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뉴스

[인터뷰] 국물만 내고 버림받는 멸치 같은 ‘아버지’, 연극 ‘아버지’ 연출 김명곤

작성일2013.05.14 조회수7830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이전글 다음글 목록



아버지는 고독하다. 어머니와 같은 크기로 애달프게 자식을 사랑하고 손가락 마디가 닳도록 일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어머니’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었을 때 더 뭉클하다. 아들이 상을 받아오면 ‘잘했다’라는 칭찬보다 ‘이때야말로 긴장을 늦추면 안 돼’라는 타박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 아버지다.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따뜻한 정서를 더 많이 느낀다. 공연 작품들도 어머니를 소재로 하는 것이 더 흔하다. 아버지는 가정, 직장에서 소외되고 사회적 시선에서도 빗겨나가 있다. 소외된 아버지를 연극 ‘아버지’에서 조명한다. 연극 ‘아버지’는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5월 19일까지 공연된다. 이후에는 원주, 하남 등에서 지방공연을 이어간다.

 

연극 ‘아버지’는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을 역임하고 무대로 돌아온 김명곤이 연출했다. 김명곤은 1983년에 배우로 데뷔해 여러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1986년에 극단 아리랑을 창단해 제작, 출연, 극작, 연출 활동을 왕성하게 펼쳤다. 5월 8일 어버이날 이른 아침, 연극 ‘아버지’에 대해 김명곤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 수많은 공연들이 제작되지만, 아버지 소재를 다룬 작품은 흔치 않다.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됐나?

 

연극 ‘아버지’의 원작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오래 전부터 ‘세일즈맨의 죽음’에 많은 공감을 했다. 우리 아버지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을 제작하고 돌이켜보니 지금은 내가 아버지의 나이가 됐다.

 

연극 ‘아버지’에서는 원작을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바꿔 한국적 정서로 풀어냈다.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늘진 대중들의 삶을 다뤘다. 우리 현실의 지나친 경쟁구도와 그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 한다.

 

- 어떤 실제 경험이 떠올라 공감했나.

 

우리 아버지도 오랫동안 실업자였다. 어렵게 가정을 꾸렸다. 나도 이십대 때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원망도 했다. 돌이켜보니 그곳에 아버지의 아픔과 아들을 향한 사랑이 존재했다. 아들에게 큰소리치며 미운 소리를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사랑을 느끼게 됐다.

 

 

- 이순재, 전무송 두 배우 모두 연륜에서 묻어나는 감성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우는 배우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순재, 전무송 배우 모두 평소에 존경하던 연기자다. 연극 ‘아버지’의 출연을 제안하자 즉석에서 수락했다.

 

성북동의 허름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은 오후 2시부터 시작이었다. 두 배우 모두 처음에는 오후 1시 반에 오더니 나중에는 오후 1시에 왔다. 정말 열정적이었다. 이순재, 전무송 배우가 배우들 중 제일 먼저 대본을 다 외우고 동선을 체크했다. 젊은 배우들이 힘들어 해 나중에는 내가 ‘연습시간 좀 지켜달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연극 ‘아버지’가 공연한지 일 년이 넘었다. 일 년 동안 작은 문제 하나 없었고, 화합이 정말 좋았다.

 

- 배우의 연령대나 작품 내용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의 관객이 부모님 세대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은 않다. 다양한 연령층이 작품을 보러 온다. 한 번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중학생 100명가량이 단체 관람을 왔다. 아이들이 굉장히 몰입해 눈물을 흘리더라. 놀라웠다. 아버지와 자식이 겪는 갈등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 연배 있는 아버지 관객들은 자신의 현실에 비추어 보며 공감하고, 어머니 관객들은 극 중 어머니 역할에 많이 공감한다. 작품에서의 어머니는 가족 모두에게 헌신적이고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다.

 

서울과 지방에서 모두 공연을 한다. 특히 지방공연 관객 반응이 뜨겁다. 공연하는 지역마다 매진됐다. 올해도 연말까지 지방초청공연이 있다.

 

 

- 다양한 층의 관객에게 공감을 끌어낸 연출적 포인트는?

 

작품에서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 인용한 시가 있다. 마종기 시인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라는 시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고 무릎을 치며 ‘이거다!’했다. 극중 아버지가 이 시를 낭송한다. 관객들은 ‘어디서 이렇게 딱 들어맞는 시를 찾아냈느냐’며 크게 공감했다.

 

이 극은 사실주의적으로 진행되다 현실과 과거가 교차한다.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며 과거와 현실이 혼돈된다. 이 의식의 파탄이 연기에서 잘 드러나도록 노력했다. 아버지의 정신적 혼란은 몽환적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폭발적으로 언쟁을 하다 껴안고 눈물로 화해한다. 그 후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극중의 갈등과 오해가 한순간에 터지며 극적으로 해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아리인터웍스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