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을 놓친 아쉬움에 휴대전화 벨소리와 컬러링을 모두 김광석의 '그날들'로 바꾼지 어언 1년, 뮤지컬 <그날들>을 만났다. 장유정의 연출, 장소영의 편곡도 믿음직하지만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이라니 당연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작 뮤지컬의 한계를 딛고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당연히 기대가 클 수 밖에. 진작 발매된 OST 구입도 일부러 공연 관람 뒤로 미루고 오매불망 두번째 공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나름 유난떤 후 <그날들>을 만났다.
<맘마미아>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누릴 때, 우리나라에서도 주크박스 뮤지컬이 나온다면 누구의 노래가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조용필과 이문세 그리고 김광석이 떠올랐다. 조용필과 이문세는 실제 뮤지컬 준비중이라는 얘기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조용필 대신 작사가 작곡가 부부인 양인자 김희갑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내놓았지만 신통찮았다. 이문세의 노래라기보다 이영훈의 노래가 적확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제법 성공했다. 시간이 꽤 흘러 <그날들>이 나왔다.
기다리면서도 의문이었다. 싱어송라이터였다고는 하나 히트곡 대부분은 각기 다른 작곡가들에게서 나왔다. 심지어 남의 곡을 리메이크해 히트한 곡이 꽤 된다. 동일인이 뮤지컬 전체의 곡을 책임졌던 <맘마미아>나 <광화문 연가>와는 사정이 다르다. 전부 김광석이 부른 노래라 할지라도 곡들에 맥락이 존재할지 의문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상당수의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취하는 방식. 즉 이야기와 상관없이 노래를 나열하는 것이다. 쇼의 요소를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며 마치 장기자랑 하듯 중간중간 노래를 배치한다. 발랄하고 흥겨운 이런 부류의 뮤지컬들이 김광석의 노래가 주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와 어울릴 리 없다.
<그날들>은 이야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노래를 영리하게 삽입한다. '어쩜'이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적재적소에 노래를 넣었다. 장유정의 힘이다. 이야기를 따라 솔로로 듀엣으로 합창으로 또는 배경음악으로 쉼없이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들은 편곡을 거쳤음에도 거슬리지 않고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와대 경호실이 배경인 것, 그래서 역동적인 군무와 액션이 포함된 것, 더구나 미스터리로 극을 이끄는 것은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은 이러이러할 것이란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 관객을 자주 웃게 만든다는 것도. 그의 노래들에 눌려 재미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세 주인공의 감정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 한 건 내 탓일까. 정학과 무영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는데, 무영은 묵숨을 버릴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리 와닿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쉼없이 오가며 이야기가 반토막난데다, 조연들까지 극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주연들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던 듯. 좀더 진득하게 차곡차곡 주연들의 이야기를 쌓아올렸더라면. 그렇더라도 극 후반, 20년 전의 무영과 마주하는 정학에게서 무영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충분히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에 동화되었을 수도.
출연진의 가창력 격차가 컸고, 마지막 장면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의 주옥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행복했다.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없어 슬프기도 했다.
규현, 지창욱과 나이 차가 거의 스무 살에 이르는 유준상이 어떻게 친구로 나올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무영은 이십 년 전에서 나이가 멈췄고, 정학은 살아남아 학부형까지 연기했기 때문. 누군가의 기억속에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는다는 게 이른 죽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김광석처럼.
초연을 놓친 아쉬움에 휴대전화 벨소리와 컬러링을 모두 김광석의 '그날들'로 바꾼지 어언 1년, 뮤지컬 <그날들>을 만났다. 장유정의 연출, 장소영의 편곡도 믿음직하지만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이라니 당연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작 뮤지컬의 한계를 딛고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당연히 기대가 클 수 밖에. 진작 발매된 OST 구입도 일부러 공연 관람 뒤로 미루고 오매불망 두번째 공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나름 유난떤 후 <그날들>을 만났다.
<맘마미아>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누릴 때, 우리나라에서도 주크박스 뮤지컬이 나온다면 누구의 노래가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조용필과 이문세 그리고 김광석이 떠올랐다. 조용필과 이문세는 실제 뮤지컬 준비중이라는 얘기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조용필 대신 작사가 작곡가 부부인 양인자 김희갑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내놓았지만 신통찮았다. 이문세의 노래라기보다 이영훈의 노래가 적확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제법 성공했다. 시간이 꽤 흘러 <그날들>이 나왔다.
기다리면서도 의문이었다. 싱어송라이터였다고는 하나 히트곡 대부분은 각기 다른 작곡가들에게서 나왔다. 심지어 남의 곡을 리메이크해 히트한 곡이 꽤 된다. 동일인이 뮤지컬 전체의 곡을 책임졌던 <맘마미아>나 <광화문 연가>와는 사정이 다르다. 전부 김광석이 부른 노래라 할지라도 곡들에 맥락이 존재할지 의문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상당수의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취하는 방식. 즉 이야기와 상관없이 노래를 나열하는 것이다. 쇼의 요소를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며 마치 장기자랑 하듯 중간중간 노래를 배치한다. 발랄하고 흥겨운 이런 부류의 뮤지컬들이 김광석의 노래가 주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와 어울릴 리 없다.
<그날들>은 이야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노래를 영리하게 삽입한다. '어쩜'이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적재적소에 노래를 넣었다. 장유정의 힘이다. 이야기를 따라 솔로로 듀엣으로 합창으로 또는 배경음악으로 쉼없이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들은 편곡을 거쳤음에도 거슬리지 않고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와대 경호실이 배경인 것, 그래서 역동적인 군무와 액션이 포함된 것, 더구나 미스터리로 극을 이끄는 것은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은 이러이러할 것이란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 관객을 자주 웃게 만든다는 것도. 그의 노래들에 눌려 재미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세 주인공의 감정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 한 건 내 탓일까. 정학과 무영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는데, 무영은 묵숨을 버릴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리 와닿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쉼없이 오가며 이야기가 반토막난데다, 조연들까지 극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주연들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던 듯. 좀더 진득하게 차곡차곡 주연들의 이야기를 쌓아올렸더라면. 그렇더라도 극 후반, 20년 전의 무영과 마주하는 정학에게서 무영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충분히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에 동화되었을 수도.
출연진의 가창력 격차가 컸고, 마지막 장면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의 주옥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행복했다.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없어 슬프기도 했다.
규현, 지창욱과 나이 차가 거의 스무 살에 이르는 유준상이 어떻게 친구로 나올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무영은 이십 년 전에서 나이가 멈췄고, 정학은 살아남아 학부형까지 연기했기 때문. 누군가의 기억속에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는다는 게 이른 죽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김광석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