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돌 가수 중 유일하게 좋아하고 응원하는 그룹이 에이핑크이다. 왜? 에이핑크라는 팀은 이미지로 출발했지만 노력으로 실력적 완성을 어느정도 이룩한 근래에 보기 드문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에이핑크만을 다루는 열혈 팬이라서가 아니다. 유수의 평론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했었고, 나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



특정 멤버를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팀으로써 좋아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이번 콘서트는 첫 번째보다는 좀 더 스케일이 크고

전반적으로 많은 부분이 발전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물론 비판도 밑에 할 것이다.



이번 공연은 총 26개의 트랙(개인공연 6곡을 포함)으로 2시간 30분 가량 소요되었다. 1회 콘서트의 잠실 올림픽홀(3,600여석)에 이어 이번에는 잠실 실내체육관(약 10,000석)에서 더 큰 규모로 이틀간 진행되었다. 이전의 '핑크 파라다이스(PINK Paradise)'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되었다.



곡목과 간단한 감상평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Remember

사실 예상을 했던 곡이다. 맨 서두나 아니면 맨 끝 곡으로 생각했는데 역시나 정규 2집의 타이틀을 갖고 왔다. 이번의 공중파 성적은 워낙에 경쟁이 심해서 1위를 많이 차지하지는 못했다.

노래 자체도 듀스의 작곡방식을 이어받는 느낌을 주는 등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평이 많지만 나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2. Good Morning Baby

콘서트 또는 지방행사 때나 볼 수 있는 번외적인 곡. 이 곡은 첫 콘서트때도 2번째로 곡이 나왔다.

에이핑크가 반드시 불러야 어울린다고 생각이 드는 곡 중의 하나이다.



3. NONONO

후반 종반전의 앙코르를 예상했는데 초반에 불러서 조금은 의외였다. 늘 대미를 장식할때 쓰는 클라이막스-대단원의 타이틀 곡인데

이번에는 다른 전략을 생각했는지 바로 치고 들어온 곡.



이 곡은 특히나 전 국민이 다 알만한 명곡이라고 자부한다. 몇 십년이 지나도 이 '노노노'라는 곡은 이후의 세대에도 자랑스럽게 알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곡이라고 확신한다.



4. 끌려

정규 2집의 서브 곡이 나왔다. 내가 보기에 이번 에이핑크에서 섹시(?)컨셉을 염두에 둔 곡이 바로 이 곡이지 않나 싶다.

정규방송 때 타이트한 의상으로 청순하지 않고 시원한 모습으로 남심을 사로잡았으며, 그나마 에이핑크의 신념, 컨셉치고는 매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곡이라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정규 1집의 타이틀인 'HUSH'의 의상도 나름 섹시했었다. 이미 그 때 섹시모드를 시도했다고 보여지지만....)



섹시를 추구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 단지 그 앨범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5. 마이마이(My My)

2011년의 노래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번 콘서트는 '몰라요'가 빠져서 조금 아쉬운 느낌은 든다.



내가 당시에 S.E.S의 1집 타이틀곡 I'm your girl(1997)과 간주와 노래 전개가 매우 흡사하여 원래 그룹을 표방하기엔 너무도 비슷했다는 표절이 아닌가 하고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곡이기도 하다.



그래도 큰 논란의 여지는 없었으며, 오히려 개성있는 에이핑크의 의미를 보여주었던 곡이다. (참고로 이 곡은 음악방송 최초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곡이다. 2012년 1월 5일자 엠카를 보시라. 유튜브에 다 있다.)



6. LUV

미니 5집의 타이틀 트랙이다. 에이핑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별, 슬픔을 담은 성격의 유일한 미니 앨범의 곡인데 오히려 관객들은 96년 노래인 엄정화의 '포이즌'이란 곡처럼 매우 흥겹고 즐겁게 열창했다.



바로 이 곡이 2014년 에이핑크를 대약진시키는 결정타의 역할을 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겨울 의상은 입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의상과 노래가 매치업이 안되었던 상황.



7. 신기하죠

정규 2집의 또 다른 서브 곡. 에이핑크도 발라드를 할 수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을 보여준 곡. 미니 5집의 시크릿에 이은 새로운 시도.



8. 새끼손가락

2011~12년도 에이핑크 뉴스를 본 사람들은 정은지가 작곡한 이 노래를 잘 알 것이다. 이 노래가 이듬해서야 세련된 버전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약속"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간절한 의미의 곡.



9. Sunday Monday

첫 번째 콘서트에 이 곡이 나오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었다. 미니 4집의 첫 트랙인 이 곡은 14년에만 10차례밖에 공연하지 않은 곡이라

이번 노래가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참고로 14년도에 나온 앨범 곡으로 라이브는 뮤직뱅크 단 1차례, 대학행사 8차례, 특별행사 1차례 뿐이었다. 왜 이 노래가 미스터 츄에 가려져야 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10. Secret

미니 5집의 서브 곡. 이번에도 단골손님처럼 발라드로 애잔한 연출을 선보였다. 보미와 남주의 활약이 돋보이는 곡.



11. 듀스 - 여름안에서(나은)

12. 엄정화 - 초대(초롱)

13. 박진영 - 허니(남주)

14. 김현정 - 멍(은지)

15. 이효리 - 10 Minutes(하영)

16. 싸이 - 챔피언(보미)

17. 다같이 - Run To You(DJ DOC)



18. 천사가 아냐

미니 5집에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4번 트랙. 이별의 정한을 모티브로 한 앨범에서 유일하게 발랄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콘서트 첫 회에 이어 이번에도 좋은 퍼포먼스였다.



19. 고양이 / 20. HUSH

가장 라이브로 보고 싶었던 곡이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3에서 직접 이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모습이 나오는데 정말이지 왜 이 노래가 여태 라이브로 한 적이 없나 하고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움을 토로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관을 한 보람이 있었는지 이 노래가 나왔고, 정말 좋아했다. (아, HUSH는 자주 나왔다. 고양이에 대한 언급)



나는 정규 2집보다도 정규 1집에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데, 노래 총 9곡이 전부 개성넘치고 뛰어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빛을 잘 보지 못한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자주 2012년의 정규 1집을 들었고, 특히나 2번 타이틀과 3번 트랙인 '고양이'는 이번에 첫 라이브로 보게 되어 상당히 뿌듯한 느낌이 있다.



21. I do

힙합적 요소를 가미한 곡으로 빠른 전개와 역동성을 보여주는 노래. 도입부의 나은과 후렴의 보미가 큰 역할을 해주는 곡. 개인적으로 공중파에 이 노래가 나왔으면 했다. 상위 3위안에는 무조건 들만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2. U You

노노노라는 명곡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곡. 하지만 각종 유수의 행사에 늘 이 곡이 빠지지 않는다. 2013년 미니 3집 앨범은 정말이지 대반전이었다.



2012년의 침체를 이렇게 제대로 치고 올라간 경우가 걸스데이 정도를 빼고는 매우 드문 사례였기에 미니 3집이 에이핑크를제대로 알리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로서는 이 미니 앨범이 가장 전성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성기는 2014년과 지금이 아니냐라고 나같은 팬들이 그리 이야기하지만 멤버들의 이미지, 노래의 실력적 완성, 그리고 절실한 모습 그 3박자를 보았을 때 가장 완벽에 가까운 2013년의 시기를 보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롱리더 박초롱은 2013년이 제일 예뻤다. 어떻게 이렇게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싶었다.)



23. Yeah

이 노래 역시 첫 번째 콘서트에서 Boy와 함께 리믹스형태로 나온 버전. 이번에는 독립한 한 곡으로 열창했다. 에이핑크 전문 팬이 아니라면 잘 모를 법한 곡. 역시 그동안 라이브 빈도가 별로 없었다. 스노우 핑크(Snow Pink) 미니 2집 2011년도 앨범의 3번 트랙.



24. 4월 19일

공식적인 마지막 곡. 이 노래만 나오면 멤버들은 울먹인다. 너무나 순박하고 착하디 착한 가수그룹이라 그런지 늘 팬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첫 번째 콘서트는 다 울었다. 그러나 이번 콘서트의 두 번째 날은 롱리더 박초롱과 정은지만 눈물을 흘리고 다 괜찮았다. 어이구. 내가 다 눈물날 뻔 했다. 그들은 늘 팬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25. LUV(Encore)



26. 하늘 높이(가장 마지막 곡)

이 곡은 정말 왜 타이틀로 내세우지 않았는 지 의문을 품을 곡이다. 2012년 정규 1집의 마지막 9번 트랙. 차라리 허쉬 대신 이 곡을 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더 좋았던 곡이다. 지금도 들으면 늘 힘이 나는 곡이다. 노노노보다도 오히려 좋다고 해야할까.



유수의 평론가들은 정규 1집의 타이틀만 제대로 정했어도 대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안타까운 말들을 했다. 그 때 이 곡으로 했었더라면...





종합 평

- 초지일관 겸손한 그룹인 에이핑크. 어색한 모습도 더러 보였고 음이탈도 살짝 느꼈으며 약간의 미숙한 진행도 조금 보였지만 누가 콘서트를 생각하기라도 했으랴..



아이돌의 콘서트 개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기가 어느 정도 되어야하고 자금력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엄청난 무대준비가 필요한 한 해 농사와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에서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그동안의 그 과정들이 좋든 안좋든 간에 순수히 이들의 노력만으로 5년차까지 그룹활동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이러한 콘서트까지 열게 된 것은 어떤 멤버가 이야기한 '기적'이라고 표현을 하던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들의 도전과 하나만을 생각하는 노력, 그리고 집념을 통해 어린 동생들에게 하나의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들었다.



그저 좋았다. 이렇게 장황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었는데. 멤버가 예뻐서 직접 보러 갔다? 남자라서? 그게 아니다. 직접 팀으로써 이들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이다. 단지 그 뿐이다.



비판? 사실 이 그룹의 콘서트만 그렇겠는가만은, 음향문제가 좀 짜증나기는 하다. 멤버들 목소리 다 묻히고 음악만 귀 아프게 들리고. 이건 좀 고쳐야 한다. 첫 번째 콘서트도 그래서 좀 불쾌했는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