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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투알 발레 갈라> 도전과 무르익음, 환호로 빛났던 무대

작성일2010.01.14 조회수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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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_ 김지영, 타마시 나지

객석에서는 주저 없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기대감에 가득 찬 까닭도 있었지만,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는 무대였기에 망설일 여지는 없었다.

최고의 무용수들에게만 허용되는 칭호 ‘에투알’(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을 전면에 내세웠던 <에투알 발레 갈라>의 자신감은 무대로서 확인되었다. 김지영, 서희, 강화혜 등 한국인으로 세계 정상의 무대를 누비는 솔리스트들 뿐만 아니라 타마시 나지(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호세 마누엘 카레뇨(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라파엘 쿠메 마르케(드레스덴 점퍼오퍼 발레단) 등 해외 유수 발레단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임은 분명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이나 ‘지젤’, ‘백조의 호수’ 2막의 그랑 파드되(2인무) 등 갈라 무대에서 사랑 받는 레퍼토리는 감정의 고저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짐과 동시에 무용수들의 고난위도 테크닉을 한번에 맛볼 수 있어 고른 관객층의 마음을 두드렸다.

더욱이 1막과 2막 마지막 무대에 각각 ‘해적’ 3인무와 ‘돈키호테’를 올려 흥겨운 갈라 무대의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해적’에서 올해 42세의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치는 강한 도약과 정확한 턴을 선사했던 호세 마누엘 카레뇨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32회전을 매끄럽게 선사한 서희의 모습은 감탄을 낳기에 충분했다.

▲ '지젤'_ 안나 오사첸코, 이반 질 오르테가

특히 <에투알 발레 갈라>는 여타의 발레 갈라 무대에서 선택하지 않은 두 가지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기존 클래식 무대에 더하여 젊은 발레리노 겸 안무가 데이비드 더슨의 ‘회색지대’(2002년), ‘일광의 성질’(2007년)을 비롯해 ‘과거’, ‘연통관’ 등 현대 작품의 초연 무대를 마련한 것이 그 하나로, 현대인의 소외, 갈등, 관계 등을 모던한 움직임으로 풀어내 ‘발레는 곧 고전’이라는 선입관을 풀어주고자 했다.

한 무대에 클래식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함께 한 것도 이색적이다. 이미 검증된 실력으로 많은 팬이 따르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의 합류는 무대 위 뿐 아니라 객석에도 음악과 무용의 팬들이 고루 자리하게 하는 하모니 효과를 낳았다.

생의 끝에서 몸부림치는 안타까운 백조의 날갯짓(빈사의 백조)을 표현한 김지영의 뛰어난 표현력과, 죽음에 가까이 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랐던(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 서희와 호세의 움직임에 김선욱은 더욱 강한 잔향을 실은 피아노 선율을 더했다. 조명도, 배우들의 움직임도 멈춘 어둔 공간에 낮게 울리는 하나의 음은, 발레 무대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경험일 터다.

‘지젤’에 사용되었던 녹음 음악에 심한 잡음이 섞여 있어 귀와 눈을 모두 거슬리게 한 오점은 있었지만, <에투알 발레 갈라>의 첫 무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1976년에 시작해 3년마다 열리는 일본의 ‘월드 발레 페스티벌’처럼 전 세계 발레 스타들이 오고 싶어 하는 수준과 수 많은 일본 관객들이 무용수들의 브로마이드 사진을 사며 환호해 마지 않는 대중성을 겸비한 알찬 무대로 나아갈 지 기대해 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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