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성매매·마약…'청소년 소재극' 대담해진다
작성일2015.06.22 조회수1872
파격 청소년세계 다룬 공연 잇따라
'모범생들' '베어 더 뮤지컬' '러브' 등
"사회·어른들, 청소년문제 고민해볼 수 있길"
흥미유발 위한 지나친 상업성 경계해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사례 1. 1992년 9월 특목고 3학년 교실. “민영아 제발 한 번만.” 커닝을 도와달라며 명준이 반장인 민영의 발을 붙잡고 매달린다. “고작 3% 주제에 나한테 모욕을 줘? 나 0.3%야!” 이후 커닝모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친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명준의 모습은 비열하기까지 하다. 백색 누아르를 표방한 연극 ‘모범생들’의 한 장면. 상위 1%를 향한 얼룩진 청소년의 욕망을 다뤘다.
사례 2. 가톨릭기숙학교인 ‘성세실리아 학교’의 한 교실. 같은 반 친구 아이비의 생일파티가 한창이다. “얘들아, 마리화나 브라우니 만들어 왔어!” “쟤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너 약했어?” 한 친구는 머리에 콘돔을 쓰고 “황홀한 엑스터시,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며 노래를 부른다. 교복을 입은 이들의 대화에서 청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7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동성애와 미혼모 등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려냈다.
△파격적인 청소년 세계 그려…“현실과 닮은 이야기”
동성애와 성매매, 마약 등 파격적인 소재로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 3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모범생들’과 8월 23일까지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는 ‘베어 더 뮤지컬’, 오는 9월경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이는 연극 ‘러브’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드러난 면은 가히 파격적이다.
‘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한국교육의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사회를 그렸다. 작품에서 그리는 청소년은 커닝을 위해 친구를 협박하고, 성인이 돼서도 출세를 위해 가식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김태형 연출은 “얼마 전 국내 최고 대학에서 한 학과생 전원이 부정행위로 재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기사를 봤다”며 “여전히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작품. 숨기기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꺼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에 담아냈다. 성소수자를 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반라의 남자주인공들 간 키스신과 선정적인 가사도 등장한다. 2000년 초연 이후 미국, 영국 등에서 공연했고 세계 8번째로 한국에서 초연한다.
‘러브’는 동성애와 성매매를 다룬 하드코어 청소년극이다. 호주 극작가의 작품을 번안했다. 17, 18살의 두 여자 청소년이 가출 후 노숙을 하면서 성매매와 마약, 동성애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천가’와 ‘억척가’를 연출한 바 있는 남인우가 연출을 맡았다. 남 연출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뤘지만 결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며 “진흙탕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한 번쯤 청소년 문제를 되돌아보고 고민해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대적 흐름의 일환…“지나친 상업성은 경계해야”
대담해진 ‘청소년 소재극’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도외시했던 문제들이 TV와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10대들의 자살과 낙태 등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공연할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소재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세대가 다른 현재의 청소년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청소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동시대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흥미유발을 위한 지나친 설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두진 서울예대 교수는 “지금 사회는 온갖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며 “사회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상업성’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범생들' '베어 더 뮤지컬' '러브' 등
"사회·어른들, 청소년문제 고민해볼 수 있길"
흥미유발 위한 지나친 상업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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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사례 1. 1992년 9월 특목고 3학년 교실. “민영아 제발 한 번만.” 커닝을 도와달라며 명준이 반장인 민영의 발을 붙잡고 매달린다. “고작 3% 주제에 나한테 모욕을 줘? 나 0.3%야!” 이후 커닝모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친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명준의 모습은 비열하기까지 하다. 백색 누아르를 표방한 연극 ‘모범생들’의 한 장면. 상위 1%를 향한 얼룩진 청소년의 욕망을 다뤘다.
사례 2. 가톨릭기숙학교인 ‘성세실리아 학교’의 한 교실. 같은 반 친구 아이비의 생일파티가 한창이다. “얘들아, 마리화나 브라우니 만들어 왔어!” “쟤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너 약했어?” 한 친구는 머리에 콘돔을 쓰고 “황홀한 엑스터시,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며 노래를 부른다. 교복을 입은 이들의 대화에서 청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7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동성애와 미혼모 등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려냈다.
△파격적인 청소년 세계 그려…“현실과 닮은 이야기”
동성애와 성매매, 마약 등 파격적인 소재로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 3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모범생들’과 8월 23일까지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는 ‘베어 더 뮤지컬’, 오는 9월경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이는 연극 ‘러브’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드러난 면은 가히 파격적이다.
‘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한국교육의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사회를 그렸다. 작품에서 그리는 청소년은 커닝을 위해 친구를 협박하고, 성인이 돼서도 출세를 위해 가식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김태형 연출은 “얼마 전 국내 최고 대학에서 한 학과생 전원이 부정행위로 재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기사를 봤다”며 “여전히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작품. 숨기기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꺼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에 담아냈다. 성소수자를 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반라의 남자주인공들 간 키스신과 선정적인 가사도 등장한다. 2000년 초연 이후 미국, 영국 등에서 공연했고 세계 8번째로 한국에서 초연한다.
‘러브’는 동성애와 성매매를 다룬 하드코어 청소년극이다. 호주 극작가의 작품을 번안했다. 17, 18살의 두 여자 청소년이 가출 후 노숙을 하면서 성매매와 마약, 동성애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천가’와 ‘억척가’를 연출한 바 있는 남인우가 연출을 맡았다. 남 연출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뤘지만 결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며 “진흙탕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한 번쯤 청소년 문제를 되돌아보고 고민해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대적 흐름의 일환…“지나친 상업성은 경계해야”
대담해진 ‘청소년 소재극’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도외시했던 문제들이 TV와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10대들의 자살과 낙태 등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공연할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소재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세대가 다른 현재의 청소년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청소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동시대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흥미유발을 위한 지나친 설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두진 서울예대 교수는 “지금 사회는 온갖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며 “사회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상업성’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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