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럽게시리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

남자들은 쑥스러워서, 머쓱해서, 말싸움 하기 싫어서, 남자들끼리 뭐 그런 것 가지고 하는 말들이 많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자들의 표현력부족인지 아니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지 모르지만 더 진행되어지는 말을 자의든 타의든 중단하는 일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렇고 그런게 좋은 거지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미주알 고주알 ‘꼭’짚어 한 두 번을 지나 몇 십 번이면 사람 질리게 마련이다.

동숭아트센타 소극장에서는 그 수 십 번의 미주알 고주알을 ‘꼭’짚어 1시간 40분 동안 한가지의 소재로 20-30가지가 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마치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수준으로 말이다. 1시간 40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년 지기 친구인 규태와 수현 그리고 덕수. 하얀 캔버스에 하얀 선이 그려져 있어 작품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보인다는 1억 8천만원의 현대 미술 작품. 이 작품 한 점 때문에 한 번도 털어 놓은 적이 없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꺼내 놓게 된다.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너를 이해하고 너는 나를 이해해야 한다.’ 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은 여지없이 깨져 버리고 치졸할 정도로 깊게 파고 들기 시작한다.
1억 8천만원이나 되는 그림 한 점 때문에 친구 셋은 완전히 발가 벗겨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질투와 알 수 없는 서운함. 애정이 애증이 되고 서로의 감정들이 자신들만의 감정표현으로 한꺼번에 폭발하고 건널 수 없는 선까지 가버리게 된다.

‘친구끼리 어디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어야지.’, ‘자주 싸워봤어야지 우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푸는 방법도 알지’
모른다. 아니 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푸는 방법도 모르고 풀겠다고 하는 말들이 거칠고 서투르다. 그게 남자들 사이의 우정이다. 어쩌면 ‘알거야. 그래 우린 친구니까.’로 넘어가는 것이 흔하디 흔한 것이 남자들의 우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하늘 위의 구름을 잡는 바램일 뿐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한다?’ 그렇다면 더없이 좋고 행복하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로,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 Art >는 깐깐, 울컥의 전임교수인 규태와 까탈, 도도의 피부과 의사 수현. 그리고 우유부단, 단순의 문방사장 덕수는 각자의 입장을 지키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끊임없는 논쟁을 벌인다. 그 논쟁은 예술과 철학으로 위장되어 있다. 고전주의, 사실주의, 모더니즘, 세네카, 컨템퍼러리 등등. 하지만 그 논쟁과 싸움의 저변에는 딱 하나의 명제만이 존재할 뿐이다. ‘너 친구 맞아? 너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이다. 친구가 그렇다. 유치하기 짝이 없어진다. 20년 지기의 친구들 싸움이라는 것이 말이다.

< Art >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깊숙하고도 깊숙한 ‘우정’이라는 근본적인 의미까지 파헤쳐져 남자의 입으로 하기 힘든 친구에 대한 속마음을 말하고 표현하기에 이른다. 친구에게 ‘남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의 단계를 지나 결말을 향해 가는 동안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질문들을 던진다. 한 사람을 친구로 좋아한다면 그의 모습 그대로 좋아하고 인정한다는 것이라면,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어느 선까지 자신의 잣대로 의견을 주장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우정’이라는 것은 잊어버리고 회피하고 거짓말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신의에 대해서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결말은 세 친구의 소통이었고, 변하지 않는 아니 영원한 우정을 바라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현대미술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현수가 ‘판데기’로 여기는 규태에게 매직으로 1억 8천만원이나 하는 흰 판데기에 낙서할 것을 명령(?)한다. 규태는 흰 판데기에 줄을 그어 흰 눈 위에 스키를 타는 사람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다시 셋은 그 그림을 지우고 그 작품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 지평선 너머로 스키타는 사람이 사라지는 그림이라 이야기 한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를 다시 찾게 된다.

우정이란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다. < Art >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찬 현대 인간들에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게 하는 무대이다.

연장공연에 이어 앵콜공연에 박광정, 정원중도 참여하여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는 더 실낱하고 적나라해 질 것 같다. <아트>는 동숭아트센타 소극장에서 5월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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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연극 art(아트)- 권해효 인터뷰>
▶ 연극 아트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 - ‘아트’를 권해요의 권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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