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빛나건만

오페라 토스카를 관람하기 위해 올림픽홀을 간다는 것은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오페라극장 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는 것이 관례였던 것이 마치 대학교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 다른 느낌은 옛날 모차르트 시절 관객들과 허물없이 오페라를 즐겼던 그 시절에는 아마도 이런 곳과 같은 느낌일거야 하는 생각으로 올림픽홀에 들어섰다. 오페라를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연장이라는 것은 알고 왔지만 그래도 잘츠브루크의 축제를 짧게나마 맛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악조건을 내 기억에서 배제하고 작품만 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리랑오페라단의 창단작품으로 루마니아 클루즈나포카 국립 오페라단을 초청하여 막을 올린 잘츠브루크 오페라 페스티벌은 < 라트라비에타>, < 카르멘 > 세 작품이 끝나고 < 토스카 >가 공연되는 날이었다. 단촐한 세트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살리고 있었다. 마치 원전연주가들이 모여 옛날 고음악을 연주하고 오페라를 선보이는 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모차르트의 < 피가로의 결혼 >의 초연 무대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 나름대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관람하였다.

이탈리아의 양대 산맥이라고 일컫는 베르디와 푸치니.
베르디의 작품이 선이 굵고 스케일이 큰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푸치니의 작품은 인물들의 묘사가 뛰어나고 순정만화를 보는 것처럼 섬세하다. < 토스카 >는 기존의 푸치니의 감수성 위에 반전의 효과를 첨가한 형태의 오페라 작품이다.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 세 명이 벌이는 연기력과 역량에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변수가 되는데 그런 면에서 루마니아 국립 오페라단에서 보여준 < 토스카 >는 수준급에 달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무대가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가수들의 동선이나 무대 구성 등 그 기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오페라 < 토스카 >는 1887년에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둔 오페라로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으로 유명한 오페라이다. 유명 가수인 토스카의 애인 화가 카바라도시가 교회 안으로 도망쳐 온 정치범 안젤로티를 숨겨 주고 때마침 그곳을 찾아온 토스카가 이를 목격하게 된다. 카바라도시를 떼어내고 토스카를 차지하려는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도 교회에 나타나 카바라도시를 의심하고 카바라도시를 고문, 그 모습을 토스카에게 보여주며 카바라도시를 사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토스카는 자기의 몸을 바칠 것을 거짓 맹세하고 스카르피아로부터 통행증을 받아낸 후 그를 찔러 죽인다. 감옥 옥상에 끌려 나온 카바라도시를 토스카가 찾아와 통행증을 보이며 총살형은 형식적인 것이며 총살형에서 죽은 척만 하면 된다고 카바라도시를 안심시킨다. 총살형이 집행되고 토스카는 카바라도시가 진짜로 총살된 것을 알고 형장의 높은 성벽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게 된다. 전 3막으로 이루어진 < 토스카 >는 극적 반전을 이루는 작품이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를 연주한 세레나 폴로라와 니카 콘스탄틴은 괘 만족스러운 가창을 들려 주었다.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니카 콘스탄틴의 소리가 공연장 때문에 공명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스카르피아를 맡은 게오르게 모고산의 연주도 좋았다. 권력과 계교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악한을 상당히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또한 코러스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었다. 지휘자 로스티슬라브 할리스키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인물의 심리 변화에 따르는 음악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반응해 주었으며 가수들의 연주를 잘 받춰 주었고, 같은 호흡으로 연주되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추어진 작품으로 조화롭게 이끌어 주었다.

전체 3막 중에서 으뜸으로 뽑는 막은 역시 2막이다. 애인의 고통 앞에서 번민하는 토스카와 그런 토스카의 약한 면을 파고들면서 사악하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 스카르피아, 그리고 각각의 주인공들의 심리를 생생히 그려주고 있는 음악 등으로 그 맛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로디카 포페스크 모이사의 연출의 돋보이는 무대였다. 열악한 조건에도 잘 짜놓은 무대 구성과 가수들의 캐릭터 분석을 통한 표정이나 행동 을 통한 연기 그리고 노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의 연출적 완성도를 높여 주고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에 내한하여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잘츠브루크 페스티벌의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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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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