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화, 10년만의 창작연극 '됴화만발'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때는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지배했죠. 하지만 이제 현대인의 주된 정서는 외로움이에요. 고독감 같은…. 연극 무대에서 그걸 잡아내려고 합니다."
대학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중견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46)가 10년 만에 신작 연극을 선보인다.

   그동안 '서편제' 등 뮤지컬 창작에 치중했던 그는 다음 달 6~25일 외로운 검객을 주인공으로 한 괴담 연극 '됴화만발'(桃花滿發)을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지난 16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2003년 처음 구상했던 희곡을 8년 만에 무대에 올리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래는 무협 연극으로 시작했죠. 일본 소설과 서부 영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어요. 잔혹하면서도 기괴한 옛날이야기 속에서 배우들의 땀내 나는 액션이 펼쳐지죠."
'됴화만발'의 주인공은 절대 무공을 지닌 고독한 떠돌이 검객 'K'. 동쪽 나라 복숭아나무 숲속을 배경으로 K가 영원불멸의 삶을 이어가면서 선보이는 활극이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액션을 구현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죠. 연극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하지만 무대에서 실제로 배우들의 몸놀림을 본다면 더 생생하게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슬로우모션, 스톱모션을 활용해 폼나는 무협 장면을 곳곳에 넣었습니다."
그가 굳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뭘까.

   "연극은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분야라고 봐요. 현대인의 주된 정서가 바로 외로움이거든요. 영화나 시, 소설에서는 이러한 외로움의 실체를 깊게 다뤄왔는데 연극에서는 그렇지 못했죠. 요즘 대학로에서는 코미디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그는 특히 "현대인들이 외로움으로부터 도망다니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외로움을 다룬 걸 보면 관객에게 그냥 마취 효과를 주는 거 같아요. 멋있긴 하지만 잠깐 현재를 잊게 만들 뿐인 마약 같은 거죠. 연극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무대에서 이러한 고독을 잡아내려고 하는 거죠. 검객만큼 외로운 사람이 있겠어요?(웃음)"
박해수를 포함해 '됴화만발'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실제로 매일 같이 온몸에 파스를 뿌려가면서 검술과 단체 액션을 연습하고 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어요. 무술 감독이 아니라 안무가를 영입해서 '쿨한' 액션을 선보이려고 했거든요. 무술하시는 분들에겐 엉터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무대에서는 느낌이 중요합니다.(웃음)"


그는 최근 들어 공개 석상에서 공연 창작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답답하고 섭섭했어요. 라이선스 공연 만드는 것처럼 창작들도 지원해야 되지 않나 싶었죠. 계약금을 떼이고, 제작사가 공중 분해돼도 창작인들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죠. 제도를 운영하는 힘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각성하고 양심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광화 연출가는 "'됴화만발'은 내게는 일종의 도전과 같다"면서 "관객들이 외로움에 도망다니지 말고 의연하게, 폼나게 예방 주사 한번 맞고 돌아가셨으면 한다"며 웃어보였다.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8/17 16: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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