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서 항의 시위
"대한민국 무용역사 짓밟은 행위 규탄"

이현자 태평무 전수조교가 문화재청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항의하는 의미로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이현자측 제공).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태평무 보유자 유력 후보였던 이현자(80) 태평무 전수조교가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태평무 보유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문화재청이 양성옥(62·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교수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예고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다. 문화재청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말 일단 이를 보유키로 결정했다.

이 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재청의 공정치 못한 행정으로 춤밖에 모르고 살아온 64년 외길 인생이 이대로 짓밟힐 수 없기에 부당함을 호소하고자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며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대한민국 무용역사에 죄를 짓는 문화재청의 부당한 행정을 규탄한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서양춤의 변형인 신무용 계승자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지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2회에 걸친 정보공개 신청에 문화재청은 ‘비공개’로 응답하고 있다며 “현 사태를 초래한 문화재청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을 재연한 것으로 1988년 12월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됐다. 명무 한성준(1874~1941)에 이어 태평무를 전승해온 강선영이 올 초 91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명예 보유자는 공석 상태가 됐다. 태평무 보유자는 3년여 간 공석이었다. 태평무 보유자가 양 교수로 확정되면 28년 만에 새로운 인간문화재가 탄생하게 된다.

강선영의 제자로는 이현자, 이명자, 양 교수가 있다. 특히 이현자 씨는 양 교수의 스승으로 태평무를 이수시킨 주역이다. 양 교수가 선배들을 제치고 보유자로 인정받자 일각에서는 평생 춤에 매진해온 원로를 푸대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씨는 문화재청의 발표 후 줄곧 이의를 제기해왔다. 양 교수가 신무용의 거장인 김백봉 선생의 직계 제자임을 지적하며 보유자의 첫 번째 선정 조건인 ‘태평무를 원형대로 보존한다’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조사에 참여한 조사위원과 문화재위원 중에 양 교수와 제척 사유가 있는 사람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제자 밑에서 전수교육 활동을 해야만 하는 치욕스러운 현실을 국민 앞에 호소하고자 시위까지 하게 됐다”며 “태평무를 추다가 무대에서 죽고 싶은 간절한 소망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자 태평무 전수조교가 문화재청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항의하는 의미로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이현자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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