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명의 인물이 액자에 걸려 있다. 걸려 있다는 표현보다는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남자 세 명과 여자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선 액자 속에 붙박여 있다. 액자에 걸려 있음에도 인물의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지나치게 생동감이 넘친다. 급기야는 액자 밖으로 머리를 빼꼼히 들이밀 정도니 이들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면면히 살펴보니 그들의 표정이 흥미롭다. 눈을 살짝 흘긴 채 미소 짓는 남자,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짓는 이, 입을 꾹 다물고서는 매섭게 노려보는 남자 등 세 명의 남자는 각기 다른 연령대로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인다. 여자들의 표정 역시 만만치 않다. 해맑게 웃는 여자, 매혹적인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여자,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여자 등 인물의 표정에 그의 성격이 슬그머니 드러난다.

인물이 걸린 액자는 나란히 놓여 있지 않다. 마치 ‘로맨틱코미디 종결자!! 웃음강도 8.5’를 장식하기라도 하듯 빙 둘러 서 있다. 그 밑으로는 연극의 제목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가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목만으로는 싱글녀를 위한 연극이라고 짐작된다.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는 테리가 사랑을 찾는 과정을 재밌게 그려냈다. 시골에 있는 테리의 부모는 테리가 평생의 짝을 만나 행복하길 바란다. 남자에게 큰 기대 없는 테리에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성화가 부담인데, 과연 테리는 평생의 짝을 만날 수 있을까?

‘남자따위가 왜 필요해?’라고 묻는 연극이지만 살짝 돌려 생각하면 그 누구보다 남자가 절실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장덕수, 차현정, 방은희, 김지완, 추소영 등 브라운관에서 익히 봐오던 이들의 출연으로 극에 대한 친숙함을 한층 높인 연극 ‘남자따위가 왜 필요해?’는 오는 1월 27일부터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