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조가 많은 뮤지컬
내한공연은 이제 그만

21일 토요일 저녁 6시 공연을 관람했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뮤지컬 FAME(페임) 내한공연 >은 한 그룹의 학생들이 오디션을 통과해서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졸업을 위해 4년간의 고된 노력을 시작한다. 현실세계에 부딪히면서 자신들의 기대가 높았고, 때로는 너무나 높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뮤지컬 이야기 구조가 그렇듯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다.

카르멘과 슐로모, 닉과 세레나, 타이론과 아이리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조, 메이블, 그레이스, 구디 등 친구들의 우정으로 자신들의 꿈을 키우면서 노력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뮤지컬 FAME(페임) 내한공연 >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메이블이었다. 흑인여자로 그 성량을 십분 발휘하였다. 메이블이 돋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주연배우들이 보여주어야만 할 장기들을 그만큼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에서 기인할 것이다. 카르멘은 극중에서 그리 굵지 않은 선을 가지고 내용을 이끌지 못한다. 카르멘의 내면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드라마 구조에서 카르멘이 부르는 ‘페임’은 무의미하게 들리고 콘서트장에 온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닉은 비주얼적인 모습에서 잘 생기고 자신만만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두리뭉실하고 특징 없는 비주얼로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었다. 세레나도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랑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느낄 뿐 내면적으로 그녀가 감수성이 예민한지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여자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타이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단단한 몸매와 날렵한 춤들을 보았으면 했으나 어딘지 모를 둔한 몸놀림에 타이론도 부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리스도 그 도도함이 묻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고, 슐로모 또한 곡을 작곡하고 마지막에 그 곡을 함께 합창할 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다가 만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극에 쉽게 빨려 들어가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 뮤지컬 FAME(페임) >은 우리나라에서 번안되어 수십 차례 무대에 올려진 작품 중에 하나이다. 에이콤 프러덕션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뮤지컬 FAME(페임) 내한공연 >을 보면서 마음속에 번지는 생각은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은 우리나라에 내한까지 오게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사와 노래를 통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 뮤지컬 FAME(페임) >은 차라리 우리나라 말로 되어지는 라이센스 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재미적인 요소나 극적인 요소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뮤지컬 FAME(페임) 내한공연 >은 관객들에게 멋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강렬한 춤과 고밀도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무대도 아니었다.차라리 라이센스로 공연된 < 뮤지컬 페임 >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호소력 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다양한 춤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무대라고 한다면 이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 뮤지컬 페임 >은 춤뿐만이 아니라 연기와 노래에도 그 비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뮤지컬이다. 그러다 보니 힘의 배분을 잘 못쓴 것 같은 느낌이다.

또 꼬집고 넘어갈 것은 음악이다. 너무 ‘악’스럽게 이야기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다면 세레나가 불렀던 ‘Let's Play a Love Scene‘ 같은 경우에 오리지널에서는 빠르게 전개된다. 나만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멜로디의 곡일 것이다. 약간은 느리게 발라드 풍으로 연주되고 노래를 했으면 했다. 말하자면 감정을 살리고 가는 곡들은 선생님들의 노래들이 감정의 비중을 많이 주고 가는 편이었다. 왜 그런 편차를 두고 가는 건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카르멘의 ‘페임’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곡임에도 호응도가 떨어진다. 왜일까? 그 하나가 음악일 것이다. 음악은 매우 빠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자로 잰듯한 합창을 선보이면서 절도있고 맞춤형의 춤을 선보인다면 호응도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올라와 있다는 소리도 될 것이다.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들이 한국을 찾아 온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오리지널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생기니 말이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뮤지컬 FAME(페임) 내한공연 >이 보여주었던 무대와 배우들의 기량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한국사람으로서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괜시리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알 것이다. 오리지널 공연이 오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라이센스로 만든 작품이 더 월등하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이제는 높아진 문화수준을 가졌다는 단 하나의 느낌때문일 것이다. 공연장을 뒤돌아 나오며 유치하게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린이대공원의 싱그러운 바람을 뒤로 하고 차가운 저녁 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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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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