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섬머소닉 페스티벌은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 도심 한복판을 배경으로 열리는 무대외적인 `약점'을 커버하기위해 라인업에 신경을 쏟고 있다. 그래서 큰 무대와 작은 무대에 오르는 헤드라이너의 이름을 보면 입이 저절로 딱 벌어진다. 국내에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라인업만 보고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욕구가 흘러 넘칠 정도다.
한국판 후지록은 사실 지산밸리가 그대로 차용해 지금 국내 페스티벌 시장에서 페스티벌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섬머소닉을 가져오려는 시도는 그간 수차례 있었으나, 끝내 불발로 그치기 일쑤. 하지만 8월14, 15일 열리는 `슈퍼소닉 페스티벌'의 사정은 다르다. `섬머소닉'의 재현이 될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계의 마이더스로 불리는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를 비롯해 지산밸리 페스티벌을 이끈 기획자, 섬머소닉 관계자, 일본 음반의 국내 유통사 대표 등 한·일 음악계 유력 관계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 본격적으로 도심형 페스티벌의 시작과 완성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슈퍼소닉은 모두 35억원 정도가 들어간 제법 탄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모양새를 갖췄다. 무대도 자연이 전혀 없는 `도심'이 아닌 어느 정도 풍광을 느낄만한 `공원'으로 정해져 휴식이 어우러진 음악 축제란 인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무기는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고급 라인업을 그대로 `모셔온다'는 점이다. 올해는 서둘러 개최되는 한계로 시기를 못 맞춰 그린데이, 리아나, 자미로콰이, 프란츠 퍼다난드, 케샤, 시규어 로스 등 거물급 아티스트를 데려오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내년부터는 일본과 비슷한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신 올해 라인업 중 트렌디하면서 화제를 일으키는 다수의 밴드들이 이 공백을 채워주고도 남을 듯하다.
1990년대 `신스팝' 밴드 뉴 오더(New Order), 벨기에 출신의 천재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고티에(Gotye), 댄서블 록으로 올해 화제를 모은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1980년대 `신스팝' 듀오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영국의 4인조 록밴드 백신스(The Vaccines) 등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여기에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를 연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까지 이름을 올렸다. 국내 출연진으로는 장기하, 자우림, 국카스텐 등 라이브에서 진면목을 선보이는 그룹들이 외국 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이틀간 2개의 대형 공연장(체조경기장, 핸드볼 경기장)에서 릴레이로 펼쳐지는 4개의 무대 중 원하는 공연만 골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실속 관람이 처음으로 도입된다. 또 4, 5개의 공연을 하나의 가격으로 볼 수 있는 `수퍼 티켓, 슈퍼 프라이스' 제도를 통해 다른 페스티벌과 차별화를 뒀다. 주최측은 "세련되고 트렌디한 대중적 뮤지션이 출연해 모두 함께 도심 속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을 지향한다"며 "양일간 4개의 스테이지 중 원하는 무대를 골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①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1988년 결성된 시카고 출신의 4인조 밴드. 너바나와 함께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을 주도한 이 밴드는 명반 `Siamese Dream'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통해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96과 97년 연속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하드록'부문을 수상했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70년대 하드록 사운드를 차용해 90년대식으로 재해석한 이들의 음악은 명징한 멜로디, 복잡한 코드워크, 웅장한 사운드로 평단과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2000년 팀 해체를 겪기도 했지만, 재결성후 2007년 내놓은 음반 `Zeitgeist'는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켰다.
② 뉴 오더(New Order)
영화 `콘트롤'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 밴드는 `신스팝(Synth Pop)의 거장'이다. 이들이 1983년 내놓은 곡 `Blue Monday'는 펫 샵 보이즈, 이레이저 등이 신서사이저로 주물해 확립한 신스팝의 원형으로 평가받았다. 이 곡은 영국 역사상 12인치 디스크로서 가장 많이 판매된 싱글로 기록됐다. 보컬, 베이스, 키보드가 삼위일체가 돼 만들어지는 이들의 사운드는 로킹하면서도 그루브한 다양한 색깔이 배어있는 것이 특징. 이들은 이후 일렉트로닉 밴드뿐 아니라 덩실덩실 춤을 추게하는 리듬감 넘치는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③ 고티에(Gotye)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고티에는 한 단계 격조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며 새롭게 팝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벡(Beck)의 재래' `스팅(Sting)과 비욕(Bjork)'의 만남'이라는 극찬을 받은 그는 2012년 세번째 음반 `Making Mirrors'를 통해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싱글 `Somebody that I Use to Know'가 올해 8주 연속 1위를 비롯, 전세계 18개국 이상의 차트 정상을 이뤄내면서 그는 단박에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팝과 록, 재즈와 댄스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들을 독특하게 엮어낸 그의 독창성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모두를 열광시키고 있다.
④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2009년 LA에서 결성된 이들은 댄스 팝 넘버들을 통해 쉽게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등장하자마자 올해 그래미 어워즈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될만큼 `핫' 한 밴드로 꼽힌다. 올뮤직가이드는 이들의 음악에 대해 "골방에서 댄스 플로어를 오가는 마법같은 사운드가 기분파 소년이 작성한 가사로 완성됐다"고 극찬했다. 신스팝과 하우스, 차분하고 매력적인 인디팝이 이종교배된 이들의 노래는 `21세기형 댄스팝'의 주류로 전혀 손색이 없다.
⑤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반가운 이름 중 하나일 듯하다. 듀란듀란, 컬처클럽 못지않게 오직 음악만으로 인기와 화제를 얻은 1980년대를 풍미한 주인공이기 때문. 이들의 최고 작품인 `Songs from the Big Chair'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단숨에 오를 만큼 보편적이면서 실험적인 음악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모든 곡들이 자신감과 감성으로 충만됐고, 영국과 미국적인 스케일을 동시에 담아낸 이 작품은 80년대 음악의 `보고'를 얘기할 땐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음반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첫 내한무대를 통해 지난 80년대 신스팝의 `혁명적 사운드'의 진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⑥ 백신스(The Vaccines)
이 그룹은 2010년 말에 데뷔하자마자 `제2의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영국의 스트록스(The Strokes)' 같은 찬사를 받았다. 힘있는 멜로디, 펑크의 질주하는 비트 등은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그룹이란 평가도 잇따랐다. 이들은 BBC 선정 `Sound of 2011', 2012 NME어워즈 `최우수 신인 밴드'로 뽑히며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는 영국 록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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