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작
처음 인생·관계 비유 '끈' 이젠 선으로만 봐
갖가지 무늬의 흰색 레이스를 모델로
구멍서 생긴 점 추상적 원근감 드러내

이윤정 ‘산’(사진=갤러리도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끈으로 엮은 억겁의 주름. 동양화가 이윤정은 끈으로 풍경화를 그린다. 작품에 끈을 사용한 건 2002년부터다. 당시 끈은 인생과 관계에 대한 비유를 의미했다. 풀기도 끊기도 어려운 거창한 줄이었던 셈이다. 이제는 “내려놨다”. 2013년 산악여행이 전환점이 됐단다. “히말라야의 단층이 드러난 험준한 산에서 그동안 그려오던 끈이 겹쳐 보였다”고 회고한다. 의미에 집착하기보다 끈을 그저 선으로 보고 산수를 묘사한 것이다. 작품의 모델이 된 끈은 흰색 레이스다. 갖가지 무늬의 구멍에서 비롯한 점이 추상적 원근감을 드러낸다. 하얀벽에 떨어뜨린 그림자 덕에 평면을 넘어선 3차원의 깊은 산세까지 살아 있다.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갤러리도스에서 여는 개인전 ‘산과 섬’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채색. 74×53㎝.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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