 없는 미장센극이라고 되어 있는데 미장센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 돌아와서 찾아봤어요. 문학비평용어사전에 의하면 “미장센은 ''장면(화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라는 뜻의 프랑스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은 그동안 유럽에서 우리말의 ''연출''에 해당하는 연극 용어로 쓰여져 왔다”라고 되어 있어요. 이후 영화의 씬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공연을 보고 온 터라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은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에피스드, 그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단편들이 기록을 바탕으로 무대 위에 펼쳐져요. 처음에 펼쳐지는 배경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행사를 위해서 거지와 부랑아,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체포하고 몰아내는 장면이었어요. 남자 둘 이상이 모여서 춤을 추면 안되는 법안이 통과되어 그렇게 모여서 서로를 탐닉하고 사랑하면 정말로 체포되는 시대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남자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자신들의 리더에게 묻는 듯한 스토리였어요. 그들을 몰아내야 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을 오염시킨다는 이유였어요. 마치 불량비디오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예전 비디오 시대의 공익광고를 보는 것 같았어요. 다른게 있다면 비디오 시대의 공익광고는 웃어 넘길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 시대의 정책은 도저히 웃어넘길 수 없는, 생존에 직결되는 정책이었다는게 다를 거에요. 극이 시작되기 전에 공지된 대로 대사가 없어요. 대사 대신 다양한 국적을 가진 언어의 노래, 영상과 자막이 사용되었어요. 그래서 오해가 살포시 포함되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저런 스토리로 생각했어요. 사랑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사람들에게, 이미 소수자로서 감추어진 사람들에게 대중의 모멸과 차별, 거기에 더해진 폭력이 참 독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
13 fruitscakes은 역사 속의 다양한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떤 시대에는 체포당하지 않게 자신을 숨기면서 숨어 다녀야 했고 어떤 시대에는 왕의 연인이 되어서 재상에 오르기도 했고 어떤 시대에는 자신이 왕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천재지변을 자신의 여성성을 공격 당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삶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왜냐고 물어보면 당시에는 이유를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돌발적인 눈물이었어요. 돌아와서 왜 그렇게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진걸까? 라고 생각을 하고나서야 작으나마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인간으로서 너무 심해 보였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이에요.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은 많지 않아요. 마치 다른 세계에 살아가는 것처럼, 같은 사람, 다른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무시하지도 않지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움찔하기는 할 것 같아요. 아마 이성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반응의 전제는 편견과 모멸보다는 익숙하지 않음, 잘 모르겠음이라고 변명을 슬며시 내밀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커다란 죄라도 지은 것처럼 숨어 살아야 했고, 그로 인해서 어떤 처지의 삶을 살아야 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았어요. 당연히 알 수가 없었고 몰랐어요. 그러다보니 적어도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고 대우받아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13 fruitscakes 보고 왔어요. 성소수자, 모든 소수자들 중에서 성에 대한 소수자, 그 중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기록을 무대에 배치한 공연을 보면서 나는 과연 편견과 무시라는 죄에서 자유로운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엄과 자유, 평등을 외치는 세상에서 너무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 무대에서 보여지는 현실적었을 아픔들이 공연이 끝날 즈음, 한줄기 흐르는 눈물로 찾아든 공연. 13 fruitscakes은 저에게 잊고 있던 세상을 다시 보게 해준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장센 중심으로 음악극이라서 새로운 느낌으로 봤습니다
13인의 삶과 보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시각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공연입니다

극 자체는 불친절하며
불협화음의 연속이나
그래서 메세지가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신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극이지만
그 속의 내용은 어찌나 애절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