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유튜브, 온라인 채팅으로 만드는 연극? 자유로운 실험·도전으로 눈길 끄는 국립극단 ‘연출의 판’

작성일2018.08.30 조회수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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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고민하며 새로운 연극 예술을 추구해온 연출가들을 위해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본격적인 ‘판’을 깔았다. 국립극단은 오는 9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소극장 판에서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이 참여하는 작품개발 프로젝트 ‘연출의 판’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벌이다’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는 ‘연출의 판’은 국립극단이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로, 현장에서 활동해온 기성 연출가들이 각자의 미학을 올해의 주제와 접목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가는 자리다.
 
올해 ‘연출의 판’의 주제는 2010년 국립극단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로 이름을 알려온 연출가 윤한솔(극단 그린피그 대표)이 총괄 감독을 맡고 박해성(상상만발극장 대표, 응용연극연구소 연구원), 남인우(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겸 상임연출), 하수민(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 대표), 김지나(이언시 스튜디오) 등 4명의 연출가가 참여한다. 윤한솔 감독을 비롯한 4명의 연출가는 30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연출의 판’에서 시도할 작업을 소개했다.
 



연극의 공공성·동시대성 고민하는 자리
자유로운 실험과 도전 존중”

 
“신진 연출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과는 좀 차별화된 자리를 만들고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연출가들, 도약의 계기가 필요한 연출가들을 섭외했다. 올해는 이들과 함께 국립극단을 외부의 시선에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했다. 각자가 그동안 천착해온 작업과 국립극단의 작업이 어떤 지점에서 다른지 치열하게 토론했다.”
 
‘연출의 판’ 총괄 기획을 맡은 윤한솔 감독은 그간의 준비과정을 이같이 소개하며 올해 첫 ‘연출의 판’을 통해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또한 “(연극)형식에 대한 실험이 부족한 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리에서는 실패의 과정이 있더라도 연출가들이 각자 천착해온 주제들, 형식에 대한 고민들을 자유롭게 펼쳐내길 바랬다”며 ‘연출의 판’에 참여하는 연출가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윤한솔 감독
 
국립극단의 이와 같은 시도에 참여하는 연출가들도 한층 고무된 기색이었다. 남인우 연출은 “이번 ‘연출의 판’이 그전까지 해온 연출의 방식과 습관을 버리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그간의 작업에서 느꼈던 한계점과 부담감을 토로했다. 
 
“공공극장에서 연극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참여자들 사이의 권력관계가 생겨난다. 또 그런 작업 끝에 어쩔 수 없이 관객들에게 뭔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거짓말같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윤한솔 감독이 부담감을 덜어줘서 내가 모든 작업 과정을 다 컨트롤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식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작업을 하게 됐다. 이번 작업이 향후 10년간 나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왼쪽부터) 박해성, 남인우 연출
 
프로토콜’ 등 4편의 공연
연극’의 기존 정의와 작업 방식 되묻는 실험과 탐색 눈길    

 
이날 4명의 연출가들이 소개한 각각의 작업도 저마다 독특한 형식으로 기대를 모았다.
 
가장 먼저 티켓 오픈이 진행돼 전석 매진된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9.8-10)은 ‘어쩌면 우리가 아는 연극은 신화화된 예술일지도 모른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일상에서 연극을 찾는 작업이다. 유튜브 ‘응용연극연구소’ 채널을 통해 각자의 일상에서 연극을 찾는 과정을 공유하고 있는 ‘프로토콜’ 팀은 쇼케이스에서 그간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을 ‘연출이 없는 연극’이라고 정의한 박해성 연출은 “연극이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고 엄숙해진 데는 연출의 탓이 큰 것 같다. 그동안 작품의 전체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을 지는 연출가로서 작업하다 보니 부담도 컸고, 그 헤게모니를 독점할 권한을 과연 누가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번에는 최종 미학적 책임을 지는 연출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자로서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작업의 주요 의미를 밝혔다.
 
두 번째로 펼쳐질 작품은 남인우 연출의 ‘가제 317’(9.15-17)로, 국립극단의 연극선언문이 연출가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탐색하는 데서 출발한다. 남인우 연출은 이에 대해 “언젠가부터 극장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고 얘기하는 느낌보다 그냥 연극을 서로 소비하는 느낌이 커진 것 같다. 연극선언문에 대한 나의 개인적 감정에서 시작해 연극이 실제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하수민, 김지나 연출

이어서 공연될 하수민 연출의 ‘아기(Baby)’(10.5-7)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라는 존재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고민하는 작품이다. “연극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과정이자 중간 단계의 발표”라고 작품을 소개한 하수민 연출은 “공공성을 고민하려면 집단이 아닌 개인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고, 어쩌면 태어나지 못한 아기도 그 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펼쳐질 김지나 연출의 ‘잉그리드, 범람’(10.13-15)은 색다른 작업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10명의 배우들은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 없이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만나 연습을 진행한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방식을 의심하고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자 했다”는 김지나 연출은 “배우들이 공연장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서로 소통해왔는지 알게 될 것 같다. 이번 작업은 배우와 연출, 배우와 배우들이 서로 어떻게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지에 대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을 둘러싼 다양한 실험이 이뤄질 국립극단 ‘연출의 판’은 9월 8일부터 10월 15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진행된다.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이후 티켓 오픈 일정은 국립극단 홈페이지(http://www.ntc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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