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죽도록 달린다」(연출 서재형)가 최근 대학로 아룽구지극장에서 공연에 들어갔다.
`제목이「죽도록 달린다」인데 도대체 왜 달리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관객들이라면 연극이 시작되면 궁금증은 곧 사라질 것이다. 6명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죽도록' 무대 위에서 달리는 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죽도록 달린다」는 삼총사와 달타냥의 모험담을 유쾌하게 그려낸 알렉상드르 듀마의 소설「삼총사」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기본 이야기 구조를 따왔을 뿐 극의 내용은 작가가 대부분 재창작한 것.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왕비가 추기경 등 주변인물의 음모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달타냥을 유혹해 왕자를 낳고 왕을 살해한 뒤 자신의 아들을 권좌에 올린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작가는 작품에서 달타냥과 왕비의 시녀 보나쉬의 애틋한 사랑 대신 정치적인 계산으로 왕비의 유혹을 받아들이는 비정한 달타냥을 그리고 있다. 헌신적인 보나쉬 역시 추기경의 사주로 왕비를 죽이는 악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작품을 쓴 작가 한아름씨는 "사랑과 우정에도 정치적인 계산이 필요한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연극「죽도록 달린다」가 표방하는 것은 활동 이미지극.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장면 구성이 특징인 이미지극에 활동성을 더한 작품이다.

다시 말해 각각의 사진은 여러 장의 이미지이지만 이를 중첩해서 보여주면 움직임이 있는 영화가 되는 것처럼 연극에 영화제작 기법과 같은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작품은 활동 이미지극답게 같은 장면들을 조금씩 다르게 3-4번 반복하면서 진행된다. 이는 이미지극에서 강조하는 소리, 음악, 움직임 등 연극의 모든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관객에게 인식시키고 극의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장치.

또한 극 중간중간에 출연배우들의 `유쾌한 달리기'를 삽입해 권력욕과 욕망에 휩싸여 파국으로 치닫는 극의 내용과 묘한 대칭성도 보여준다.

음악을 담당하는 타악그룹 `공명'의 박진감 넘치고 신비로운 라이브 음악과 배우들의 달리기에 삽입되는 코믹한 안무도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출연배우들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으며 특히 고양이 소리, 아이 울음 소리 같은 효과음을 내는 강석씨의 목소리 연기는 싸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실성이 떨어지는 의상과 소품들은 공연 초반 극에 몰입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왕비역의 홍성경씨를 비롯, 김정석(왕/삼총사), 송희정(보나쉬), 이혁열(달타냥), 이승연(추기경/삼총사)씨 등이 출연한다. 극단 `물리' 제작. 공연은 오는 5월 2일까지.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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