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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무대만 21년째…최정원 "관객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해요"

작성일2021.05.24 조회수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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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이란 질문에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최정원의 얼굴과 이름은 단번에 떠오를 것이다. 어떤 무대든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정원은 현재 뮤지컬 ‘시카고’에서 섹시한 카리스마의 벨마 켈리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최정원을 지난 10일 진행된 월요라이브 ‘시카고’ 방송 시작 전 만났다. 뮤지컬 인생 32년 중 ‘시카고’ 한국 초연 21년을 함께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최정원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Q 코로나19 시국이지만 ‘시카고’ 무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에너지를 다 느낄 수 있는데요. 올해 관객분들이 특히 ‘시카고’ 블랙코미디 특징을 잘 이해하면서 즐기시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최고의 공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다른 때보다 관리를 좀 더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시카고’에 적합하게 몸이 준비되어 있어요. 무기(몸)가 충전이 잘 되어 있다 보니까 제가 하면서도 즐겁고 관객분들도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힘만 줬다면 지금은 강약 조절을 하면서 균형을 잘 맞추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기존에 ‘시카고’를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련함과 새로 참여하는 배우들의 신선함이 잘 섞여서 그게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시카고’에 대한 어록을 많이 남겼습니다. “환갑이 되어서도 ‘시카고’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생일은 8월이 아니라 시카고를 시작한 날", "죽기 전에 고를 단 하나의 작품” 등 그만큼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데요. 21년 전 첫 만남은 어땠나요.
그때가 출산 직후였는데 신시컴퍼니에서 록시 하트 역할로 제안을 주셨어요. 한국 초연이다 보니 그때 같은 역의 전수경 언니랑 재미있게 록시를 만들었어요. 둘이 매일 머리 맞대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요. ‘시카고’ 대본만 가지고 와서 다 저희가 새롭게 만들었었는데, 록시 하트 의상 뒤 판에 하트로 모양도 냈고요. 불륜 장면에서는 진짜 침대도 들어오고요. 감옥의 창살도 들어오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때 벨마 켈리는 인순이 언니, 에어모스는 김진태 선생님, 마마는 윤희정 선생님이었는데요. 그때 록시를 하면서 배우로서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우주연상도 받게 됐고요.

Q ‘시카고’ 인기와 함께 최근 유튜브에서 최정원의 21년 전 록시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 영상을 봤어요. 너무 촌스러워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댓글을 보니 칭찬을 많이 해주셨더라고요. 제가 어린 친구들한테 영감을 주나 봐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시카고’는 팬도 더 많이 생기고 팬레터도 많이 받고 있어요. 
 



Q ‘시카고’의 ‘올댓재즈’는 인상적인 오프닝 무대입니다.
공연의 막이 오르면 오버추어 음악이 흐르고 무대 밑에서 대기를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요. 그 짧은 순간 정말 심장이 터질 듯이 떨려요. 계단을 내려와서 무대 중앙에서 숨을 들이 마시면 관객들이 같이 저와 숨을 쉬는 것 같고 관객 분들이 제 몸에 다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요. 그리고 “컴 온 베이비 다 함께”라고 노래를 시작하면 그동안 세차게 치던 파도가 잔잔해지는 느낌이에요. 제가 ‘시카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Q ‘시카고’를 비롯해 ‘맘마미아!’ 등 한 작품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항상 새로운 모습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너무 사랑했던 애인과 헤어졌어요. 그런데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잘 보이기 위해 준비하겠죠. 그때는 몰랐던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아요. 그래서 친구가 좋아하는 향수도 뿌리고 나가고요.

‘시카고’ 할 때는 다른 거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시카고’가 끝나고 다른 작품 들어가면 아마 그때는 생각이 안 날 거예요. 진심이에요. 그렇다고 저를 바람둥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시카고’를 할 때는 '시카고'가. ‘맘마미아!’를 할 때는 ‘맘마미아!’가 최고예요. 다 제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에요. 다 저와 울고 웃고 아프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던 아이들이라 다시 만나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시카고’처럼 전에 했던 작품이 다시 들어간다고 하면 오디션 보기 전부터 떨리고 설레요. ‘했던 거니까 이번에는 이 정도만 하면 돼’ 라는 마음이 아니라 지난 시즌에 발견하지 못한 걸 이번에 새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슴이 막 두근거려요. 이 전에 실패했던 거, 좀 부족했던 것이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해주거든요. 결국에는 나에게 선물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이전보다 좋아진 건 아니에요.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새로운 기쁨을 얻게 돼요. 그래서 어제 공연보다 오늘 공연이 더 좋고요. 그래서 다음 시즌이 저 스스로도 기대가 되고요.
 



Q 이번 시즌 아이비와 함께 티파니 영, 민경아와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가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까 뮤지컬을 저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게 너무 기뻐요. 은혜(아이비)도 저만큼 뮤지컬을 사랑하는 친구예요. 은혜랑 원 캐스트로 ‘시카고’를 많이 해서 진짜 눈빛만 보면 알아요. 대사를 핑퐁처럼 주고받고 둘이 하나 된 것처럼 춤을 추다 보면 정말 숨도 똑같이 쉬는 것 같아요. ‘그동안 맞춘 호흡을 무시 못 하는구나’ 싶어요. 경아는 록시 하트 역에 적합한 모든 걸 가지고 있어요. 록시처럼 본능과 순수함과 에너지가 넘치거든요. 그게 고스란히 무대에서 잘 드러나고요. 티파니는 두 가지 성향을 가진 아이에요. 벨마적인 면도 있고 록시 느낌도 가지고 있어요. 뭔가 한 꺼풀 벗겨지면 배우로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올 것 같아요. 잠재력이 어마 무시해요. 눈빛이 살아 있고, 리액션이 엄청 좋아요. 세 명의 록시가 분위기가 다 달라서 제가 공연하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고 있어요.
 



Q 항상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데요. 팀워크도 강조하시고요.
제가 무대에서 빛이 난다면 그건 정말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저 혼자서는 빛날 수 없어요. 주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항상 있어야 해요. 저 혼자 아무리 3시간 동안 연습하고 와도 나머지 앙상블이나 배우들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오늘 공연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상의 공연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극장에 출근하면 항상 먼저 앙상블 컨디션 물어보고 기분이 안 좋으면 커피도 사주고요. 

공연이 끝나면 앙상블 친구들이 다 저에게 와서 달라붙어요. 자기 오늘 공연 어땠냐고 막 물어봐요. 그럴 때 정말 행복해요. 이 친구는 이 친구대로 이쁘고 저 친구는 저 친구대로 이쁘고요.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앙상블이야.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라고 하면서 그렇게 공연하자고 말한 적도 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예뻐하는 친구한테 “아무도 모르지만, 오늘 네가 벨마 캘리 커버야. 내가 하는 거 옆에서 다 보고 따라 해. 내가 하는 거 언제가 네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요. 저는 긍정의 말만 해줬을 뿐인데 나중에 성장한 걸 보면 너무 대견해요.

‘시카고’ 공연장 3층에서 저를 팔로워 하는 조명팀 스태프에게 공연 중에 눈빛으로 계속 신호를 보내요. 왜냐하면 진짜 고맙기 때문이에요. 제가 무대에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올려주는 스태프, 제 의상 체인지를 도와주는 스태프 이름을 모른다는 거는 말이 안 되거든요. 그 사람의 이름과 특징, 어떻게 만났는지 써서 기억하려고 해요. 이름이 기억 안 나면 프로그램 북을 다시 찾아보고요.
 



Q 자리 관리 끝판왕입니다. 자기관리 팁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배우들은 직업병이 많아요. 저는 ‘마틸다’할 때 썼던 가발이 1킬로가 넘었는데 그걸 머리 위에 차고 춤추고 하다 보니까 나중에 목 디스크가 오더라고요. ‘빌리 엘리어트’할 때는 탭댄스 하면서 줄넘기를 하다가 다리 힘줄이 끊어진 적도 있고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그럼 몸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좋은 공연을 선보이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게 중요하죠. 몸에 좋은 걸 잘 챙겨 먹으려고 해요. 요즘은 찜기에 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고구마 넣어서 찌고 그걸 양념 없이 닭가슴살이랑 같이 먹어요.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을 1리터를 마시고 과일을 먹어요. 산 음식, 죽은 음식이 있다고 하는데 산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 하고 예전보다 고기를 많이 줄여서 먹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서 ‘시카고’ 준비했는데 살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노래도 숨도 안 차고 편안하게 부를 수 있게 됐어요. 음식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주니까 조절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공연 있는 날은 콜타임보다 좀 더 일찍와서 개인 운동하고 배우들 오면 함께 웜업하고 공연 준비해요. 다들 왜 그렇게 하냐,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저는 그렇게 예열을 해야 공연이 잘 돼요. 그래야 무대에서 편안하게 놀 수 있거든요. 공연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설레요. 공연을 위해서 하루를 다 쓰는데 그게 힘들지가 않아요. 하루를 그렇게 잘 보내면 저녁 공연에 많은 분을 행복하게 만들고 웃게 만들 수 있거든요.
 



Q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제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거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 다닐 때도 ‘어떻게 하면 우리 반 애들을 재미있게 해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국어 시간에 책을 읽으면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책을 읽어줘서 애들이 다 깔깔거리며 좋아했어요. 저는 그 무엇보다 저를 가장 사랑해요. 배우가 자기에 대한 자긍심과 자기애가 있어야 무대에서 잘 발휘되거든요. 그렇지만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에요. 최정원이 하는 공연 보러 와서 기분 나쁘면 안 되잖아요.

Q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32년 중 가장 특별한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뮤지컬 배우로 살면서 ‘뮤지컬을 그만하자, 포기 싶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더 좋은 배우가 되려고 하다 보니까 가끔 저 자신한테 실망하거나 해낼 수 있는 데 뭔가 부족할 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방황할 때가 있어요. 스스로에게 칭찬이 필요할 때 떠올리는 순간인데요. 2008년도 아바의 초청을 받아 스웨덴에서 노래한 적이 있어요. 제가 '맘마미아!' 최고의 도나로 뽑혔거든요. 공연장 스크린에 전 세계 지도가 뜨면서 ‘맘마미아!’가 공연된 나라의 도시마다 불이 켜지고 맨 마지막 서울에 불이 켜져요. 그리고 여기 최고의 도나가 왔다고 하는 사회자 멘트, 유럽 관객들이 다들 놀라고 박수를 치던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거기 내가 있었지, 넌 그런 애 야’ 라고 스스로를 토닥토닥해요.

Q 30여 년을 한결같이 무대에 서온 최정원이 최정원에게 하고 싶은 말.
잘 살아왔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항상 나를 만나는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고, 오늘 나를 만난 사람이 미소 짓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다시 태어나도 너로 태어날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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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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