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시도…창극과 경극이 만난 ‘패왕별희’

작성일2019.03.13 조회수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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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던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또 한번 새로운 작업에 도전한다. 바로 중국의 전통예술 경극과 한국의 전통예술 판소리를 결합해 만든 창극 ‘패왕별희’를 선보이는 것.

이번 작품에는 중화권의 최고 배우이자 연출가로 꼽히는 우싱궈와 함께 ‘소녀가’ ‘흥보씨’ 등의 작품을 국립창극단과 함께 선보여온 이자람 등이 참여한다. 우싱궈는 대만의 경극 배우이자 연출가로, 지난 50년간 경극을 수련하며 경극과 힙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해왔다. 그와 다양한 작업을 같이 해온 극작가이자 안무가 린슈웨이도 이번 작업에 합류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다. 장국영이 출연했던 영화 ‘패왕별희’(1993)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 패왕 항우와 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와 아름다운 여인 우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절제된 몸짓의 경극 + 유려한 소리의 창극, 어떻게 어울릴까

“판소리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한국어를 몰라도 판소리를 들으며 한민족 특유의 용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패왕별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판소리로 엮으려고 했다.”(우싱궈)

“처음 경극을 봤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슬픈 장면에서 저런 소리를 내지?’ 싶었다. 그런데 계속 봤더니 그 안에 경극만이 가진 응집의 미학이 있더라. 손가락 하나, 눈빛 하나에 아름다움이 있고, 동작 하나하나에 구도와 규칙과 멋이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이자람)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경극과 창극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가 어떻게 어울릴 것인가다. 이에 대해 13일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싱궈 연출가는 “경극도 창극처럼 소리에서 출발하지만 시각적인 부분이 큰 장르다. 경극 자체의 표현방식이 다양하고 손짓, 동작 등의 퍼포먼스가 섞여 있어 이 부분에서 어떻게 창극과 섞어낼지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우싱궈, 작창 및 음악감독 이자람

우싱궈 연출가는 “국립극장의 새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한다. 영광스러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압박도 크다”고 부담감을 토로하면서도 “판소리가 하나의 문화로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경극의) 리듬감과 신체적인 동작을 가미함으로써 또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 창조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는 말로 기대를 높였다.

작창 및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도 이번 작업에 임하며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존의 창극과 달리 경극의 아름다움을 함께 전달해야 했기에 부담이 컸다고. 작창해야 하는 분량도 매우 많아 '적벽가' '수궁가' '춘향가' 등을 레퍼런스로 삼고 소리를 만들었다는 이자람 음악감독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경극의 움직임과 판소리를 함께 소화하는 모습을 봤는데 희망이 보이더라.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적 어법이 전통 위에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아마도 이번엔 수성(창자의 소리를 따라 연주하는 것)이 멋지게 펼쳐질 것 같다”며 색다른 무대를 예고했다.
 



극본 및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

“패장이었으나 후세의 영웅이 된 항우 이야기…변치 않는 사랑의 가치 그려낼 것”

린슈웨이 작가는 2천년 전 중국의 역사를 담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항우와 우희라는 인물을 기억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초나라의 패왕 한우는 한나라의 황제 유방에게 패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은 인물이지만, 오늘날까지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창극 ‘패왕별희’ 제작진은 당대에는 패장이었으나 역사에는 영웅으로 남은 항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7년이라는 초한전쟁의 역사를 2시간의 공연에 담아내기가 어려워 회상 장면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담으려고 했다”는 린슈웨이 작가는 “1부에서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항우와 유방의 정치적 대결이 그려지고, 2부에서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항우와 우희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인류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 있는 사랑이야말로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보권, 윤석안

배우들도 입 모아 “창극과 경극의 케미 기대”

창극 ‘패왕별희’에 임하는 배우들도 공연을 앞두고 각별한 기대를 표했다. 이번 작품의 항우 역은 정보권이, 우희 역은 김준수가, 항우의 책사 범증 역은 허종열이, 한나라 황제 유방 역은 윤석안이, 유방의 부인 여치 역은 이연주가, 유방의 책사 장량 역은 유태평양이 맡는다. 항우의 영웅성과 비극적 결말을 외부 상황에서 논평하는 맹인노파 역에는 김금미가 캐스팅됐다. 객원인 정보권을 제외하면 모두 국립창극단 소속이다.

범증 역 허종열은 "창극과 경극이 잘 어울릴지 걱정도 많았는데, 새로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설렘이 든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고, 유방 역 윤석안은 “평소에 몸을 많이 쓰지 않아 경극의 절도 있는 움직임들을 익히는 것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연습을 하면서 우리 창극도 (표현 양식을) 정립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안 됐구나 싶어 아쉬웠다. 앞으로 이런 작업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허종열, 이연주
 

여치 역 이연주는 "경극이 몸짓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면, 판소리는 소리로 온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다. 두 장르가 만나 어떤 케미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평생 소리를 익혀온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경극을 만나 빚어낼 무대가 궁금증을 더한다.
 

한편,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이번 작업과 관련해 "국립예술극단으로서 조금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업도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오늘의 창작이 또 내일의 창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이 선례가 돼 창극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국립창극단이 새로 선보이는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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