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20세기의 진정한 뮤지컬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오페라 [라보엠]은 프랑스의 시인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에서 쟈코사와 일리카가 대사를 쓴 것인데 푸치니는 같은 내용으로 작품을 만든 레온카발로처럼 뮈르제의 원작에 구애되지 않고 대본을 써서 만든 작품이 [라보엠]이다. [보엠]이란 보헤미안 기질이란 뜻으로 예술가 또는 그의 족속들이 세속 풍습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극 중에서는 세 사람의 예술가와 한 사람의 철학가가 다락방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중 시인 로돌포는 같은 다락방에서 수놓는 병든 처녀 미미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가난했기 때문에 보살필 수가 없어서 죽게 된다. 화가 마르첼로와 거리의 처녀 무젯타와의 현실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하여 싸움과 젊은 네 사람의 우정들을 교묘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1896년 이탈리아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 [라보엠]을 닮아 있다. 프랑스의 보헤미안 생활을 뉴욕 뒷골목에 그대로 옮겨왔다. 꼭 100년이 지난 후 뮤지컬 [렌트]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내한한 뮤지컬 [렌트]는 감동적이었다. 에이즈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몰라 마음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작곡가 로저, 마약 중독과 에이즈에 시달리며 그를 사랑하는 댄서 미미의 사랑, 거리의 악사 엔젤과 콜린스의 사랑이 묻어나고 엔젤은 에이즈로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되고, 연극배우 모린과 조앤의 거칠지만 솔직한 감정 표현의 사랑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20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삶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공연은 정말 좋았다는 말로 결론 내리고 싶다. 물론 공연장이나 음향 등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공연 자체는 훌륭하기에 공연 내내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하고, 같이 부르기도 하고, 가사들도 다시 한 번 더 떠올리기도 하고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한국에서 올려진 [렌트]도 좋았지만 이번에 내한한 아시아 투어팀도 가창력과 연기력이 뛰어나서인지 좋은 무대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무대 위에 연주팀이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극을 헤치지 않았고, 동선도 전혀 이상이 없었고, [렌트]의 내용이 그대로 전해지고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무엇까지도 전해지고 있었다.

각 장면들이 모두 주요하고 인상에 남는 장면이지만 굳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들을 열거하자면 Tune Up #1을 시작으로 해서 시작되는 Opening부터 인상에 깊다. 그리고 이어지는 Rent의 오프닝도 인상 깊은 것 중에 하나이다.



[Rent]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Scene부터 시작된다. 엔젤과 콜린스가 만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콜린스가 강도를 당하고 난감해하고 있는 가운데 앤젤이 콜린스에게 도움을 주고 나중에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Light My Candle] 미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저를 보고 싶어 불을 붙이러 왔다가 불을 계속 끈다. 나중에는 도발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미미는 그래도 귀엽다. 로저는 미미를 멀리한다. 로저 자신이 AIDS환자이기 때문에 맘을 열지 못하는 표현을 한 번에 보여주는 Scene이다.




[Today 4 U] 마크와 로저에게 콜린스가 앤젤을 소개한다. 앤젤이 돈을 벌게 된 이유를 말해주는데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다.

[Tango : Maureen] 모린과 사귀고 있는 조앤은 모린이 공연준비를 돕고 있을 때 음향장치에 문제가 있어 골치를 썩힐 때 모린의 옛 애인 로저에게 연락해서 조앤을 도와주라고 한다. 로저는 옛 애인과 사귀는 조앤에게 모린의 습관들을 열거하면서 조앤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다.



[Out Tonight] 막문위가 미미역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을 법한 장면이다. 마약을 하고 몽환적인 느낌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오늘 밤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람이 그리워 나타내는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다.

[Another Day] 로저와 미미의 유명한 노래이다. ‘말을 할까 말까’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심경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로저와 미미는 처음 보는 순간 서로 사랑하게 되었건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AIDS란 병 때문에.



[On The Street]는 ‘크리스마스 벨이 울리네’ 부터 시작해서 거리의 상황들을 보여주는 브로드웨이식의 장면이다. 작지만 [렌트]의 많은 복선을 깔고 있는 장면이다.

[Santa Fe] 감미롭게 부르는 콜린스의 목소리가 너무도 좋은 장면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멸시당하는 뉴욕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마크, 엔젤, 콜린스는 산타페에 함께 레스토랑을 열자는 꿈을 노래한다. 엔젤과 콜린스의 사랑 노래인 [I’ll Cover You]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 중에 하나이다.



[Over The Moon] 머린의 첫 등장 장면이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달에 오르는 일’로 노래하는 모린의 콘서트 장면이다. 공터를 없애는 데에 반대하는 시위현장이다. 그런데 그 시위 콘서트 장면도 보헤미안의 철학이 담겨 있다.

[La Vie Boheme] 시위가 끝나고 모두 식사하러 레스토랑을 찾는다. 보헤미안의 삶을 노래한다. 그리고 [I Should Tell You]로 로저와 미미는 서로 AIDS 환자임을 알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Seasons of Love] 오십이만오천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 앞에 놓인 수많은 날들. 소중한 그 시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잴까? 인생은 빌릴 수 없는 삶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랑으로 채우길 기원하는 두 말 할 것 없이 주옥 같은 [렌트]의 대표적 노래이다. [Happy New Year]에서는 마크, 로저, 미미, 모린, 조앤, 엔젤, 콜린스가 새로운 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이는 장면이다.

[Take Me or Leave Me] 모린과 조앤이 사랑하는 데에 있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든지 떠나라는 말이 가슴에 닿는 내용의 노래로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Whithout You], [Contact], [Goodbye, Love] 등의 장면들이 다 지나가면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치닫는다. 엔젤은 죽고 미미마저도 로저가 자신이 만든 곡 [Your Eyes]를 부르며 울부짖는 가운데 죽게 되었다가 깨어 난다. 엔젤이 자신을 돌아가라고 했다면서.



[No Day, But Today]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에 대한 노래를 함께 부른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밖에 없다’는 것을. 언제나 가슴 떨리게 하고 마음 설레게 하는 장면이다. 엔젤이 뛰어 들어올 때면 가슴이 벅차다. 그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선다.

[뮤지컬 렌트] 中 'Seasons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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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유진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