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연극도 관심이 생겨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각자 다른 사람이 사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진술하는 걸 보며 진짜 사실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따라가게 되는 재밌는 극입니다. 역시 명작입니다!

감사합니다

고전 문학을 바탕으로 한 연극은 종종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나생문은 시작부터 끝까지 제 숨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습니다. 관객의 시선이 머무는 모든 장면에 질문이 녹아 있었고, 그 질문은 곧 제 안의 ‘진실’과 ‘판단’을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 네 개의 진술. 동일한 상황을 바라보는 네 명의 시선은 모두가 진실이라 주장하지만, 그 속엔 각자의 욕망과 자기 합리화가 스며 있습니다.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왔던 건, “나는 과연 진실 앞에서 정직한가?”라는 자문이었습니다. 무대 장치와 조명은 마치 한 편의 회화처럼 구성되어, 인물들의 고백이 ‘현실’인지 ‘망상’인지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인물의 심리를 오가며 표현할 때는, 눈빛 하나, 숨결 하나가 관객의 감정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장면, 한 호흡도 헛되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제 안의 가치관이 조금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생문은 단순히 “거짓말”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어쩌면 누구나 자신의 거짓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이 연극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한 편의 철학적 탐구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각자의 진술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를 마주하는 일?그것이 나생문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습니다.

사건의 재구성같이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사건을 증언하고 묘사하면서, 진실이 무엇일지 추리하며 관극하는 몰입의 맛이 있는 연극! 게다가 이해랑예술극장 무대를 어쩜 기가막히게 세팅해서 숲속의 날씨와 판타지와 무술을 절묘하게 구현한 것도 또다른 관전포인트! 그리고 데니안 배우님의 연기! 감동이었음.^^

극은 좋은데 극장과 매칭이 너무아니라 2/3은 배우를 못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