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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추억 2] 공연도 리콜이 되나요?

작성일2018.11.26 조회수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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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씩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에 몸담았던 공연사업본부에 몇가지 금기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뮤지컬) ‘미션’이다. 작은 실수 여러 개가 쌓여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던,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한 애증의 공연이다.

내가 최초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로버트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으로 나왔던 미션이다. 어린 나이라 완벽하게 이해 되지는 않았지만 엔니오 모리꼬네 옹이 만든 음악이 어린 나이에도 감동적이었다.

박칼린 연출을 유명하게 만든 것도 사실 ‘미션’이다. 지금은 종방한 ‘남자의 자격’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합창단을 꾸려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가 몇 주에 걸쳐 방송되었다. 박칼린 연출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때 합창단이 불렀던 노래가 영화 미션의 ‘넬라 판타지아’였다. 
 



▲영화 '미션' 포스터.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 없다."
 

2010년 말, 온 국민이 ‘넬라 판타지아’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던 바로 그 ‘미션’이 이탈리아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국내 최초 내한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대가 됐다. 그냥 초연도 아니고 엔니오 모리꼬네 옹이 직접 참여한 뮤지컬 미션이라니. 개막 즈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주변 도로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모습을 담은 미션 광고물이 나부꼈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기대는 개막과 동시에 곧바로 재앙으로 바뀌었다. 몇몇 주연 배우들은 노래를 지나치게 못 불렀고 극의 흐름도 어색했다. 기대가 큰 만큼 평균 이하의 공연 퀄리티에 사람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엄청난 악평이 티켓 예매페이지에 줄줄이 달렸다. 해당 기획사에서는 개막 첫날부터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혹평이 남은 공연 예매에 끼칠 영향이 걱정됐는지 후기 게시판을 숨겨 달라고 울며 사정했다. 주말 동안 제기된 공연의 문제점을 조속히 고칠 테니 짧은 시간 동안만 후기 게시판을 숨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담당자의 실수였을까. 주말 반나절 가량 게시판이 히든되었다.
 

공연에 대한 불만도 큰데, 의견을 개진할 후기 게시판까지 닫혔으니 그야말로 불난 집에 (물인 줄 알았는데) 기름을 부은 것이다. 원성이 활활 타올랐다. 이때부터는 미션 공연기획사의 문제가 아닌 예매처의 공동 책임이 되었다. 뮤지컬 미션의 공연기획사는 주연 배우를 교체하고 불필요한 씬을 삭제 수정하여 관객 만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극을 전반적으로 다듬었다. 예매처 역시 게시판을 잠시나마 닫은 결정해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공연에 자신감이 좀 붙은 기획사는 첫 공부터 4회차 공연 관람자 모두에게 재관람 기회 제공을 결정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3천석이나 되는데 4회차 모든 관객이라니!!) 배포 큰 결정을 한 기획사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뿌리기 전, 예매처에 미리 보여주었다. 전직 카피라이터 출신의 예매처 담당자는 이왕 하는 거 임팩트 있게 ‘리콜’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가자고 했다. 부정적 파급력을 예견 못한 실수였다. ‘뮤지컬 미션, 리콜 결정!’ 보도자료의 파급력은 어머어마했다. 거의 모든 일간지와 온라인 매체를 도배 했고 공연 홍보할 때는 그렇게 나가기 힘들던 공중파 3사 8시, 9시 뉴스까지 올 커버했다.

‘해도 너무 하네’ 관객 혹평에 뮤지컬 ‘미션’ 리콜 (SBS 8시 뉴스 기사)

공연 최초 리콜이라니, 얼마나 공연이 별로 였으면 리콜을 다하냐는 조롱이 느껴졌다.
 

▲ 사라브라이트만 '넬라 판타지아'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했냐고? 그저 관찰자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이 어마어마한 리콜 사태의 뒤치다꺼리 ‘특공대’에 투입되었다. 특별히 관여한 업무도 없는데 아주 우연히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억울해도 당장 불이 나면 꺼야 하니까. 리콜은 결정했지만 시스템이 없었다. 콜 센터에서 기관람자의 리콜 처리 방식은 모두 수기였다. 혼란 그 자체였다. 특공대의 업무는 공연 재관람을 원하는 모든 리콜 대상 기관람자와 메일, 전화 등을 통해 원하는 일시의 공연을 조정해주는 일이었다. 무려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션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나서일까, 아니면 공연이 정말로 좋아졌을까. 모든 사태가 겨우 정리된 후 미션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감동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고구마 열 개를 삼킨 것 같은 목 메임, 그리고 전에 없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글 : 엉캔 (newuncan@gmail.com)

 

엉캔
플레이디비 초대 필자. 공연, 영화, 출판 에세이 평론 등을 씁니다.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 마이스케어리걸 등 공연기획을 조금 했고, 10년째 공연시장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에서 플레이디비 창간 멤버, 블루스퀘어 개관 멤버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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