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토니 어워즈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에비뉴 큐>(Avenue Q)가 <위키드>(Wicked)를 제치고 뮤지컬 부문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오프-브로드웨이서 옮겨온 작은 뮤지컬($3.5 million)이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개막 이후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14 million)를 누르고 당당히 그 해 최고 뮤지컬의 영애를 안은 것이다.
지난해 작품상을 수상한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 역시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작품과는 사뭇 다른 소재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최고 뮤지컬의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예상외의 결과는 토니 어워즈의 수상작 선정 과정이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철저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와 <패싱 스트레인지>(Passing Strange)를 비롯해 어느 해보다도 신선한 작품이 많았던 2007-2008년 브로드웨이 시즌이다. 오는 6월 개최될 2008년 토니상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벌어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시상식
브로드웨이의 시즌은 매년 토니 6월 개최되는 어워즈(Tony Awards)를 기점으로 나뉜다. 토니상의 수상 후보작은 전년도 토니상 시상식 이후부터 토니상 운영위원회(Tony Awards Administration Committee)에서 정한 당해의 특정 날짜(보통 5월 초중순)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테면, 2008년 토니 어워즈의 경우 지난해 토니 어워즈 이후부터 올해 5월 7일까지 개막한 작품 중 후보작이 선정된다. 올해 토니상 후보작은 오는 5월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Drama Desk Award)나 뉴욕 드라마 크리틱스 서클(New York Drama Critics’ Circle) 등 크고, 작은 다른 공연관련 시상식의 결과도 주목되기는 하지만, 토니 어워즈는 명실상부 미국 공연계의 가장 저명한 시상식으로 그 결과가 향후 작품의 흥행에 끼치는 영향력도 매우 크다.

토니상은 1946년 58세의 나이로 사망한 뛰어난 배우이자 연출자인 동시에, 토니상을 주관하는 뉴욕의 비영리 공연지원단체인 아메리칸 띠어터 윙(American Theatre Wing)을 설립하고 이후 이상회의 위원장으로 혁혁한 공로를 쌓았던 앙투아네트 페리(Antoinette Perry)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47년 4월 처음으로 개최된 토니상의 정식 명칭은 그녀의 이름을 딴 앙투아네트 페리 상(Antoinette Perry Awards)이나 흔히 그녀의 애칭을 빌어 토니상으로 불린다.

아메리칸 띠어터 윙(American Theatre Wing)에 의해 운영되어 오던 토니상은 1967년 이후부터 브로드웨이 프로듀서와 극장주들의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와 공동으로 운영, 주최되고 있다. 두 단체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Management Committee)는 매년 전국으로 방송되는 시상식 중계방송을 관리한다.



뮤지컬과 연극분야로 나뉜 철저한 심사과정
토니상은 연극과 뮤지컬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되며, 새로운 작품과 리바이벌 작품으로 각각 나누어 심사한다. 2008년 시상식에서부터 새로 추가될 예정인 베스트 사운드 디자인 (연극, 뮤지컬) 부문을 포함하여 총 27개의 경쟁부문에 수여되며, 비 경쟁 분야로는 우수 지역 비영리 극장 부문을 시상하고, 공로상, 특별상을 선정한다. 토니상이 연극과 뮤지컬을 나누어 시상하는 것은 연극과 뮤지컬이 지니는 장르적 상이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과 연극은 작품의 규모나 성격 면에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이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관객들이 연극과 뮤지컬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토니 어워즈는 브로드웨이의 지표이자 공연예술계 전체의 축제의 장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뮤지컬 관련 시상식들이 연극과 분리되어 따로 개최되는 부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부분이다.

토니상 운영위원회는 2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메리칸 띠어터 윙과 브로드웨이 리그를 대표하여 각 10명씩, 그리고 극작가 단체(Dramatists Guild), 배우 조합(Actors' Equity Association), 디자이너 조합(United Scenic Artists) 및 연출 및 안무가 조합(the Society of Stage Directors and Choreographers)에서 각각 1명씩을 선정하여 구성하게 된다. 이 위원회는 모든 부문의 후보 선정 기준과 토니상 운영의 규칙을 결정하며, 후보작 선정위원회(Nominating Committee)를 임명한다. 후보작 선정 위원회는 15명에서 30명 사이의 공연관계자들로 구성되며 3년을 임기로 교체되며, 해당 시즌의 모든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하고 후보작을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토니상의 후보작들은 750여명의 다양한 공연 관계자들로 구성된 투표단에 의해 평가되며 최종 수상작이 선정되게 된다. 토니상이 공연관계자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엄정하고 공정한 선정과정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전국 방송으로 후보도 싱글벙글
27개의 경쟁부분 중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부분은 뮤지컬과 연극의 신작에게 수여되는 작품상
부문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토니상 이후 작품에 흥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바로 뮤지컬 작품상인데(연극은 대부분 오픈-런으로 공연되지 않으므로 향후 브로드웨이에서의 흥행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상만이 아니라 후보로 지명되는 것만으로도 전국으로 방송되는 시상식에서 특별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광고효과를 톡톡히 노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역대 토니상 수상작 중 최다 부문 수상작은 <프로듀서즈>(The Producers)로, 2001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총 1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무려 12개의 토니상을 거머쥐었다. 연극 부분의 최다 수상작은 지난해 작품상을 수상한 링컨 센터 띠어터의 <코스트 오브 유토피아>(The Coast of Utopia)로 7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토니상을 수상한 개인으로는 해롤드 프린스(Harold Prince)를 꼽을 수 있는데, 감독과 프로듀서 부문, 특별상까지 합해 모두 21개의 토니상 트로피를 차지한 바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현재까지 7개의 토니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곡가로서는 최다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토니 어워즈가 브로드웨이의 한 해를 결산하는 가장 저명한 시상식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의 39개 극장에서 공연되는 그 해 시즌 작품에 한정되어 후보작을 선정함으로써, 몇 편 되지 않는 작품들이 다수의 경쟁부문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62회를 맞는 2008년 토니 어워즈는 오는 6월 15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Radio City Music Hall)에서 개최될 예정이다.