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화에 월백한 광대’의 작품 ‘당나귀들’이 1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연극 ‘당나귀들’은 서울연극협회가 주관하는 2012년 공연예술인큐베이팅사업 ‘요람을 흔들다Ⅱ’의 프로그램이다.

2003년 국립극단 대본공모에 당선되어 초연된 연극 ‘당나귀들’은 한국 문단에서 독특하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선보이는 작가로 알려진 소설가 정영문의 첫 희곡이다. ‘당나귀들’은 드라마가 진행되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과 순환구조를 보여주는 비사실적 작품이다. 특히 작품에 소설가 정영문 특유의 문체가 대사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 새로운 ‘언어극’ 스타일을 제시한다.

연극 ‘당나귀들’은 당나귀 앞에 양과 질이 같은 당근 두 개를 내밀면 당나귀가 어느 것을 먹을까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 굶어 죽게 된다는 우화적 발상에서 나온 작품이다. 작품에는 적군이 쳐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만 할 뿐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장군과 신하들이 등장한다. ‘당나귀들’ 속 인물들은 무언가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우왕좌왕하는 우매한 당나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내미는 ‘결론을 내리기 힘든 결론’은 우스꽝스럽고 미련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무대는 정영문 특유의 인간 본질적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드는 수많은 ‘말’들로 펼쳐진다. 연출가 이영진은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와 해학적인 모습을 연극적으로 담는다. 그는 등장인물의 끊임없는 중얼거림과 인물간의 대사를 통해 가벼워 보이는 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각적이고 독특한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극단 ‘동’ 연출가 강량원은 이영진 연출의 ‘당나귀들’에 대해 “키치를 극한까지 실험한 작품이다. 코메디는 많지만 좋은 소극을 경험하기 어려운 우리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고 평했다. 서울연극협회 연출가인큐베이팅 심사위원은 본 공연의 심사평에서 “왜곡과 비틀기를 넘어선 키치적 표현들로 관객이 무겁지 않게 비판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나래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