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 6회를 맞은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NYMF)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8일까지 3주간 뉴욕 전역에서 펼쳐졌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MMAC 극장’, ‘ATA-CHERNUCHIN 극장’, ‘NEW WORLD STAGES’, ‘ST CLEMENTS’, ‘ACORN 극장’, 그리고 ‘TBG’ 등의 공연장들이 참여했던 올해 페스티벌에는 뮤지컬 <아카데미>, < 올 폴 다운(All Fall Down)>, <판타지 풋볼(Fantasy Football)>, <팻 캠프(Fat Camp)>, <허리케인(Hurricane)> 을 포함해서 총 30편의 뮤지컬, 댄스피스 <앤디 워홀이 옳았다.(Andy Warhol was Right)>, 그리고 다수의 스페셜 이벤트를 포함해 총 50편의 공연들이 뮤지컬 팬들,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뮤지컬 축제

올해 페스티벌이 의미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이 미국사람들만의 잔치에서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NYMF가 한국 유일의, 아시아 유일의 뮤지컬 축제인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DIMF)과 파트너쉽을 맺었다는 것은 한국 뮤지컬 팬들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 결실로 처음 뉴욕에 선보인 한국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이 많은 관객들로부터 “The best Show at NYMF I saw (올해 님프에서 내가 본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성공리에 공연을 마침으로서 두 페스티벌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또한 한국 작품 뿐만 아니라 멕시코 시티와 나이로비(케냐의 수도)의 작품들이 각각 스페인어와 스와힐리어(아프리카어 중에 하나)로 공연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축제 기간 중 ASCAP Foundation Education Series 가운데 하나로 뮤지컬의 세계화에 관한 주제로 토론회도 있었다. 초대손님이었던 케냐의 뮤지컬 작곡가 에릭(Eric Wainaina)은 “케냐의 뮤지컬 제작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아내와 뮤지컬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한국이 부럽다”며 “나도 한국에서 작품을 쓰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뮤지컬 <유린 타운>의 작가 마크 홀맨(Mark Hollmann)은 7년 전 한국에서 한국말로 유린타운을 공연했을 때의 즐거운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의 뮤지컬 넘버 중 한 곡이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깜짝 선보이기도 했다.

뮤지컬 팬들을 즐겁게 한 다수의 수작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뉴욕 페스티벌에 좋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보인다’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필자가 30편을 다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는 ***를 봤는데, 정말 아니었어.”라는 반응은 거의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악 때문에 큰 점수를 받은 뮤지컬 <허리케인>도 그랬고, 뮤지컬 <스트릿 라이트> 역시 미묘한 매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작품 두 편을 다음과 같이 뽑아봤다.

토이 메이커 (Toy Maker)


올해 NYMF에서 Backstage Review Critic’s Pick으로 뽑힌 작품. 뮤지컬 작가, 작곡가, 배우이기도 한 브라이언 푸트남(Bryan Putnam)이 대본, 가사, 그리고 음악을 썼다. 주인공인 사라는 두 차례의 유산을 경험한 후, 세계 2차 대전 당시 아이를 갖지 못했던 한 체코 슬로바키아 장난감 제작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후 사라는 1942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체코의 한 마을로 그 장난감 제작자가 만들었다는 장난감을 찾기 위해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뮤지컬은 1942년 유대인 대학살 당시의 이야기와67년 후 사라의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클래식한 뮤지컬 넘버 속에 펼쳐진다. 크리틱스 픽스의 리뷰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좀 긴 감이 없진 않지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극화되는 인물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배우들 덕분에 작품이 더 흥미 진진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토이 메이커>의 홈페이지를 체크해 보시기 바란다. 푸트남의 음악만 듣고도 이 뮤지컬이 얼마나 훌륭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유다와 나(Judas & Me)


여기서 ‘나’는 유다의 엄마, 레바다. 예수를 로마군에게 넘긴 유다의 엄마가 성모 마리아와 이웃이었을 거라는 기발한 가정 하에 쓰여진 이 뮤지컬은 뮤지컬 <웨딩싱어>로 유명한 작가 Chad Beguelin와 Matthew Sklar의 작품이다. 집주소를 잘못 알고 찾아온 천사의 실수로 유다를 임신 중이던 레바는 옆집에 사는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비밀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레바는 유다를 예수보다 더 돋보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유다를 설득해 예수를 로마군에게 넘기게 만든다.

기발한 상황 설정이 이야기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특히 예수의 기적을 보여주는 몇 몇 장면들이 있었는데, 연출가Jeremy Dobrish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수작들이 많았던 해였기 때문일까?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들이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할지 벌써부터 2010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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