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4분 안무에 동작 300개... <푸가> "음악 보여주는 새로운 몸짓 찾겠다"

작성일2015.09.15 조회수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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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푸는 무용수들 주변에서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현대무용 안무가인 정영두의 신작 제작발표회장이지만 국립발레단의 김지영,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등 국내 양대 산맥 발레단을 대표하는 얼굴들도 보였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무대가 기대되는 <푸가>의 연습 현장이다.

지난 14일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푸가>를 준비중인 무용수들과 안무가 정영두를 만났다.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번 작품은 '다성음악의 가장 완전한 형식'이라고 수식되는 바흐의 '푸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와 변주가 반복되는 푸가 형식은 반복과 변화를 오고 가다 마지막에 커다란 형식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많은 안무가들이 푸가 중에서도 바흐의 곡에 맞춰 다양한 움직임과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LG아트센터의 제안으로 바흐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는 정영두는 "어떻게 해서 형식이 나의 안무 화법으로 전환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을 때 공부할 게 많으면 흥미로운데, 바흐의 푸가는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며 곡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여러가지로 여타의 무용 공연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현대 무용수들 뿐 아니라 클래식 발레 무용수들도 함께 무대를 채우며, 그간 이들이 저마다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의 신체 사용을 통한 표현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 서는 무용수들은 김지영, 엄재용, 윤전일, 최용승, 김지혜, 하미라, 도황주 등 총 7명이다.


안무가 정영두

"무용수 섭외 과정에서 음악과 함께 춤춰 온 본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중심으로 캐스팅했다.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사이를 채우기 물론 어렵지만 음악과 잘 어울리는 움직임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계속 보고 있다."(정영두)

이를 위한 연습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은 배우들의 잇따른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초반엔 그만 둘까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웃으며 말하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은 "억압된 움직임 안에서 자유로움을 표현해야 한다. 발레는 동작들이 '아웃' 위주인데, 현대 무용은 '인'으로 하는 것이 많아,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생각하며, 춤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그녀는 다른 장르의 무용수들과의 컨템프러리 작업이 무엇보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김지영과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미기도 하는 현 두 댄스씨어터 단원 김지혜 역시 "둘이 호흡을 쓰는 방식, 몸의 중심을 쓰는 방식이 달라 이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푸가>의 두 번째 새로운 점은 '메시지' 전달이 아닌 음악에 맞는 충실한 움직임을 탄생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때로는 억압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 현대 무용수들은 규칙 안에서 얻어지는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기대하고, 또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관객들은 클래식 무용수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이번 작품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다."(정영두)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 곡의 구조를 찾아보며 춤으로 옮기는 과정 등을 거쳐 탄생한 <푸가>의 안무이기에 대단히 디테일하고 무용수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예상된다. 현대무용수 하미라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고 말하며 "안무가의 주문을 다 받아들이는 것 역시 힘든데, 공연 중 4분 정도 되는 안무가 있는데 동작이 300개나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 국립발레단 주역이자 TV 프로그램 <댄싱 9>, 뮤지컬 <팬텀>의 젊은 카리에르 역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전일도 만날 수 있다.

"동작이 어렵지만 안무가의 주문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 무용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동작이 어렵지만 점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TV 출연 후 주변 환경이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클래식도 언제나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엔 클래식 단체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이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고, 또 이젠 영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푸가> 역시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비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정영두는 "음악을 즐기러, 춤을 즐기러 오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남겼다. 모든 이에게 새로운 시도가 되고 있는 <푸가>는 오는 10월 9일부터 3일간 LG아트센터에서 초연 후 10월 14일 통영국제음악당, 10월 23일과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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