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

16세기 영국 전통가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그럴듯한 2층집에 가정부 클라켓이 등장하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쉬는 날인데도 케이블 TV를 볼 작정으로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뭐가 불만인지 연신 투덜투덜. 그 순간 이제 막 시작한 연극에 난데없이 연출 목소리가 끼어든다. “강이숙씨 다시 한번 합시다.”

무대 뒤, 진짜로 골치다

연극 [노이즈 오프]는 소위 말하는 액자구성을 취하고 있다. 연극 속에 또 다른 연극 ‘낫씽온’을 등장시켜 관객들은 한 번에 두 개의 연극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짜는 낫씽온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이 무대 뒤에서 벌이는 죄충우돌, 엽기 행각이다. 연극 낫씽온 공연을 하루 앞둔 날.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출연배우 여섯 명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테크니컬 리허설은 생략, 곧장 드레스 리허설에 들어간 상태다. 연습기간은 고작 2주지만 연극 낫씽온의 동선은 유난히 복잡해 배우들이 허둥대는 상태는 이미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 연출자는 한탄하듯 한 소리 내뱉는다. “나도 이 연극 왜 하는지 모르겠다구.”

게다가 이들끼리 서로 꼬이고 얽힌 관계는 자기들이 공연하는 연극보다도 복잡하다. 연출자와 여배우, 조연출과의 삼각관계, 연상 연하 커플, 라이벌 여배우들의 신경전으로 질투와 오해는 도를 넘어가고 있다. 또한 대본 상황이 이해 가지 않으면 ‘바보 같은 질문 하나만 해도 되요?’라고 말하는 소심한 배우에 툭하면 대사를 잊어버리고 술 때문에 사라져 버리는 노배우, 제 멋 대로에 상황 파악까지 느린 여배우까지 합세해 이젠 공연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노이즈 오프]는 총 3막으로 구성된다. 공연 하루 전 엉성한 드레스 리허설(그래도 낫씽온을 그나마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에 돌입한 시점에서 무대 뒤 배우들과 스텝들의 우왕좌왕 엽기 상황, 공연기간 후반부 이제는 더 이상 수습할 수가 없는 연극 ‘낫씽온’의 적나란 공연 실황이 펼처진다.

이 연극의 매력은 극 중 연극 ‘낫씽온’의 복잡하기 짝이 없는 동선과 소품에 맞추기 위해 배우들이 허둥대는 모습이 관객에게 적나라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거기에 배우들 사이에 생긴 복잡한 애증 관계와 정신 없이 돌아가는 무대 뒤 편 상황은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2막에서 무대 뒤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무대 세트를 돌려놓는 것도 흥미거리다.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들도 다수다.‘질문 하나만 해도 되요?’라며 주위 사람들을 속 터지게 만드는 소심한 배우 심영창 역에 송영창, ‘낫씽온’의 연출가 민석환 역에 안석환, 노배우 장현 역에 정현 등이 맡아 열연했다.
[노이즈 오프]를 보는 관객이라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연극 ‘낫씽온’은 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Tip
연극 속 연극 '낫씽온' 줄거리

가정부 클라켓(강이숙)은 쉬는 날이지만 TV를 볼 요량으로 주인집에 와있다. 이때 부동산 직원 로저(노현철)는 그의 애인과 재미를 볼 생각에 몰래 들어오고, 휴가를 떠난 줄만 알았던 집주인 필립(심영창) 역시 아내(공호영)와 들어온다. 물론 빈집인줄 알고.

각 문으로 들락날락 거리는 동선은 처음에는 기가 막히게 이들이 마주치는 것을 빗겨나가 는가 싶더니 결국 꼬이고 꼬인 채 오해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빈집인줄 알고 잠입한 도둑(장현)과 집을 계약하기 위해 느닷없이 등장한 중동 왕자(심영창)로 인해 사태는 커지고 만다. 결국 낫씽온은 제목과 같이빈 집 다운 자태를 갖추지 못하고 시끌벅적 난감한 상황으로 코믹하게 끌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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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