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한마디로 사건이다. 아이돌 그룹들이 연간 차트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16일 kt뮤직이 운영하는 음악 사이트 지니(www.genie.co.kr)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포함해 집계한 차트에서 아이돌 그룹들은 톱5에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니 사이트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젊은 층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차트로 꼽힌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음원은 소유와 정기고의 콜래보레이션 곡 ‘썸’이었다. 2~5위에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솔로앨범, 아이돌 그룹 멤버를 포함한 남녀 가수의 콜래보레이션, 솔로 가수들이 포진했다. ‘완전체’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지니 연간 차트 톱5에 그룹 엑소가 ‘으르렁’, 에이핑크가 ‘노노노(NoNoNo)’로 각각 3, 4위에 올랐다는 점은 올해 순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올해는 톱10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도 아이돌 그룹 단독으로는 ‘미스터 츄’로 7위에 오른 에이핑크가 유일했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흔히 ‘보는 음악’으로 불린다. 노래에 동반된 댄스가 흥겨움을 더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등 각종 무대장치를 더해 노래가 완성된다. 아이돌 그룹들은 이런 노래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각지를 공략, ‘K팝 한류’를 개척했다.

이 같은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대세’로 꼽혔다. 이들의 차트 내 입지가 위축됐다는 것은 음악에 대한 대중의 취향이 그 만큼 다양해졌다는 증거다. 실제 ‘썸’을 비롯해 차트 상위권에는 ‘보는 음악’과 비교되는 ‘듣는 음악’이랄 수 있는 발라드 등 느린 노래들이 대거 포진했다. 발라드 가수인 박효신이 ‘야생화’로 4위, 성시경이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인 ‘너의 모든 순간’으로 10위, 이선희가 ‘그 중에 그대를 만나’로 13위에 각각 올랐다.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의 공존을 확인시켜준다. 신예 보이 그룹 하이포는 아이유와 콜래보레이션을 이룬 ‘봄 사랑 벚꽃 말고’로 9위에 올랐는데 이 노래의 장르는 발라드였다.

세월호 침몰을 비롯한 대형 사건, 사고, 장기적인 서민경제 위축으로 침울해진 사회적 분위기도 이 같은 음악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선희, 플라이투더스카이(‘너를 너를 너를’ 9위), 엠씨더맥스(‘그대가 분다’ 28위) 등의 감성적인 발라드가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대중이 흥겨움보다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얻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4~5년 전에는 아이돌 그룹 중심으로 음악적 쏠림 현상이 지나쳤는데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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