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화의 흐름을 이어 온 한국, 중국, 일본의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 제19회 베세토연극제가 이번 주 열린다.

3국의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베이징, 서울, 도쿄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한 본 연극제는 1994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후 해마다 세 나라를 순회하면서 진행된다.

총 4편의 작품이 선보이는 올해 축제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국립극단 삼국유사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꿈>이다. 지난 1일 프리뷰를 시작해서 1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 속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을 모티브로, 신라와 한국 식민 시대를 비추어 욕망과 금기 사이에 방황하는 인물들을 비춰낸다.


우리에게 조용한 연극으로 친숙한 일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가 이번엔 연출로 선다. 마쓰다 마사타카 작으로 극단 청년단이 선보이는 <달의 곶>(9.4~5, 명동예술극장)은 형제의 결혼을 준비하는 한 가정과 그 이웃들의 일상에 집중한다. 평온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간 알지 못했던 비밀과 균열이 섬세하고 은밀하게 드러나는 작품. 1997년 초연 당시 요미우리연극대상 최우수작품상, 우수연출가상 등을 수상했다.

안톤 체홉의 명작을 일본의 혁신적인 연극인 나루미 코페에 의해 색다른 무대로 탄생한다. <갈매기>(9.7~8, 남산예술센터)는 원작에 충실한 내용이 강렬한 현대적인 무대 미술, 포스트 드라마성이 특징인 제칠극단의 특징으로 탄생될 예정이다.


마지막 작품은 중국 현대 연극사를 뒤흔든 작품이라고 평가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차오 위 작의 <뇌우>(9.8~9, 명동예술극장)다. 단 하루 동안의 모습으로 1894년부터 1924년까지 약 30년 간 얽히고 설긴 두 가족의 가정사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불륜, 치정 등으로 얽힌 가정비극인 것 같지만 봉건적 사회질서의 붕괴, 근대사의 모순, 계급간의 투쟁 등 중국 현대사의 혼란이 투영되어 있다. 2010년 차오 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 다롄극단에서 제작한 공연이며, 쉬는 시간 없이 180분의 폭풍이 휘몰아 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