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출구 연극제.

시작 작품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못 보고 두 번째 작품인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봤습니다.

JH 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고 발권은 한 시간 전부터 가능합니다.

공연장은 2층으로 가야 하고 남,녀 화장실도 2층에 있어요.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우는 이수정.

제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라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라며 매몰차게 뿌리치는 과장.

수정은 말귀를 잘 못 알아 듣고 실수도 잦은 어리버리한 여자입니다.

그녀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이 점심 시간에 벤치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그 벤치에 일자리를 구하는 다리를 절뚝대는 한 남자가 벼룩 시장을 보고 구직을 하려 전화를 합니다.

남자는 번번이 거절을 당하다가 수정의 혼잣말에 대꾸를 해 주면서 심리적 방어벽이 높은 그녀와

대화를 하게 되면서 둘은 이후 결혼을 하게 됩니다.

수정은 밖에선 답답하고 어리버리하지만 집에선 수다를 떠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남편은 그녀의 말에 아주 깊이 귀 기울여주기 때문이죠.

과장은 잘 난 남자입니다.

그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높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지만 직원 모두 그에겐 관심 없고 뒤 담화만 합니다.

그는 냉냉하고 이기적이며 남의 말을 듣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 그야말로 자기 본위의 인간이죠.

그런 그도 예전엔 애인과 서로 웃으며 대화하던 때가 있었고 둘은 결혼한 후 애 둘을 낳고 지내고 있지만,

아내에게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는 그에게 지쳐 이혼하자던 아내는 정말 이혼을 선언하게 됩니다.

과장은 수정을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다가 같이 밥도 먹고 결국 막무가내로 그녀의 집에 쳐 들어 갑니다.

싫다고,안된다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말이죠.

과장은 수정의 남편 시체를 보고 기절했다 깨어보니 결박된 상태입니다.

수정은 과장의 말을 전혀 들어 주지 않습니다.

과장은 수정이 정말 미친거라 생각하고 탈출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온갖 힘을 써 가며 구조 전화를 하지만 아내 역시 평소의 그처럼 말을 들어 주지 않죠.

수정은 과장을 결박하고 감금한 채 회사로 출근했다가 퇴근합니다.

아무도 당신 소식을 궁금해 하지 않고 오직 욕만 하더라 면서 회사 분위기도 전해 주죠.

과장은 소리 소리 지릅니다.

제발 내 말 좀 들으라고!!!!!

결국 과장은 탈출에 성공하고 아내를 만나지만 아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과장에겐 일말의 관심도 없습니다.

뭐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 오는거죠.

삶이라는 건.

과장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후 놀랍게도 수정의 집으로 다시 돌아 옵니다.

과장은 수정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들어 보려고 왔다고.

수정은 정말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하면서 연극은 끝납니다.

수정의 울먹이는 연기에 그냥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어지더라구요.

묘한 작품이었어요.

뭔가 생경한 느낌이 들면서도 뭐라 정의내릴 수 없는 묘한 매력의 작품.

이 연극에서 말하고 자 하는 것이 소통이라는 것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상대가 내 말에 깊이 귀를 기울이고 서로 대화가 될 때와 서로에게 관심도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상태가

눈 앞에서 생생히 그려지니까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던 남편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수정은 그의 말을 들은 적 없죠.

그가 말을 하지 않았고 듣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수정도 듣지 않았다는 점과

남편이 수정과 소통하지 않은 채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이 둘은 결혼까지 했으나 과연 어떤 관계를 맺은 것이었을까요....

여러 악기가 한꺼번에 연주되는 음악도 아주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면 각 악기의 음이 들리듯,

숱한 소음 속에서 귀를 기울이면 누군가의 소리가 들을 수 있죠.

하지만 우린 너무 바쁘고 무관심하며 냉냉합니다.

그렇기에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도 만나기가 힘이 들어지죠.

사랑에 빠져 있다고 해도 그렇게 내 말을 전적으로 들어주는 관계는 맺기 힘듭니다.

I'm all your ears. 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만남 자체가 얼마나 귀한건지 알아차리기도 힘들죠.

창가의 토토 라는 책에서도 묘사되었듯 어린 소녀 토토가 입학을 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하는데,

아침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정신이 들어 보니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더라는 것.

전 그런 경험을 해 본 적 있기에 정말 그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요.

그런 아름다운 순간을 나누지도 못 하고 살아가는 삶이 아주 스산하게만 느껴지네요.

그래서 그렇게 연극을 보면서 꺼이꺼이 하고 울고 싶어졌나 봐요.

멋진 작품 고맙습니다. 극단 아리랑.

아주 재미있게 잘 봤어요.

좋은 표 얻게 되어 기뻤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