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우수공연 올릴 기회 확보
단체에 공연무대·연습실 등 '무상' 제공
공연단체, 역량 강화하며 안정적 운영
공연·공공프로그램 협력 제작
전국 168개 상주단체…총 135억원 지원
지역민 관람시 20~30% 할인혜택도

강동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인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가 지도하는 ‘춤추는 엄마들’(왼쪽 위·아래부터 시계방향)과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상주예술단체인 예술무대 산의 ‘달래이야기’, 마포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인 와이즈발레단의 ‘신데렐라’의 한 장면. 지역을 대표하는 극장과 함께하는 ‘상주예술단체’는 지역민을 위한 공연·공공프로그램 등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예술무대 산·마포문화재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도 무용수·배우가 될 수 있다.’ 매년 6월이면 무용에 관심 있는 시민은 강동아트센터에 모인다. 춤을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엄마들의 춤바람 프로젝트 ‘춤추는 엄마들’과 시민 스스로가 작가·연출·배우가 돼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힐링프로그램 ‘연극하라 2016’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6개월여간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와 ‘극단 여행자’ 등 전문단체가 시민에게 춤과 연기를 가르친다. 이들은 모두 강동아트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주예술단체’다.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상부상조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연장은 단체에 극장·사무실·연습실 등 상주공간을 제공하면서 우수 공연·프로그램을 올릴 기회를 얻는다. 단체는 공연장의 공연·공공 프로그램 제작에 협력함으로써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이정만 전문위원은 “올해부터 공연장 중심의 지원사업으로 전환했다”며 “전국 공연장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단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동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인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가 공연한 ‘인간단테’의 한 장면(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전국 168개 단체 극장에 상주 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역별 상주단체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은 단체는 총 168개. 이들이 끌어모은 관객은 118만명에 달한다. 올해 서울지역에만 라벨라오페라단(꿈의숲아트센터), 극단 고래(나루아트센터), 바닥소리(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와이즈발레단·더뮤즈오페라단(마포아트센터), 안은미컴퍼니(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등 17개 공연장에 총 28개의 단체가 상주하게 됐다. 이 사업에는 연간 135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

자격요건은 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분야의 창작·공연활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2016년 신작을 발표할 공연단체가 대상이다. 단체 소재지의 제한은 없으며 최소 3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창작·공연활동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상주예술단체에 선정되면 1년간 신작 1건 이상, 레퍼토리 또는 공공프로그램 1건 이상을 올려야 한다. 구체적인 공연횟수 등은 공연장과 협의해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 단위로 운영하던 것을 올해는 연간 사업(4~12월)으로 변경했다. 공연장 당 8000만~3억원을 지원하며 최대 3개 공연단체가 상주할 수 있다.

선정 이후의 운영방식은 극장별로 다르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상주예술단체의 공연을 20~30%가량 할인해주는 극장도 있고, 자체 공공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마포아트센터의 경우 ‘찾아가는 발레 공연’을 통해 지역의 학교·노인회관 등을 찾아 발레를 지도했고,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재천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상주하는 연극·무용단체가 서로 협업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무용 레슨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았고, 연극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구로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준 높은 작품을 극장에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나 자체 공연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포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인 더뮤즈오페라단이 공연한 ‘치즈를 사랑한 할아버지’의 한 장면(사진=마포문화재단).

△“극장과 단체 서로 윈윈”

올해로 3년째 강동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의 김성한 예술감독은 ‘극장의 무상사용’을 가장 큰 혜택으로 꼽았다. 공연을 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대관 문제가 항상 골칫거리였는데 기본적인 걱정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김 예술감독은 “강동아트센터의 경우 시설이나 연습실 등이 무용단체에 최적화돼 특히 좋다”며 “개인적으로 작품을 할 때는 1년에 한번씩 지원금을 받아 공연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세울 수가 없었다. 상주예술단체 선정 이후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며 2016 댄스비전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15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인증받는 성과도 얻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상주예술단체인 예술무대 산은 극장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오정석 실장은 “기획 공연을 올릴 때 상주예술단체에 우선 대관을 해주기 때문에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안정적”이라며 “‘의정부음악극축제’ 등 극장의 연간행사에도 참여하며 관객을 만날 기회도 늘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마케팅이나 홍보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며 “공공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 극단과 ‘상자’를 함께 공연했는데 관객 반응도 좋았을 뿐 아니라 작품의 질적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상주예술단체인 예술무대 산이 공연한 ‘상자’의 한 장면(사진=예술무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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