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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신굿, 20대 무당의 길…진짜 무당이 쓴 연극 '동이'

작성일2017.02.14 조회수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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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임덕영, 작연출 첫 연극
평범했던 남자의 신내림 과정
극중 캐릭터 주변인물서 따와
무속인 희로애락 절절히 묘사
"사람 사는 거 별반 다르지 않아,
토속신앙 제대로 알리고 싶어
- ‘가짜 무당’ 최순실 보면 분통
神 다룬 작품 앞으로도 올릴 것"
연극 ‘동이’를 직접 쓰고 연출한 무당 임덕영(가운데)이 굿을 하는 모습. 임덕영은 이번 작품에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를 향해 “공감해주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 그들의 ‘끼’와 내 ‘기’가 만나 이미 소통했다고 생각한다. 한 식구로 계속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극단 영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초반에는 배우와 감독이 안 믿어주는 것 같더라. 뭘 하나 지시하더라도 검증과정이 필요했다. 또 다른 한쪽에선 왜 설치고 다니냐며 쓸데없는 짓 말라는 비난도 받는다. 하하.”

연극 ‘동이’를 쓰고 연출한 임덕영(51)은 ‘문제적 인물’이다. 연극계에서는 겁 없이 이 바닥에 발을 들인 당돌한 비전공 무속인이고 무당계에선 일찌감치 이단아로 찍혔다. 임씨의 본업은 무당. 강신무 ‘작두여장군’을 모신단다. 빙의·퇴마가 전문이다. tvN ‘엑소시스트’,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입구역 인근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임씨는 “무당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굿이나 무속인을 소재로 한 영화나 연극, 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무당이 직접 무당 얘기를 쓰고 연출한 연극은 없었다.

“처음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연극적 해석이 붙더라. 직접 겪은 얘기는 숨결부터가 다르다. 우리 얘기는 우리가 하는 게 맞겠더라. 신의 길을 가는 사람에 대한 편견과 손가락질을 보면서 무속이라 일컬어지는 우리 토속신앙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 했다. 사는 거 별반 다를 바 없다.”

△글 쓸 때 치유돼…신내림굿 삶 연극으로 완성

무당 임덕영
“내 얘기를 쓸 때 가장 치유가 되더라. 연극 ‘동이’의 출발이다.” 임씨는 약 5년 전부터 틈틈이 대본을 썼다고 했다. 처음에는 독립영화 제작을 위해 70장 분량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00여명이 몰리며 성황리에 배우 오디션을 마쳤지만 제작이 무산되면서 연극으로 돌아섰다.

원작·각색·연출·무대 모두 혼자의 힘으로 해냈다.“영화감독이 꿈이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해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왔다. 대학 다닐 때 동아리 연극을 해본 것도 도움이 됐다. 무당이라면 무지하고 음지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기자 친구도 많고 영화·연극도 잘 챙겨본다.”

연극 ‘동이’는 거부할 수 없는 무당의 삶을 살아야 하는 평범했던 한 남자의 신내림 과정을 그린다. 박수무당 박 선생을 중심으로 거나한 굿판이 벌어지고 누구보다 무거운 삶을 살았던 동이가 서슬 퍼런 작두날 위에 발을 올리는 게 마지막 장면이다.

작품은 굿을 받기 전과 현실, 회상 신을 섞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굿 장면. 자칫 표현을 잘못하면 비판도 나올 수 있어 원래 60% 정도의 굿신은 20%로 줄였다.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꿋꿋해야겠더라. 작년 여름 사비를 내어 극단 영감을 창단하고 배우도 모집했다. 몇몇 배우가 출연을 고사하거나 중간에 그만두면서 힘든 고비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신념은 확고하다. 임씨는 “이 계통의 작품을 보면 허구가 많다. ‘동이’는 신화적이거나 환상적이진 않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진짜 내가 본 것들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굿이 미신으로 치부되지만 원래 우리의 토속신앙을 근거로 한 잔치이자 놀이였다. 숙명적일 수밖에 없는 무당의 삶을 그렸다”고 말했다.

연극 ‘동이’ 한 장면(사진=극단 영감).
극 중 캐릭터는 모두 실제인물에서 따왔다. 동이는 제자 중 한 명이다. 박 선생도 주변에서 만났다. 임씨는 결코 무겁지 않다고 했다. 웃음 코드는 촘촘하다. 굿판 제자들의 다양한 삶과 희로애락을 대중가요와 섹시댄스 등을 통해 재미나게 풀었다. 실제 굿을 진행할 때 무속인끼리 오가는 농담이라든지, 새 식구(신내림)가 들어오는 기쁨과 교차하는 아픔이 가슴절절하게 펼쳐질 뿐이다.

임씨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사족은 싹 뺐다”고 말했다. 이어 “우스갯소리지만 예부터 싸움구경, 불구경, 굿구경을 일컬어 ‘3대 구경거리’라고 하지 않나”라면서 “관객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굿판을 구경하는 기분이라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7살 신굿, 20대 무당의 길…“신의 소재라면 또 할 터”

태어나자마자 숨이 넘어가는 죽을 고비를 수십 차례 넘겼다고 했다. 불가사의한 일을 매번 겪었다. 무병을 앓다가 일곱 살에 신굿을 하고 20대에 다시 고비가 와 운명적으로 무당의 길에 들어섰다. “결국 겪어보니 다 사람 사는 소통의 장이더라. 다르게 볼 필요는 없다. 지지고 볶고 섞여 산다는 것을 거대한 해설 없이 보여주는 게 목표다.”

신내림을 받은 적도 없는 최순실이 단지 ‘무당’이라 불린다는 사실 때문에 도매금으로 취급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최순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손님이 굿을 했다고 그 사람이 무당은 아니지 않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니 무속 쪽에 덮어씌운다. 어느 정도 인식이 있고 정치를 아는 이들이라면 최순실과 샤머니즘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연극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연극 ‘동이’의 지방투어를 꼽았다. 지방에서 굿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고지식하고 편견적이라는 게 임씨의 얘기다. 향후엔 신의 소재라면 언제든 작품을 올릴 생각이다. “이를테면 빙의나 영화 ‘검은 사제들’처럼 퇴마를 소재로 다루고 싶다.”

지난 9일 막을 올린 연극 ‘동이’는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전문 연출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없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도 아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아쉬움도 없다. 하하.”

결국 신내림굿을 받게 되는 주인공 ‘동이’ 역을 맡은 배우 황원규는 “처음엔 솔직히 무서웠다”며 “이를 극복하고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었다. 연출을 많이 따라다니면서 극복해 나갔다”고 귀띔했다(사진=극단 영감).
무당이 쓰고 연출한 첫 연극 ‘동이’를 올리고 있는 무당 임덕영(사진=극단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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