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한 공연 제작자로 나서
"어릴 적 못 누린 추억 전해주고파"
무대연출가 남편과 콘텐츠 제작
아동시설·단체 방문 공연 계획

아역 출신 배우 이재은이 아이들을 위한 공연제작자로 변신했다. 남편 이경수 무대연출가와 함께 ‘스토리시어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재은은 “내가 누리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공연계 ‘뽀미’ 언니가 되려고요. 하하하.”

아역 출신 배우 이재은(34)이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꾼으로 나섰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사나운 호랑이를 비롯해 포근한 엄마와 다정한 오누이를 다양한 목소리로 연기하며 종이인형극 ‘해님 달님’을 이끈다. 낮고 굵게 목소리를 깔아야 하니 여자로서 호랑이 소리를 낼 때 성대에 무리가 갈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재은은 “더빙세대라 낯설지 않다”며 웃었다. 이재은이 연기를 시작했던 1980년대 중반만 해도 동시녹음이 없었을 때라 연기와 대사 녹음을 따로 했기 때문이다.

이재은이 이야기꾼으로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아동을 위한 공연제작을 시작해서다. 이재은은 한국무용 안무가이자 무대연출가인 남편 이경수와 손잡고 ‘스토리 시어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유럽의 전통종이 인형극을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개발한 아동공연 콘텐츠 제작이다. ‘해님 달님’ 외에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공연 개발도 끝냈다. 공연장을 따로 두지 않고 아동시설이나 단체를 방문해 찾아가는 형식으로 아이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재은은 어린이 공연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아이들한테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패를 거듭한 아버지 대신 어려서부터 집안의 가장이 됐고 일찍 연기자 생활을 해오며 놓칠 수밖에 없었던 문화생활을 통한 추억 쌓기다. 이재은은 1985년 드라마 ‘적도적선’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다섯 살 때다. 이후 ‘토지’ ‘하늘아 하늘아’ ‘한명회’ ‘조광조’ ‘인어아가씨’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 생활을 해왔다.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이지만 연기 데뷔는 벌써 30년 차다. 이재은은 “내가 여태 쌓아온 연기를 바탕으로 어른의 지혜를 공연에 담아 동화구연처럼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6년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지만 “‘내 아이에게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왜 종이인형극이냐고 묻자 “아날로그 작품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표현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봤다”고 답했다.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작업이다 보니 “서로 고집이 세 많이 싸운다”는 이재은은 “그래도 무대 작업에서는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고 남편을 챙겼다. 이재은이 2013년 ‘첼로의 여자’로 처음 연극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이다. 그 이전 3년여 연기활동을 쉬며 생긴 우울증을 떨치는 데 남편의 연극 권유와 조언이 컸다는 게 이재은의 말이다.

2000년 영화 ‘노랑머리’에서 도발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재은은 어느덧 엄마가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지난해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 남편의 학대를 견디며 4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모정을 절절하게 연기해 호평을 샀다. 이재은 “아역 배우로 시작해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한다”며 “무대에서 날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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